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부 운하, 우리시대 최고의 선택인가

“경부 운하는 경제적·환경적 효과가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큰 재앙을 가져올 것입니다”

13일(목) 이화-­포스코관에서 ‘경부 운하 우리 시대 최고의 선택?’을 주제로 서울대 김정욱 교수(환경학과)가 강연했다. 김 교수는 '대운하 건설을 반대하는 서울대 교수모임’ 대표다. 이번 행사는 '이화여대 대학생 사람연대'에 속한 학생들의 주최로 열렸다.

경부 운하는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 중 하나로, 서울과 부산 간 수심 6m·너비 100m의 길이 540km 수로를 만들어 2천5백∼5천톤 급의 화물운반선이 운행하도록 하는 것이다.

김정욱 교수는 경부운하의 경제적 이익이 높을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하며 정부가 공사비를 축소하고 예상이익을 부풀렸다고 주장했다. 그는 “상수원 취수비용·하천 제방 건설비·굴착비 등은 공사비에 포함되지 않았고, 운하에 필요한 80개 교량 중 14개 교량에 대한 비용만 계산됐다”며 정부가 골재를 채취하고 운반하는 데 드는 비용은 계산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골재를 팔아 건설에 필요한 8조원을 충당하겠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1조원 밖에 안 되는 우리나라 골재시장에서 어떻게 8조원 어치를 팔겠느냐”고 반문했다.

김 교수는 운하가 세계적으로 사양 산업이라고 주장했다. 그 예로 경부운하가 본보기로 삼는 독일 아르엠디(RMD)운하를 들었다. 그는 “아르엠디 운하에서 가장 큰 항구 도시 뉘른베르크를 작년 6월에 다녀왔다”며 “반나절을 기다려도 화물선은 한 척도 없었고, 부두라곤 강 옆에 콘크리트 길이 전부였다”고 말했다. 또 독일 운하와 우리 나라 강은 다르기 때문에 동등하게 비교하는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김정욱 교수는 “독일 라인강은 연중 최대 유량과 최소유량 차이가 얼마 나지 않지만, 우리나라는 차이가 크다”고 설명했다.

그는 플로리다 운하가 경부운하의 재앙을 미리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플로리다 운하 완공 후 홍수로 물이 범람해 2천 명이 목숨을 잃었다. 범람을 막으려고 6m높이의 둑을 쌓자 강과 육지 사이 단절로 생태계에 변화가 생기고 토양이 유실됐다. 김 교수는 “운하엔 물을 항상 채워놓아야 하기 때문에 홍수 때 운하가 범람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플로리다 운하가 복원 공사 중인데, 그 비용이 운하공사의 10배”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한 “땅값 상승 등으로 이익을 보게 될 지역주민들의 지지에 힘을 얻어 사업이 시작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홍보물에 그려진 경부운하의 모습을 보여주며 “이는 실제 운하 모습과는 전혀 다른 것이지만, 지역민들에게 엉뚱한 환상을 불러일으킨다”고 덧붙였다.

강연이 끝난 후에는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김의경(환경공학·04)씨는 “대운하를 만들어 수질을 개선해야 할 만큼 우리나라가 강이 오염됐느냐”고 물었다. 김정욱 교수는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한강과 낙동강물은 우리가 식수로 사용할 만큼 깨끗하다“고 말했다.

강연을 들은 강혜영(행정·06)씨는 “경부 운하는 나와 상관없는 일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관심을 두어야 하는 문제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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