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민 이화여성병원장 (의학·80년졸) 인터뷰

작년 여름, 남편의 폭력에 19세 베트남 신부가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가해자에게 12년의 중형을 선고하는 동시에 피해자인 베트남 신부에게 용서를 구하는 판결문은 최근 화제가 되기도 했다. 사건이 발생한 당시, 대책위원장을 맡은 이화여성병원 이종민 원장(의학·80년 졸)은 “신부가 죽기 전날에 쓴 편지는 남편을 원망하지 않는다는 내용이었다”며 안타까웠던 상황을 전했다. 이 사건은 앞으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이주여성을 위한 봉사활동을 더욱 열심히 하는 계기가 됐다.

이종민 원장은 1990년대 초부터 이주여성의 친정엄마 역할을 도맡아 하고 있다. 여성병원이다보니 병원을 찾는 이주여성들도 많았다. 이주여성들은 진료와 함께 한국생활의 어려움까지 호소했다. 이러한 어려움을 두고 볼 수는 없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주여성을 대상으로 멘토링 사업을 시작했다.

이종민 원장은 “신붓감을 돈 주고 사왔다는 인식이 강했던 과거에 비해 현재는 이주여성의 생활환경 많이 개선됐다”고 말했다.

많이 나아지긴 했지만 이 원장의 관점에서 이들의 삶은 여전히 열악하다. 이주여성의 모국에서보다 결혼한 후 한국 농촌에서의 생활환경이 더 열악한 경우도 있기 때문이라고.

이 원장은 이주여성들이 앞으로는 남에게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자립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원장은 그들에게 무조건 받는 것보다는 베풀며 살아가는 삶이 중요하다는 것을 가르치고 있다. 그가 계획하고 있는 노인 복지재단도 도움 받는 사람들의 자립에서 비롯됐다. 그는 노인복지재단을 통해 “이주여성은 노인에게 도움을 줄 수 있고, 노인들은 이주여성에게 한국어를 가르쳐 주는 시너지 효과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차별받고 따돌림 당하는 이주여성의 아이들을 위한 공부방을 만들기도 했다. 경제적인 부담 없이 아이들이 방과 후에도 공부를 할 수 있는 시설의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이다.

이 원장은 이주 여성들에게 아이들을 친정에 자주 보내라는 조언을 한다. 두 가지 언어를 구사하도록 해 아이의 다양성을 키우고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30여년간 쉬지않고 봉사활동을 해온 그는 대학 시절, 처음 봉사활동을 접했다. 노숙자·결핵환자 등 소외계층을 위한 사회봉사를 시작하게 된 것은 의예과 2학년부터다. 이 원장은 “지금까지 가족이나 국가, 사회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기 때문에 그동안 받은 혜택을 환원하고자 봉사활동을 한다”고 말했다.

장세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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