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이나 상점이 밀집해 있는 곳을 흔히 쇼핑가 또는 쇼핑 몰이라고 한다. 많은 가게들이 몰려 있어 가격도 싸고, 선택의 폭도 넓고, 구경하는 재미도 있어 대도시면 으레 한 두 개의 쇼핑 몰은 갖추고 있다. 그런데 이 쇼핑 몰을 찾는 사람들은 많아도, ‘쇼핑 몰’에서의 ‘몰’이 서양 운동에서 유래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몰’은 영어로 mall이라고 쓰는데, 이 단어는 펠멜(pall-mall)을 줄인 말이다. 펠멜은 16세기부터 이탈리아와 프랑스에서, 17세기부터는 영국에서 사람들이 즐기던 운동이었다. 이탈리아어로는 팔라마글리오(pallamaglio)라고 했는데, 여기서 팔라는 ‘공’(ball)을 의미하고 마글리오는 ‘망치’(mallet)를 의미한다.


프랑스 이름은 pallemaille였고, 영국은 17세기에 이 단어를 pall-mall이라는 형태로 받아들였다. 이 운동은 지름 4인치 정도의 나무 공을 망치로 쳐서 골목길 끝 지상에 세워 놓은 철제 고리 안으로 그것을 통과시키는 운동이다. 가장 적은 타수로 그렇게 하는 사람이 우승하였다. 홀이 아니라 철제 고리라는 점, 잔디 위가 아니라 땅 위에서라는 점을 빼면 골프와 비슷하다.


시간이 흐르면서 이 운동은 시들해졌지만 사람들은 이 골목길을 계속해서 그렇게 불렀다. 그리고 이 골목길은 인도나 차도가 되었는데, 런던 제임스 파크에는 ‘The Mall’이라는 거리 이름이 아직까지 남아있다. 이 거리는 나무와 꽃으로 단장하여 걷기에 아주 좋은 유행의 거리가 되었다. 그러자 그와 유사한 다른 거리도 그렇게 부르기 시작했다.


20세기 중반 이 단어부터는 도로 가운데를 가르고 길게 늘어선 나무가 우거진 좁은 길도 ‘몰’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도심에서의 몰은 다양한 가게들이 줄지어 있는 쇼핑가를 지칭했고, 교외에서의 몰은 가게, 사무실, 식당 등을 몰려 있는 빌딩이나 빌딩가를 지칭했다.


장한업 교수 (불어불문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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