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이가 있으면 시도 때도 없이 먹었던 우리 조상들은 지금부터 7000년부터 서서히 안정된 식사 생활을 하게 되었다. 식사 시간이나 횟수는 기후, 직업, 작업 조건, 경제 상황, 풍습 등에 따라 달랐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하루에 두 끼 식사를 했다.


16세기의 아침 식사는 스낵(snack) 정도의 아주 간단한 식사였다. 이런 간단한 식사의 유일한 기능은 전날 저녁 이후로 굶은 상태(fast)를 멈추는(break) 것이었다. 영어로 ‘아침’을 breakfast라고 하게 된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그 후 200년 정도 지나면서 아침은 단지 가족만을 위한 식사가 아니라 많은 손님들을 위한 푸짐한 식사로 변해갔다. 이 식사는 오전 10시에 시작해서 경우에 따라 오후 1시까지도 이어졌다. 그러나 아침은 다시 간소한 식사로 변했다. 예컨대 19세기 중반에는 오전 8시 경에 가족끼리 먹는 식사로 전락하였다.


그렇다면 저녁과 점심은 어땠을까? 16세기에는 저녁을 오전 11시에 먹었다. 그러나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아침이 성대해지면서 저녁은 오후 5시로 밀려났다. 19세기 중반에는 오후 7시 또는 8시까지 밀려났다. 이렇게 아침과 저녁 사이의 시간적 공백이 생기자 사람들은 그 공백을 메우기 위해 점심을 먹었다. 1755년 존슨(Johnson) 박사는 자신의 사전에서 lunch를 ‘사람의 손으로 잡을 수 있는 정도의 소량의 음식’이라고 정의한 바 있다. Lunch라는 말은 17세기 초에 생긴 luncheon이라는 말을 1829년에 줄여서 만든 말이다.


우리 조상 역시 하루에 두 끼 식사를 했다. 점심이라는 말을 쓰기 시작한 것은 조선 초기부터다. 한자로 점심은 點心이라고 쓰는데, 이 말은 ‘뱃속에 점을 찍을 정도로 간단하게 먹는 음식’이라는 뜻이었다. 점심(點心)과 런치(lunch)는 언어도 다르고 글자도 다르지만 아침과 저녁 사이에 먹는 소량의 음식이라는 점에서는 신기하게 일치하는 말이다.


장한업 교수 (불어불문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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