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 확정 전인 작년 12월. ㄱ교수는 한 학생에게 온 이메일을 받고 어리둥절했다. 1학년 학생은 자신의 학점을 C+에서  D+로 내려달라고 했기 때문이다. ‘학점을 올리기 위해 재수강을 하고 싶은데 학칙 상 D+이하부터 재수강이 가능하다’는 학생의 설명을 듣고서야 ㄱ교수는 학생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일정학점 이상 재수강불가제도, 사실상 제기능 못해
각 대학이 재수강생을 줄이기 위해 도입한 ‘일정학점 이상 재수강불가제도’가 그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고려대 김정열(물리·2)씨는 “1학년 1학기 때 중간고사 성적이 맘에 들지 않아 재수강을 마음먹고 기말시험을 백지로 낸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서강대 신정환(커뮤니케이션학부·2)씨도 “애초에 재수강을 마음먹고 기말시험지에 F만은 면해달라는 장문의 편지를 교수님께 쓴 적이 있다”고 말했다. 우리 학교와 서울대의 경우 B-이상, 연세대는 C-이상, 서강대는 C+학점 이상은 재수강을 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대다수 대학들은 외국 대학과는 달리 재수강 횟수를 거의 무제한 허용한다. 때문에 재수강제도가 면학 분위기를 해친다는 지적이 있다. 안창림 교수(물리학과)는 “재수강이라는 안전장치 때문에 제한이 없는 경우 학생들이 그때 최선을 다하지 않는 풍토가 생길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우리 학교는 A-로 재수강을 하는 학생들이 받을 수 있는 최고학점에 제한을 두고 있다. 하지만 재수강생과 초수강생을 합쳐 성적을 내기 때문에 초수강생들이 손해를 본다. 구희경(광고홍보·4)씨는 “재수강생 없이 초수강생의 학점을 낸 후에 각 점수대에 재수강생을 집어넣는 방식 등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취업위해 너도 나도 ‘학점 리모델링’
성균관대는 2005년 학점 인플레이션의 심화방지, 면학 분위기 고취와 능동적인 학습 증대등을 이유로 재수강 제도를 폐지했으나 학생들의 반대에 부딪혀 2007년 1학기부터 다시 재수강을 인정하고 있다.


성균관대 김효정(사회과학·1)씨는 “기업에 취직하기 위해서는 학점 평균이 3.0 이상은 돼야 한다”며 “재수강은 요즘 대학생들에게 필수적인 학사제도”라고 말했다.


한양대의 경우 전공과목 학점은 절대평가제로 운영하고 있다. 박용진(한양대 독문2)씨는  “학점을 잘 주는 교수에게만 학생들이 몰리는 경향이 있다”며 “재수강에 대한 대안이 절대평가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안창림 교수(물리학과)는 “대학의 성적이 학점으로 돼 있는 것은 고쳐야 한다”며 “학생들이 받은 과목의 전체 평균과 함께 석차를 명시한다면 각 학생의 학업성취도를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영 객원기자 subakwave@ewhai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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