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원의 행복 기획자 이윤미(시디·01년 졸) 인터뷰

한창 밝은 오후였지만, 로비는 어두웠다. 저녁에 있을 공연을 앞두고 폭풍전야 마냥 컴컴한 세종문화회관은 비밀을 숨겨둔 것처럼 고요했다. 그 비밀을 안은 듯이, ‘천원의 행복’ 안내 책자를 가득 안은 이윤미(시디·01년 졸)씨가 로비를 걸어 나왔다.


세종문화회관 공연기획팀에 있는 그는 세종문화회관과 서울시가 주최하는 ‘천원의 행복’ 프로젝트를 기획한 7명 중 한명이다. ‘천원의 행복’은 서울 시민을 대상으로 매월 마지막 주 월요일에 입장료 천원으로 공연을 볼 수 있게 한 문화기획이다. 작년 1월부터 시작한 ‘천원의 행복’은 평균 예매 경쟁률이 7:1 정도일 만큼 회를 거듭할수록 시민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많은 분들이 세종문화회관이라면 높은 벽을 느끼시는 것 같았어요. 공연기획팀은 이러한 고민에서 ‘서울시민 문화충전 천원의 행복’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됐어요.” ‘천원의 행복’은 작년부터 올해까지 국악·클래식·무용·뮤지컬 등 다양한 공연을 시민들에게 제공했다. 미스코리아 이하늬·모델 박둘선 등 유명인들이 공연의 사회자나 해설자로 출연해 관객들이 작품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지난달 있었던 ‘국민과 함께 하는 천원의 행복’은 이명박 대통령이 참석하기로 돼 있었다. 공연이 막바지에 다다랐을때  대통령 측에서 ‘참석하지 못할 것 같다’는 이야기가 도착했다. 조마조마했지만 공연 종료 전 대통령 측에서 다시 ‘참석할 수 있다’고 전해왔다. 단 몇 분이었지만 긴박한 순간이었다. 그녀는 무대·출연·자원봉사자·운영·홍보·행정 등 여러 팀이 ‘백조의 발’처럼 함께 해 무리 없이 진행할 수 있었다며 웃어 보였다
이씨는 처음부터 공연기획을 시작한 것은 아니다. 졸업 후 대기업에 취직했던 이씨가 세종문화회관 공연기획팀에 들어온 것은 2년 전. “대기업도, 공연기획도 ‘상업적인 물건을 파는 일’이죠.  하지만 같은 물건을 팔아도 그것에 관심과 애정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가 팔고싶었던 ‘물건’은 ‘공연’이었다. 그녀는 “문화를 사랑하는 마음과 이화에서 배운 문화 기획기술이 합쳐져 지금의 일을 할 수 있게 된 것 같다”고 했다.
이씨는 이 분야에서 “무에서 유로 바로 가는 경우는 없다”고 말했다. 그의 경우 학생 시절 무대미술 아르바이트도 하고 공연 온라인 동호회 활동을 하며 인맥을 넓혀갔다고 설명했다. “공연기획은 사전활동이 많이 필요한 직업이예요. 단순히 공연을 좋아한 친구보다 적극적인 참여활동을 한 친구들이 더 유리합니다.” 그녀는 공연기획을 꿈꾸는 이화인에게 직업의 화려한 면만을 보지 말고 차근차근 길을 밟아갈 것을 조언했다.


러시아의 볼쇼이 극장에는 할머니가 손자·손녀를 데리고 공연을 보러 오는 모습이 자주 보인다고 한다. 이씨는 아이들이 잠재적 관객으로 커가고 문화예술에 대한 사랑이 대물림되는 환경이 만들어지길 바란다. “공연장 문턱이 높다는 선입견을 버리시고 세종문화회관을 자주 찾아주세요” 그녀는 ‘천원의 행복’ 홈페이지에 ‘우리 아이가 참 좋아했어요. 고맙습니다’ 같은 공연후기가 올라오면 오히려 감사한 마음이 든다.


“앞으로 세종문화회관과 관객이 만나는 과정에서 ‘믿음직한 징검다리’가 되는 것이 꿈이예요.” 그렇게 그녀는 비밀의 동굴 같았던 세종문화회관에 관객들을 향하는 밝은 징검다리를 하나씩 놓고 있었다.


하누리 객원기자 impleut@ewhai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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