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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일론(nylon): 비닐과 코튼의 혼성어

올 봄에는 짧은 치마를 입고 다니는 학생들이 유독 많은 것 같다. 그렇게 하기엔 아직도 추운데 말이다. 짧은 치마와 함께 스타킹도 눈에 많이 뛴다. 스타킹의 재질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많이 쓰이고, 따라서 우리 귀에 가장 익숙한 것은 나일론이다.

먼저 어원부터 살펴보면, 나일론(nylon)은 ‘비닐’(vinyl)에서 ‘닐’(-nyl)을 따고, ‘코튼’(cotton)에서 ‘온’(-on)을 따서 만든 혼성어다. 이 재질은 1931년 9월 화학자 줄리언 힐(Julien Hill) 등이 두폰(Dupont) 사의 사업 계획서를 미국 화학 협회에 제출하면서 처음으로 알려졌다. 

나일론으로 만든 첫 제품은 1930년대 말에 만든 칫솔이었다. 그러나 이 재질이 오늘날처럼 세상에 널리 알려지게 된 것은 1939년 나일론 스타킹을 판매하면서다. 이듬 해 나일론 스타킹은 한 켤레에 59센트였던 실크 스타킹보다 훨씬 비싼 1달러 25센트임에도 불구하고 무려 3600만 켤레나 팔렸다고 한다. 

한편 스타킹(stocking)은 ‘소매’를 의미하던 고대 영어 스토쿠(stocu)에서 유래한 말이다. ‘다리를 덮음’이라는 뜻의 스톡카(stocka)를 거쳐, 16세기 말 오늘날과 같은 형태로 쓰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스타킹은 본래 남성의 전유물이었다. 4세기 성직자들은 무릎 위 정도까지 오는 하얀 스타킹을 신었다. 5세기 교회의 모자이크 벽화를 보면 성직자들은 허벅지까지 올라오는 스타킹을 신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11세기에는 오늘날 팬티 스타킹과 같이 하반신 전체를 가리는 스타킹이 출현했다. 

여성이 스타킹을 신기 시작한 것은 14세기 초다. 그리고 적어도 16세기까지는 여성들이 스타킹을 즐겨 신지 않았다. 어쨌든 스타킹이 발목에서 무릎 위로, 무릎에서 허벅지로, 허벅지에서 하반신 전체를 덮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했고, 과거에는 남자의 전유물이었던 스타킹이 지금은 거의 여자의 전유물이 되었다는 사실은 꽤나 흥미로운 사실이다. 

장한업 교수(불어불문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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