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자치공간 필요해' VS '운동장보다 효율적인 공간 마련돼야'

대학 내 운동장과 녹지 공간이 사라지고 지하캠퍼스가 들어서고 있다. 우리 학교 ECC와 고려대의 지하중앙광장을 비롯해 서강대·경원대도 지하캠퍼스 설립을 위한 공사가 진행 중이다. 이러한 변화에 대해 학생 자치·문화 공간이 사라져 아쉽다는 의견도 있지만 학생들의 요구에 맞게 대학 공간이 달라져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ECC 건설로 학생 자치공간 줄어…공간 변화에 대한 의견 다양해
현재 ECC 자리에는 이화광장과 운동장이 있었다. 공사가 시작된 2005년도부터 이화광장과 운동장은 사용할 수 없게 됐다. 현재 정문과 ECC 사이의 공간에서 학생 집회 활동이 열리고 있지만 이곳도 자동차 진입로가 생김에 따라 사라질 수 있다. 체육대학 학생들의 실기 공간을 위해 세워진 ‘잔디 운동장(스포츠 스트립)’도 기존 운동장보다 규모가 작다.


강정주 총학생회장은 “ECC안에 학생광장이 있다고는 하지만 강의실·세미나실 등의 수업 공간과 함께 있어 스피커도 사용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제대로 된 광장의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동아리연합회 김도형 회장은 “동아리 행사는 학문관 앞이나 로비에서 진행되지만 공연을 하기에는 너무 좁다”고 말했다.


정혜윤(교육대학원 지리교육학과)씨는 기존 학내 공간이 사라진 것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정씨는 “운동장이나 광장이 마련되지 않은 채로 ECC를 만든 것에는 문제가 있다”며 “이는 학생들의 자치활동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반해 지하캠퍼스가 학생들에게 더 효율적인 공간이라는 의견도 있다.  권용지(사과·08)씨는 “체육대학 학생이 아니면 운동장을 많이 이용할 것 같지는 않다”며 “더 많은 학생이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 생긴 것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강대·경원대도 지하캠퍼스 건설 중
서강대는 학내 삼민광장 자리에 지하캠퍼스 조성을 위한 공사를 진행 중이다. 삼민광장은 각종 학교 행사나 주점이 열리는 장소로 문과대학 앞에 마련된 잔디밭이다.


서강대 문과대학 서유미 학생대표는  “학생들은 휴식 공간이 사라지는 것에 많은 불만을 제기했다”며 “상업 시설로만 채워지는 지하캠퍼스가 복지시설로 활용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서강대 이성홍 학생회장도 “학교는 학생 주체의 행사를 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에 학생들의 모임 공간은 당연히 존재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원대는 현재 학내 운동장 자리에 ‘Vision Tower’라는 지하캠퍼스를 건설 중이다. 경원대 유한진 행사차장은 “학생들이 운동하고 행사를 열 수 있는 공간은 줄었지만 지하캠퍼스가 건설되면 학내 환경을 더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학내 공간 이용하는 학생들의 요구 달라져
캠퍼스의 공간 변화는 학내 공간을 이용하는 학생들의 용도와 목적이 달라짐으로써 생긴 현상이라는 분석이 있다. 김다예(교공·07)씨는 “사라진 광장을 직접 사용해보지는 않았지만 많은 이용이 있었을지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이윤희 교수(건축학과)는 “요즘에는 학교에 남아 광장이나 운동장을 이용하는 학생들이 극소수”라며 “지하캠퍼스가 건설됨으로써 학생들이 학교에 더 오래 머무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모해연 교수(중어중문학과)도 기존의 운동장보다 지하캠퍼스가 학생들의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여자대학이다 보니 공학 대학보다 학생 운동 공간의 활용이 낮은 편이다”라며 “ECC라는 건물이 학교의 상징이 되면 홍보 효과도 있을 것이라 본다”이라고 덧붙였다. 

     

이상아 기자 sangaLee@ewhai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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