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강의 · 교수업무 많아 현실적 어려움…피드백 활발한 수업 학생 선호도 높아

ㄱ씨(국문·05)는 중간고사 2주 후인 8일(목) 담당교수에게 성적을 물었다.


하지만 그 교수는 “점수를 알려주기는 줄 수는 없고 반에서 어느 정도 수준인지만 알려줄 수 있다”고 답했다. 서술형 답변이 많았던 해당 수업의 수강인원은 60명이었다.


실제로 전공 수업에서 시험이 끝난 후 피드백을 받고 있느냐는 질문에 서미숙(국문·05)씨는 “국어국문학과전공 수업의 경우 중간 성적을 알 수 없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기말고사 후 최종성적을 확인하기 전 사이버 캠퍼스에 예비로 올라오는 성적이 전부”라고 말했다. 
본지가 우리학교 학생 60명을 대상으로 중간고사 이후 성적 확인을 받았는지 설문조사한 결과, 학생들은 6개의 과목 중 1개의 과목만 피드백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지에 응답하던 한 학생은 “피드백이 있더라도 대부분 시험점수에 이상이 있는 것으로 그친다”며 “대학공부가 시험만을 위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피드백 어려운 이유 ‘대형강의 많아’
주관적인 평가를 하게 되는 서술형 답안지를 제출하는 학과에서는 피드백이 꼭 필요하다. 그러나 학생들은 시험 성적을 받고도 이유를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화 교수학습센터 홈페이지의 ‘teaching tips’ 메뉴에는 ‘중간평가­학생들이 제출한 정보를 가지고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제목의 글로 피드백의 중요성에 대해 명시했다. 그러나 피드백의 중요성을 인식하면서도 실제로 이를 실천하는 교수는 많지 않다. 이화 교수학습센터의 한 관계자는 “교수 당 학생인원이 많고, 행정업무도 처리 해야하는 여건 때문에 교수들도 불만을 토로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개별적으로 학생들에게 일일이 피드백을 해 주기를 기대하기란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피드백이 활발하지 못한 가장 큰 원인은 대형강의가 많다는 점이다.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음에도 대형강의가 줄어들지 않는 것은 강의실·전임강사가 불충분하기 때문이다.


우리학교 뿐 아니라 다른대학에서도 일부 대형 강의가 교양 수준의 강좌이므로 소형강의를 고집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연세대 수업지원부 관계자는 “강의실 여건이 충분치 않은데다 강사를 늘릴 경우 전임강사 충원비용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가볍게 들을 수 있는 특강수준의 강좌가 많아 전공수업처럼 깊이 있는 질의응답 및 토론이 불필요하다”고 말했다. 

 

△타대, 리포트 돌려받기 캠페인 벌이기도
지난해 고려대 총학생회는 ‘리포트 돌려받기’ 캠페인을 벌인 바 있다. 이 캠페인은 학생들이 제출한 리포트를 교수가 평가한 뒤 다시 학생들에게 돌려주도록 하는 것이다. 외부 활동으로 바쁜 교수들의 관심을 학생들 쪽으로 되돌리겠다는 이유였다.


숙명여대·경원대 총학생회에서도 교수-학생간의 피드백을 불가능하게 하는 수업 시스템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제출하는 리포트 위에 ‘교수님, 피드백을 꼭 받고 싶습니다’라는 스티커를 붙이는 등 리포트 돌려받기 캠페인을 벌였지만 늦은 시행과 홍보 부족으로 활성화되지 못했다.


피드백의 필요성에 대해 우리 학교 교무과 관계자는 “피드백은 과목의 성격에 따라 꼭 필요할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기 때문에 모호한 문제”라며 “모든 과목의 정원을 몇 명 이하로 하자는 규칙을 만드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연세대 교수학습 연구소 김보경씨는 “학기가 끝날 때 이루어지는 강의평가를 통해서 피드백에 대한 학생들의 욕구를 파악할 수는 있다”며 “대학은 학생들이 강한 의사 표시를 해 준다면 변화할 준비가 돼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피드백 활발한 수업 학생들 수요 높아…해외에서는 조교와 함께 수업 보충해 
빼곡하게 정성들여 쓴 서술형 답안지. 그 사이로 학생의 답안보다 더욱 깨알같이 적힌 정성스런 코멘트. 간혹 있는 틀린 맞춤법 체크에 마지막 부분에는 전체적인 총평까지. 바로 지난 학기 홍양자 교수(체육학과)의 ‘인체미학’수업의 서술형 답안지이다. 홍 교수의 수업을 들은 학생들은 과제를 제출할 때 마다 꼼꼼하고 정확한 피드백을 받을 수 있었다.


