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 생활환경대학은 2007년 1학기부터 신입생을 받지 않았다. 당시 대학구조조정을 통해 생활환경대학은 없어졌다. 생활환경대학에 속했던 소비자인간발달학과·식품영양학과·의류직물학과는 각각 다른 단과대학으로 이전됐다. 각 학과는 사회과학대학·건강과학대학·예술대학으로 뿔뿔이 흩어졌다.

급격하게 변한 구조조정과정을 통해 외롭게 떨어진 학생들도 있다. 생활환경대학으로 입학했다가 선배도, 후배도 없이 외롭게 지내는 학생들이 바로 그들이다. 소비자인간발달학과 06학번 약 50명의 학생들은 현재 ‘존재하지 않는 단과대학’의 ‘유령 학과’를 다니고 있다. 선배들은 모두 소비자학과로 전과해 버리고, 후배들은 입학하지 않았다. 

이 학생들은 6학기 이수 후 소비자학과로 전과하기 위해 전공도 아닌, 이전할 수업을 미리 듣고 있다. 졸업하지 않을 학과에서 1년 동안 이수해야 한다. 거의 모든 시간표를 사회대 전공 수업으로 채워 듣지만 소속이 생활대라는 이유로 사회대 시설을 이용할 수 없다.

그들은 거대한 구조조정의 틈바구니 속에서 목소리도 내지 못하고 사라지고 있다. 소비자인간발달학과를 비롯해 학과가 이전되는 학생들의 교육권은 학내 누구도 보장해 주지 못하고 있다.

대학구조조정은 글로벌 세계에 맞추기 위해, 학문의 융합을 시도하기 위해 학교에서 실시한 거대한 개혁이다. 대학은 사회에 이바지할 훌륭한 인재를 키워내는 곳이다. 우리 학교도 좀 더 좋아지고, 나아질 미래를 꿈꾸며 계획한 구조조정 일 것이다. 그러나 그 사이에서 학생들의 꿈과 희망은 철저하게 무시된다.

나름의 진로와 미래를 설계하고 우리 학교에 입학했던 학생들의 교육권을 책임져 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소중한 꿈을 가지고 학교에 입학한 학생들은 구조조정으로 인해 상처받는 것이다. 학생들이 꿈꿔온 미래 계획이 단지 ‘이화’에 입학했다는 이유 하나로 무시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대학의 큰 개혁을 통해 학교는 훨씬 큰 명성을 누릴 수 있다. 훌륭한 평가를 받고, 세계적인 대학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얼마나 내실 있게 학생들을 키우느냐는 것이다.

학교는 훌륭한 교육을 통해 학생을 배출해야 한다. 그것이 학교의 기능이고 목표다. 학생이 제대로 된 교육을 받아야 학교도 계속해 좋은 평가를 받는다. 학생의 ‘꿈’을 실현시켜 주는 일이 학교가 해야 할 일이다. 대학의 거대한 계획과 변화보다 더 시급한 것은 학생 개개인이 누려야 할 소중한 교육권이다. 학교는 구조조정으로 학과가 이전돼 소외된 학생들을 위한 대책을 좀 더 시급히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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