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리큘럼은 교육과 관련된 기관이나 사람들이 자주 쓰는 용어들 중 하나다. 특히 이 용어는 ‘우리 학과의 커리큘럼은…’·‘본 학원의 커리큘럼은…’이라는 식으로 대학이나 학원가에서 특히 많이 쓰이고 있다.


이 단어의 어원은 ‘달리다’라는 의미의 라틴어 동사 쿠레레(currere)다. 이 단어에서 파생한 쿠리쿨룸(curriculum)은 ‘달림, 과정, 경력’ 등을 의미를 가진 명사다. ‘달리다’는 것은 어느 한 지점에서 다른 지점으로의 이동을 의미하므로, 자연히 어떤 일로 보았을 때는 ‘과정’을 나타내고, 어떤 사람과 관련해서는 그 사람의 이력을 나타내게 되었다. ‘교육 과정’이라는 의미로 처음 사용한 곳은 1633년 스코틀랜드 대학가라고 알려져 있다. 당시만 해도 라틴어의 위세는 대단하였으므로 대학가에서 라틴어를 사용했다는 것은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 ‘한 사람의 삶의 과정’(course of one’s life)을 명시할 때엔 쿠리쿨룸(curriculum)에다 ‘비테’(vitæ)를 붙여 쿠리쿨롬 비테라고 한다. 프랑스에서는 이 단어를 그대로 쓰거나, 첫 글자를 따서 그냥 ‘쎄베’(CV)라고 한다.


한편, 미국인들은 ‘이력서’를 ‘레주메이’(resume)라고 한다. 정확한 불어 발음은 ‘헤쥐메’다. 이 단어 역시 라틴어 동사 레수메레(resumere)에서 왔다. ‘요약하다’라는 의미를 가진 이 동사는 불어로 들어가 헤쥐메(resumer)가 되었고, 이 동사의 과거 분사가 바로 ‘헤쥐메’(resume)다. 이 단어는 1804년 ‘요약’(summary)이라는 의미로 영어로 들어갔다. 그런데 1940년대부터 ‘한 사람의 개인적 경력의 요약’이라는 의미로 사용되기 시작하였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 단어의 원조국인 프랑스에서는 ‘요약’이라는 의미로만 사용될 뿐 ‘이력서’라는 의미로는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레주메이’를 ‘이력서’라는 의미로만 쓰는 것을 보면 한국이 미국 영어의 영향을 얼마나 많이 받고 있는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장한업 교수(불어불문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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