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12일(월), 지구 한 편이 갈라졌다. 대지는 거대한 입을 열어 온갖 것을 삼켜버렸다. 그리고 지금, 그 곳의 사람들도, 그들의 보금자리도 모두 사라져 버렸다.


중국 쓰촨에서 리히터 규모 7.8의 강진이 발생했다. 중국 정부는 16일(금), “현재 약 1만5천여 명이 사망했고, 6만명∼7만명이 실종된 상태”라고 발표했다. 땅이 무너져 내린 곳. 울음과 한숨이 공중을 떠도는 곳, 그 곳에 가족을 두고 온 이화인이 있다.


“사진은 안 찍을래요. 난민처럼 보이고 싶지 않아요” 인터뷰를 시작하기에 앞서 먼저 사진을 찍으려하자, 그는 경계하듯 말했다. 괜히 초라하게 보여 사람들에게 동정 받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작년 8월 우리 학교에 온 중국인 교환학생 이신림(광고홍보·07)씨. 그의 가족과 친구들은 ‘쓰촨’에 있다. 간신히 그를 설득해 사진을 찍었지만, 역시 얼굴이 어둡다.


그는 지진이 발생한 날 오후4시 쯤 인터넷을 통해 쓰촨에 지진이 났다는 것을 처음으로 알았다. 당장 가족들에게 전화를 해 봤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지진으로 통신 시설이 다 끊겼기 때문이다. 자꾸만 조바심이 났다. 이튿날 오후가 되어서야, 가족들과 연락이 닿았다. 무사하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나서야 비로소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하지만 친구들 중 몇 명과는 아직도 연락이 되지 않는다. 생사를 확인하지 못한 친척도 몇 있다. 그들은 지진 피해가 가장 심한 두장옌에서 살고 있었다. 신림씨의 가족은 그곳에서 조금 벗어난 지역에 살고 있어 위험을 피할 수 있었다.


“지금도 여진이 느껴진다고 해요. 그래서 집에 있으면 위험하니까, 집이 무너지지 않은 곳의 주민들도 정부에서 마련한 임시 대피소에서 거주하고 있어요. 저희 부모님도 그 곳에 계세요” 아직 지진은 끝나지 않았다. 건물 안에 매몰된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중국 내 외에서 많은 도움을 주고 있어 이 난관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하고 있다.


현재 중국에서는 인터넷 사이트를 통한 모금 활동이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벌써 10억 위엔(약 1500억 원)정도 모였다. 중국 매스컴은  엄청난 규모의 모금 활동에 대해 보도하기도 했다. 신림씨도 얼마 전 모금에 참여했다. 국민들의 자발적인 모금 활동과는 별도로 중국 정부는 쓰촨성에 복구 사업비로 86억 위엔(약 1조2천8백억원)을 지원했다. 그리고 현재 6-7만명의 인민군이 피해지역에서 복구 작업을 벌이고 있다. 지금의 위기는 중국인들을 더 단결하게 만든다. “지금 중국의 상황이 좋지 않지만, 이런 시련은 우리를 더 단결하게 만듭니다” 그는 나라가 곤란에 빠졌을 때, 나라를 더 사랑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국제사회도 위기에 직면한 중국을 외면하지 않았다. 현재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각국이 쓰촨으로 구호 물품을 보내고 있다. “여러 나라에서 중국에 많은 관심을 표하고, 원조를 해 주고 있어요. 국제사회가 중국의 아픔에 관심을 가져 주는 것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해요”


하지만 일부에서는 이번 재난을 ‘재난 이상’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눈앞에 둔 이때, ‘티벳’에서 ‘쓰촨’에 이르기까지 쉴 새 없이 사건·사고가 터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성화 봉송을 둘러싸고, 한국 시위대와 중국 학생들 사이에 충돌이 있었다. 다른 여러 나라에서도 성화 봉송에 문제가 많았다. 성화를 빼앗기거나 불이 꺼지는 수모를 겪었다. 


“한국에 와서야 중국이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 어떻게 비춰지고 있는지 알게 되었어요. 하지만 사실과 다른 면도 많아요. 그동안 나라를 개방하지 않았기 때문에 오해가 생긴 것 같아요” 그는 사람들이 중국에 대해 잘못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인은 외국인에게 친절하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에서 발생한 유혈 충돌에 대해서도 한국이 오해하고 있는 점이 있다고 말했다. 중국인들은 성화 봉송을 축하하기 위해 그 자리에 모였던 것이고, 그 중 일부 학생들만이 싸움을 했지만, 매스컴을 통해 그 사건을 접한 한국 사람들은 중국인 전체를 비난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충돌이 일어났다면 양측 모두에게 책임이 있게 마련인데, 한국의 매스컴은 중국 학생들의 폭행에 대해서만 언급했다.


“성화 봉송 문제나 중국 학생들을 정치와 연결시켜 생각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설사 두 나라 사이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그것은 정치적인 문제일 뿐, 한국과 중국의 국민들이 감정적으로 대립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유학생으로 타국에 와보니까 다른 나라 사람들이 중국에 대해 더 잘 알 수 있게 노력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우리가 어떻게 해야 우리나라를 더 잘 알릴 수 있을지도 생각하게 됩니다”


이제 곧 이화를 떠나는 이신림씨. 한 달 후면 일 년간의 한국 생활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간다. 이화에서 보낸 두 학기동안 이화의 개방적인 학풍에 마음이 끌렸다고 했다. 특히 학생회장을 선거하는 방식은 신선했다. 중국에서는 학생회장을 선출할 때, 모든 학생들에게 투표권이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학생회를 선발하도록 뽑힌 일부 학생들에게만 투표권이 주어진다. 학생들 모두가 직접 선거에 참여할 수 있게 하는 방식이 더 나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화인들이 중국에 갈 기회가 생긴다면, 그 때 진짜 중국이 어떤 나라인지 알게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가까운 나라잖아요. 비슷한 전통을 가진 두 나라가 앞으로도 계속 친구로 남았으면 좋겠습니다” 두 땅덩이를 잇는 다리 위에 그가 서 있기를 기대해 본다.   

 

최윤경 객원기자 1025y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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