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5월 마지막 토요일 오전11시, 여의도 공원 정자에서 다시 만나자”


주철환 전 교수는 2006년 1학기 ‘매스컴과 사회’ 수강생들에게 이렇게 약속했다. 대뜸 그 날의 약속을 기억하느냐 물었다. 그는 특유의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보이며 정확한 약속 장소와 시간을 읊었다. “그 날의 약속은 제게 단순한 약속 이상의 의미에요. 2016년까지 제게 기대감과 설렘을 안겨주는 약속이죠”


이화에서 7년 반의 교수 생활을 마치고 지난7월 OBS 경인TV 사장으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 주철환 사장을 OBS 사옥에서 만났다.

 

△재미있게 살고 의미있게 죽자
연구실에서 교수로 만났던 그와 사장실에서 CEO로 만난 그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다. 책상 위에는 기획안·편성표 등이 수북이 쌓여있었고, 인터뷰 도중에도 결제 사인을 받으려는 직원들이 들락거렸다. 사장실 한 켠에 위치한 야간침대 역시 그의 바쁜 일상을 대변해주고 있었다. ‘주철환 교수’에게 여유로움과 친근함이 느껴졌다면, ‘주철환 사장’은 신생방송국 사장다운 리더십과 분주함을 가지고 있었다.


그의 취임 소식을 듣고 많은 사람들은 그가 방송계로 돌아왔다고 표현했다. 그러나 주철환 사장은 그의 취임을 ‘새로운 세계로의 도전’이라고 칭했다. “제 좌우명이 ‘재미있게 살고 의미있게 죽자’에요. 이화인들과 함께한 교수 생활도 충분히 재미있었지만 새로운 ‘재미’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현직에서 스타 PD로 17년을 지냈던 방송 경력 외에 교수 역시 방송사 사장 역할에 큰 자양분이 됐다. 그는 교수를 리더에 비유했다. “친구와 리더의 차이점을 아세요? 친구가 그 사람이 잘 되길 바라는 사람이라면 리더는 그 사람이 잘 되도록 도와주는 사람이에요. 어떤 책을 읽어라, 면접 땐 이렇게 해라 등 학생이 꿈을 이루도록 도와주는 교수는 리더이자 일종의 CEO라고 할 수 있죠” 교수로서의 경험이 없었다면 OBS의 사장직을 제안받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학생들과 함께한 시간은 커다란 축복
교수로 재직하던 시절 그는 수강생들과 함께 소풍을 가는 등 학생들과의 친밀감을 중시했다. 그래서일까. 가장 기억에 남는 강의는 학생들이 실제로 작품을 만들어봤던 실습 수업이다. “영상기획실습·VJ실습 등 학생들의 작품에 대해 얘기해볼 수 있는 시간이 참 즐거웠어요.” 몇몇 제자들은 종종 연락을 해 온다고. 영화 한 편 볼 여유 없는 바쁜 일정이지만 그는 안부를 묻는 학생들의 연락에 반갑게 답하고 있다.


이화에서의 7년 동안 그는 홍보동영상 제작 지도, 홍종필 교수와 결성한 ‘주홍 브라더스’ 채플 공연 등 다양한 추억을 만들었다. 어느 누구보다 바쁜 교수였던 그에게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언제일지 궁금했다. “열심히 준비한 제자가 꿈을 이뤘을 때 가장 기뻤어요. 꿈을 이룬 제자가 찾아와 ‘교수님께 배운 것들이 도움이 됐어요’라고 말할 땐 그야말로 황홀했죠.” 호기심 많고 사고가 유연한 젊은이들과 함께하는 매 순간이 그에겐 축복이었다.


밖에서 바라보는 ‘이화’는 어떤 모습일까. “한 대학의 특징을 단정 하는 것은 단세포적인 발상이라고 생각해요. 이화에는 다양한 학생들이 공존하죠.” 주철환 사장이 무엇보다 강조한 것은 바로 봉사정신이다. “이화여대가 꼭 추구해야 할 것은 ‘봉사 정신’이라고 생각해요. 자존심과 주체성을 지닌 이대 학생이라면 다른 사람들을 위해 베풀어야 하지 않을까요?”


앞으로 방송에서도 주철환 사장의 얼굴을 볼 수 있다. 개그우먼 김미화와 함께하는 옴부즈먼 프로그램 ‘주철환·김미화의 문화전쟁’ 진행자로 나섰기 때문이다. “화면을 통해 시청자들을 직접 만나면서 현장의 느낌을 유지하고 싶어요” 시청자 지상주의를 추구하는 OBS의 사장답게 그는 시청자가 출연하는 방송을 늘릴 계획이다. “사람들이 무한도전의 주인공이 되면 더욱 행복하지 않을까요?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하는 꿈을 이뤄주는 방송이 돼야죠.”


그는 교수 재직 시절 학생이 지었던 EWHA 4행시를 소개했다. “Every time We Have Answer. ‘모든 순간 답은 있다’는 긍정의 정신이 이화의 정신이 됐으면 해요. 모든 문제를 기회로 생각하고 그 문제를 즐기면서 풀어보고자 노력하세요.”        

김경원 기자 if1026@ewhai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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