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 전공기초수업에 가다

7차 교육과정이 시행되면서 과목선택권 확대, 학교 자율성 증대, 수준별 교육 등을 기대했지만 기초학력부실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문제는 원하는 대학의 전공이 필요로 하는 과목을 모르거나 듣고 싶은 과목이 학교에 개설되지 않았다는 것. 이런 기본기의 부재를 해결하기 위해 서울대에서는 올해부터 ‘기초과목 수준별 교육제도’를 도입했다. 그 현장을 찾아갔다.

 “자, 이번 주는 어떤 부분이 이해가 안 갔니?”


 “양자화 된다는 개념이 명확하게 이해되지 않았어요. 어려워요. 누나! 설명해주세요.”


 “양자화라… discrete하다고 하면 더 정확한 표현인데, 어렵지? 너네 수업시간에 쓰는 강의 자료를 볼까? 거기 맞춰서 같이 한 번 생각해보자. 슈뢰딩거 방정식은 잘 이해했고?”


 편안하면서도 진지한 분위기. 학부생이 강의한다니 자칫하면 너무 가볍지 않을까하는 우려는 편안함과 진지함이란 두 단어로 설명된다. 이 두 단어가 어쩌면 모순일 수도 있지만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교수님이 진행하는 강의에 비해 한결 편안하게 질문하고 수업에 임하면서도 진지함은 잃지 않는 학생들. 저녁6시, 서울대 강의동 24동 108호의 ‘기초 물리’ 수업 풍경이다.


 
△기초과학 교육에 힘 쏟는 서울대
 “7차 교육과정이 시행되면서 기초가 부족한 이공계 신입생이 많았습니다. 기계과에 입학했는데 ‘물리2’과목을 고등학교 때 듣지 않은 학생을 예로 들 수 있지요.”


 서울대 기초교육원은 이런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신입생에게 도움을 주고자 이번학기부터 ‘기초과목 수준별 교육’제도를 도입했다. 이 수업은 선배 학부생이 수업을 진행한다. 서울대 김소영(화학·08)씨는 “기초수업을 못 따라가서 대학에 와서도 과외를 받는 학생들도 많은데, 가까운 선배에게 배울 수 있으니 참 좋다”며 만족해했다.


 서울대는 이 제도를 위해 자연대 수리과학부·물리천문학부, 화학부, 생명과학부 등 4개 학부에 1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기초수학·기초물리학·기초화학·기초생물학 수업을 새로 개설했다. 자연대는 이들 기초과목 수업 강의를 맡기기 위해 각 학부별로 성적, 이력서, 각종 평가 등을 고려하여 3·4학년 재학생 30명씩을 ‘학부생 조교’로 선발했다. 수강하는 학생이 120명이니 학부생 조교 한 명당 4명 후배의 수업을 담당하는 셈이다.


학부생 조교는 매달 40만원을 강의료로 받고 1인당 5∼10명의 신입생을 상대로 일주일에 두 차례, 2시간씩 수업을 진행한다. 수업은 주로 신입생들이 한 주 동안 배운 일반수학, 일반물리학, 일반화학, 일반생물학의 어려운 부분들을 복습하는 것으로 구성된다. 서울대는 이들 과목에 1학점씩을 부여해 정식 수업으로 인정했다.


이번 기초과목 수업은 수강 대상을 공대는 물론 자연대·농생대·약대 등 이공계 신입생 전체로 확대했다. 1학점이 인정되며, 성적은 S/U로 평가되는 정규 수업이다.

 

△기초수업 학생·교수 모두 환영
 신입생들의 반응은 매우 뜨겁다. 기초수학의 경우 180명 모집에 257명이나 수강 신청하는 바람에 자연대에서는 학부생 조교 추가 선발을 검토하고 있다.  수강정원을 120명으로 제한한 기초물리학 과목은 수강신청 첫 주에 120명 정원 전체가 순식간에 마감되었다.


 ‘기초 물리’수업을 수강하는 김성재씨(화학·08)는 “ 모르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선배에게 물어볼 수 있으니 좋은 것 같다”며 다른 대학에도 이런 제도가 도입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기초 물리’수업을 진행하는 학부생 조교 오인록(화학·06)씨는 “신입생 단계를 거친 지 얼마 안 지났기 때문에 후배들이 어떤 부분을 어려워하는지 알고 있어 효율적이다”라고 말했다. 본인도 수업을 준비하면서 공부하니까 기초를 더 잘 다지는 계기가 된다.


서울대김대식 교수(물리·천문학부)는 ‘무엇보다도 학생들이 스스로 모여서 더 깊게 공부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드는 데 큰 의의가 있다고 본다’며 새로운 제도에 대해 기대를 나타냈다.


 박지용 조교는 ‘한국인 학생들은 물론이고 중국·말레이시아 등 유학생들에게도 많은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김은별 객원기자 tinylittlekiss@ewhai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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