400여 명 되는 대형 교양수업임에도 불구하고 하나하나 피드백을 해 주는 담당 교수의 정성에 감동했다며 수업을 수강한 학생들은 혀를 내두른다. 홍 교수는 “현장에 적용할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하는 과목이다 보니 피드백이 꼭 필요했다”며 “학생들이 제출하는 리포트나 과제들도 하나의 의견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피드백은 필수적이었다”고 말했다.


과제에 대한 직접적인 코멘트만이 피드백의 방법은 아니다. ‘기독교와 세계’수업을 진행하는 장윤재 교수(기독교학과)의 경우 사이버 캠퍼스를 활용한다. 그는 “여건이 힘든 것은 사실이지만 학생들과 커뮤니케이션을 생각하면 피드백을 소홀히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발표가 많은 수업인 ‘인간의 심리학적 이해’를 강의하는 이승연 교수(심리학과) 역시 사이버캠퍼스를 이용한다. 이교수는 “발표가 많은 수업이기 때문에 학생들의 발표에 대해서 꼼꼼히 피드백을 주려고 노력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학생정원이 많다는 것이 꼭 부족한 피드백의 원인이 된다고는 생각지 않는다”며 “매우 바쁘지 않은 이상은 학생들과 항상 소통하려고 하고, 시간이 여의치 않을 경우 사이버캠퍼스 쪽지를 통해서 학생들의 질문에 대답한다”고 말했다.


이승연 교수는 “학생들이 교수들에게 질문을 많이 하는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학생 입장에서 연결을 두절하지 말고 언제든 교수님을 찾아오면 교수들도 환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학기에 ‘교육 사회학’을 수강했다는 김시온(생명·05)씨는 “중간·기말고사에 제출했던 서술형 답안지에 한 마디 한 마디 코멘트를 달아 돌려주셨을 때 너무 감사했다”라며 “70명 정도 되는 강의였지만 교수님의 꼼꼼한 피드백 덕분에 시험이 끝난 후 점수에 대한 논란도 없었다”고 말했다.


서술형 답안지를 요구하는 인문학부나 법학과와는 달리, 문제풀이가 주를 이루는 물리학과·수학과 수업의 경우 조교(TA)들이 따로 연습문제 풀이 시간을 잡아 수업한다. 이 방식을 통해 학생들은 부족한 면을 보충할 수 있다.


해외의 경우, 이공계 학과가 아니라 할지라도 TA를 두는 수업이 늘어나는 추세다. 미국에도 대학교 학부과정에 대형 교양과목 강의가 없지는 않다.


미국은 교양과목의 70∼80%를 교수가 맡고, 박사과정의 유급 조교가 대체로 학생 30명당 1명씩 따라붙는다. 대형 강의도 수업방식은 토론식으로 진행되고 조교가 3번에 한번 꼴로 하는 그룹강의도 토론식이다.


케임브리지는 기본적인 강의(lecture)와 함께 개인교습(supervision)이라는 전통적인 교육방식을 채택하여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교수와의 1:1수업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개인교습 수업은 학생들의 전공에 대한 매우 깊고 풍부한 이해를 하는데 큰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각각의 칼리지에 소속되어 있는 교수들은 각자의 과목들의 재학생들을 나누어 맡아 개인교습을 실시한다.
이러한 방법에 대해 양인상 교수(나노과학부)는 “물리학과의 경우 조교가 시험과 과제를 채점하는 업무 외에도 따로 연습문제 풀이시간을 만들어 학생들의 보조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TA제도를 무조건적으로 도입하기 보다는 학생들의 수요와 효과를 제대로 파악해 학문의 특성에 맞게 피드백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김은별 객원기자 tinylittlekiss@ewhain.net

 

△피드백 : 학습자의 학습 행동 및 평가에 대하여 그 결과를 본인에게 알려주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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