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이수학점 타대보다 낮아 ··· 전공 심화 과목도 적게 개설 돼

높은 등록금에 비해 우리학교의 졸업이수학점은 적고, 선택할 수 있는 전공과목의 수 역시 너무 제한돼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사회과학대학(사과대) 08학번 이전 입학생이 졸업하려면 전공·교양을 포함해 총120학점을 이수해야한다. 이는 연세대 126학점·서강대 140학점에 비해 낮은 수치다. 연세대의 경우는 졸업요건 총학점이 126학점으로 우리학교와 같지만, 하나의 전공(단일전공)을 선택할 경우, 졸업에 필요한 학점은 48학점이다. 우리학교 42학점에 비해 높다.


부·복수전공 역시 서강대와 연세대에 비해 요구하는 전공 학점이 적다. 우리학교는 복수전공을 신청한 학생의 졸업요건으로 최소 33학점씩을 요구하고 있으나 서강대와 연세대 학생은 36학점 이상씩 이수해야 한다. 등록금이 두 학교보다 높은데도 불구하고 들어야 하는 학점 수는 적게 책정되어 있는 것이다. 복수전공을 하면 전공필수 과목만 들어도 최대 이수학점이 거의 다 차기 때문에 다른 다양한 교양 수업을 더 듣고 싶어도 듣기 쉽지 않다.
한편 법과대학 졸업생에게 요구하는 전공학점은 타학교에 비해 지나치게 높아 부담이 된다는 지적이다. 우리학교 법학과 학생은 복수전공을 하더라도 졸업 전 최소 81학점을 들어야 한다. 복수전공을 신청한 연세대와 서강대 법대생은 각각 36학점만 들으면 된다. 우리학교 법학과 학생은 부·복수전공을 감히 신청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수빈(법학·05)씨는 “사법고시를 준비한다면 상관없겠지만, 다른 학과 부·복수전공은 엄두도 못 낸다”며 “기업이 경제·경영학과 등 상경계열 출신 학생을 우대하는 현실을 감안할 때 법대생들에겐 취업의 통로를 막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졸업이수학점을 낮추는 것은 기업인턴이나 대외활동을 높여 학생에게 취업 준비에 필요한 시간을 주는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김현지(경제·06)씨는 “워낙 학점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이수 학점이 낮더라도 학기 중에 대외활동을 하기는 부담스럽다”며 “공부라도 열심히 하도록 한 학기 당 18학점 들을 수 있는 것을 21학점으로 늘려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선열 교수(언론홍보영상학부)는 “기업들 눈치보느라 4학년이 수업을 제대로 듣지 않는 것을 방치하는 것은 직무유기”라며 “대학이 기업의 근시안적인 인재양성 전략에 휘말리지 않고 철저하게 공부시켜서 내보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리 학교는 90년대 130학점이던 졸업 이수학점을 2001학년도부터 120학점으로 줄였다가 올해 126학점으로 조정했다. 따라서 08학번은 사회과학대학 학부 심화전공의 경우 42학점, 부·복수전공의 경우 33학점을 채워야 한다. 하지만 변경한 전공이수학점도  타학교 기준과 비교했을 때 여전히 낮다.
김강촌(컴퓨터·05)씨는 “강의를 많이 들을 수 있으므로 졸업할 때 이수해야할 학점을 높이는 건 환영할 일이지만, 심화과목 확대 등 커리큘럼 변화 없이 단순히 졸업학점을 높이는 건 문제”라고 말했다.
김지혜(행정·04)씨는 “수강신청 전 커리큘럼을 받았을 때 가장 먼저, 18학점을 어떻게 채워야하나 생각부터 든다”면서 “전공필수인 심화전공 5개는 1·2학년 때는 어려워 못 듣고 3·4학년 땐 개설된 강의가 없어 들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 이번 학기에 개설된 행정학과 4학년 심화 과목은 하나뿐이다. 그러다보니 대부분의 전공강의에 50∼300명의 학생들이 몰리는데도 대다수 학과는 더 많은 수업을 제공할 여력이 없다. 게다가 수업조교가 아예 없거나 한 두 명에 그쳐 담당교수가 모든 학생을 혼자 지도해야 하는 열악한 환경에 처해 있다.


강의의 수와 내용을 다양하게 하는 것이 왜 개선되지 않는가에 대한 이유로 최선열 교수(언론홍보영상학부)는 ‘교수 수가 적은 것’ ‘개설학점 한도가 정해져 있는 것’ 등의 이유를 들었다. 이어 최 교수는 “근본적인 문제는 그동안 교육부가 학부제를 무리하게 추진하느라 대학행정에 지나치게 개입해 과차원이든, 대학차원이든 대학교육의 자율성이 없었기 때문”이라면서 “교과과정 설계를 대학이 자율로 하게 하면 전공 특성에 따라 최적의 모듈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영 객원기자 subakwave@ewhai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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