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가 아닌 자발적인 영어강의 수 증가 필요…모국어 중요성도 간과해선 안돼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이후 영어교육계는 신경을 곤두세웠다. 현 정부는 ‘영어 공교육 강화정책’을 주요 현안으로 삼아 제대로 된 영어교육을 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영어교육학계는 현 영어교육정책의 비현실성을 지적하며 정부는 정책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리 학교 박찬길 교수(영문학과)를 만나 현 정부 영어교육정책의 문제점과 대안을 들어봤다.

 

△영어 공교육 정책에 구체적으로 어떠한 문제점이 있는가?
일단 ‘영어실력이 곧 국가경쟁력’이라는 말이 진실인지 다시 한 번 살펴봐야 한다. 현 정부의 영어 공교육 강화 자체를 비난하지는 않는다. 어떻게 강화할 것인가가 문제다.


현재 초·중·고등학교 영어 이수 시간이 730여 시간인데, 이를 두 배 이상 높이면 다른 과목의 이수 시간이 상대적으로 줄어든다. 다른 과목이 부실해질수밖에 없다. 이 희생이 전체적인 국가 경쟁력 향상에 도움될지 의문이다.


또한 영어 실력을 지나치게 강조하면 상대적으로 모국어 능력은 떨어진다.  우리 사회가 원하는 인재는 한국어 실력과 영어 실력을 모두 갖춘 사람이지 영어만 잘하는 인재는 아니다.

 

△대학의 영어 교육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대부분 대학생은 영어강의를 의무적으로 수강한다. 그러나 학생들의 영어 실력이 충분히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영어 강의 수강을 의무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학생들이 필요에 따라 자발적으로 영어 강의를 듣게 해야 한다.


강의의 성격과 질을 고려하지 않고 영어 강의의 수만을 늘리는 것도 문제가 있다. 영어강의 수 확대는 세계적인 추세지만 이 모든 것이 강제가 아니라 자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학문적인 의미로서 한국어의 중요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지난 10년 간 우리 학교에서 시행됐던 교양 영어 수업은 말하기 중심 이었다. 그래서 학생들이 독해 능력이 떨어졌다. 대학에서 요구하는 영어 실력은 회화 중심이 아니라 전공 서적을 읽을 수 있을 정도의 독해 능력이다. 학생들의 읽기·듣기·말하기·쓰기 능력이 균형 있게 발달될 수 있도록 대학 영어교육 시스템을 교정 해야 할 필요가 있다.

 

△현 정부가 제시한 영어교육정책을 보완하는 대책은 무엇인가?
한국인 교사를 양성시켜야 한다. 한국 문화와 한국 학생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교사는 외국인이 아니라 한국인 교사다. 한국인 교사와 보조교사로서의 원어민교사가 서로 협력 관계에 있을 때 좋은 영어교육이 시행될 수 있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영어교육을 필요로 하는 국민에게 저렴한 영어프로그램을 많이 제공하는 것이다. 가령 교육방송의 영어교육 TV프로그램 방영 횟수를 늘리거나 TV에 방영되는 외국 영화를 자막으로 처리하는 등 미디어 환경을 변화시키는 방법도 있다. 어떠한 정책이든 예산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으로 접근해야 한다. 

 

△현재 사회는 영어 능력을 지나치게 강조한다.
우리나라는 영어를 잘한다는 것이 어학 능력만 뛰어나다는 뜻이 아니라 그 사람의 지적 능력도 뛰어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즉, 영어를 잘하면 다른 분야의 실력도 뛰어날 것으로 생각하는 식이다. 그래서 각종 회사에서 토익이나 토플 점수를 요구하는 것이다. 이러한 영어 과수요는 줄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영어가 필요하지 않은 업무에서는 영어 점수를 요구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온 국민이 영어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는 없다.


  송현지 기자 yoyyos@ewhai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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