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회 · 무료 영화 감상 · 학술 특강에 참여 저조…실질적 도움되는 취업설명회 많이 찾아

학내 문화 공간과 학술 행사가 외면 받고 있다. 학교 홈페이지와 학내 곳곳에 이화인을 위한 무료 영화 감상이나 학술 특강 등에 대한 각종 안내 사항이 공지되지만, 학생들의 참여는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화인 없는 이화의 문화 공간
학내에는 학생들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문화 공간이 많다. 박물관은 매 학기마다 새로운 작품을 전시하고, 자치단위 ‘이화 시네마떼끄’는 매일 새로운 영화를 상영한다. 하지만 이런 문화 공간을 찾는 이화인은 거의 없다.


1일(목) 낮 12시30분∼3시30분 박물관 정문 앞에서 관람객 수를 조사한 결과, 박물관에 입장한 학생은 단 두 명이었다. 이대 박물관 이정선 연구원은 “본교생보다는 초·중·고에서 단체 관람을 많이 오는 편”이라고 밝혔다.


2007년 10월 기준으로 미술사학을 복수전공하거나 부전공하는 학생은 총 334명이다. 전공의 규모에 비해 학생 수가 많은 편이다. 하지만 정작 학교 박물관을 찾는 학생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자연사 박물관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2007년 2학기에 이곳을 찾은 관람객은 총 3만2천158명이지만, 이 중 본교생은 거의 없다. 자연사 박물관 직원 강지영씨는 “관람객 대부분은 나이가 어린 학생들이거나, 외국인”이라며 “본교생 중에서 과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이 가끔 오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화 시네마떼끄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하루에 두 번씩 무료로 영화를 상영한다. 상영작은 자보를 통해 알린다. 하지만 상영관을 찾는 학생은 일주일에 평균 30-40명 내외다. 한 번 상영할 때마다 3-4명의 학생만이 자리를 지킨다. 송혜민 시네마떼끄 관장은 “영화에 대한 진지한 관점과 담론을 제시할 수 있는 작품을 선정하다보니, 학생들이 거리감을 느끼게 되는 것 같다”며 “열심히 준비한 좋은 영화들이 외면 받으면 아쉬울 때가 많다”고 말했다.


이 밖에 각 대학에서 주최하는 음악회나 무용극도 많다. 하지만 음악대학의 음악회는 음대생이 대부분이다. 음악대학 행정실 직원 이영희씨는 “리사이틀 공연은 연주자가 가깝게 지내는 사람들을 초청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관람객 대부분이 음악대학 학생들”이라며 “티켓을 판매하는 큰 규모의 공연에는 타과생들도 많이 오지만, 작은 공연에는 많이 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공생이거나 교수, 혹은 외부인
1일(목) 3시30분 인문관 111호에서는 이화여성신학연구소가 주최한 2008 국제석학초청 학술 강연회가 열렸다. 이번 강연회에는 총 70여명이 참석했고, 이 중 50여명이 본교생이었다. 같은 시각, 새로 지어진 ECC B142호에서는 ‘LG생활건강 마케팅 세미나’가 열렸다. 경력개발센터가 주관한 취업설명회였다. 이번 설명회에는 총 150여명의 학생들이 참석했다.


학생들이 순수 학문을 다루는 학술 특강이나 석학 초청 강연회보다는 취업설명회에 많이 참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3월에는 총 14개 기업의 설명회에 2천170여명이 참석했고, 4월에는 총 10여개 기업의 설명회에 1천320여명이 참석했다. 한 번의 취업설명회에 평균 140여명이 참석한 것이다.


학술특강이나 세미나에는 우리학교 학생보다 교수나 외부인이 많은 편이다. 대학 주최로 특강이 이뤄지는 경우에는 전공생이 많이 오기도 한다. 5월 1일 열렸던 2008 국제 석학 초청강연회에 참석한 본교생은 모두 신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이다.


지난 학기에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의 특강에 참석했던 김아영(한국음악·03)씨는 “강연회에 온 사람 중 본교생은 절반도 채 되지 않았다”며 “나머지 사람들은 내외신 기자들과 교수진 , 그리고 외부인이었다”고 회상했다.


조을원(법학·03)씨는 “전공이외에는 관심 분야가 없어 특강에 참석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조씨는 이어 “의무가 아니라, 자발적으로 참석하는 행사인 만큼, 전공 분야나 관심사에 맞아야 가게 된다”며 “특강을 홍보하는 포스터를 보면 ‘사람들이 많이 갈까’하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최윤경 객원기자 1025y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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