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쭉쭉 다리를 뻗어! 그래야 스트레칭이지!”
해가 지기 전 운동장, ‘열혈공대(熱血工大)’라고 프린트된 검은 티셔츠를 입은 무리들이 모여 동작을 따라 하고 있다. 그 사이에서 빨간 점퍼를 입은 코치는 연신 “이렇게, 이렇게”라며 스트레칭 시범을 보인다. 이번 ‘이화인 하나되기 축구대회’에 출전한 공대팀과 응원 온 공대학생들의 경기 직전 모습이다.

 

△아침·주말 안 가리고 연습
참가신청 학생이 많아 공대1팀 ‘공체스터 유나이티드’와 공대2팀 ‘레알 공드리드’로 나눠진 이들.
공대 고보람 학생회장은 작년 공대팀 축구 코치를 맡았던 김효진(체육·04)씨에게 코치를 맡아줄 것을 부탁했다. 경기 2주 전부터 코치는 수들과 함께 훈련에 돌입했다.
“짧은 기간이라 오전8시에 모여서 연습을 하거나, 주말에 모여서 연습을 했어요.” 우선 기술을 익히고, 체력을 기르는 것이 목표였다. 김씨는 간단한 게임을 하며 선수들의 ‘포지션’을 구상했다고 한다. “작년에도 뛰었던 선수가 30% 정도 있어서 그들의 포지션을 중심으로 새 포지션을 만들었다”고. 이후에는 코너 킥·패널티 킥·드로잉 등 구체적인 기술을 연습했다.
우정화(컴퓨터·08)씨는 “처음에는 아침 일찍부터 한 연습이 힘들었다”고 털어 놓았다. 그는 연습 ‘출석률’이 높았던 선수 중 한 명이다. “연습하면서 함께 모일수록 사람들과 친해지고 축구가 늘어 끝까지 계속 참석하게 됐어요.”

 

△몸 사리지 않으려 흙 묻히기도
‘공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첫 경기는 7일(수)에 열렸다. 그 전에 경기를 먼저 치룬 ‘레알 공드리드’는 경영대에 졌지만, 응원을 하기 위해 모였다. 경기 30분 전 비가 그치자  몸을 풀고 있는 선수들 사이에 긴장감이 돈다.  
“내가 ‘올라가’라든가 ‘내려가’라고 하는 말을 잘 들어.” 코치가 선수들에게 말하자, 임효선(환경식품·08)씨가 손을 들고 질문을 한다. “그런데 코치님, 올라가는 게 어디로 가는거죠?” 진지한 표정의 선수들 사이에서 웃음이 터졌다. 김씨는 “올라가는 건 상대 골 진영으로, 내려오는 건 우리 골 진영으로 오는 것”이라고 설명하며 “그걸 이제야 묻다니, 어쩐지 연습할 때 우왕좌왕하더라”며 웃는다.
경기 시작 15분 전, 김경혜(전자·07)씨와 이혜승(전자·07)씨가 “경기 뛰려고 보강을 빼먹고 왔다”며 운동장으로 달려온다. 코치는 이들이 작년에도 뛴 ‘엘리트’라고 설명했다. 3년 째 축구대회에 출전하는 김민지(환경·06)씨는 “처음 했던 경기에서는 21대1로 진 적도 있다”며 “3번째지만 지금도 떨린다”고 한다.
비가 와서 추우니 계속 뛰라는 코치의 말에 선수들은 상기된 얼굴로 “긴장돼서 이미 덥다”고 입을 모았다. 젖은 잔디 위에 들어선 선수들이 몸을 사리는 기색이 보이자, 코치는 “모두 잔디 위에 눕자”며 선수들을 직접 눕혔다. 그렇게 경기 시작 전부터 이미 온몸에 진흙을 묻힌 공대팀은 이날 빗속에서 법대에 3대1로 승리했다. 


△꼬마도 “공대 파이팅”외쳐
경영대와 치를 2차전은 대동제가 시작되는 21일(수)이다. 운동장 옆에 설치된 무대에서는 대동제 공연이 한창이었다.
선수들은 각자 무릎까지 오는 축구용 양말도 챙겨왔다. 코치도 준비해온 ‘공격수용 무릎보호대’를 꺼낸다. 선수들은 코치가 시키기도 전에 “자, 라인업하자!”며 대열을 정비했다.
코치는 첫 경기보다 긴장한 모습이다. “이길까? 떨리네”라며 혼잣말을 한다.
경기를 시작한지 1분 만에 경영대에 패널티 킥 기회가 갔다. 그러나 한 골은 골대를 맞고, 한 골은 골대 위로 지나가며 공대팀은 위기를 넘겼다. 이어 경영대가 기습적으로 두 골을 넣고, 휴식시간 직전 공대가 한 골을 넣어 2대1로 전반전이 종료됐다.
휴식 시간이 되자 그들을 에워싼 공대 학생들이 “이길 수 있다”며 응원했다. “오늘 지면 뒷풀이에서 연습 결석한 횟수만큼 벌주 마시는 거 알지?”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코치가 말을 건네자 선수들 모두 웃었다.
후반전이 시작되고 1분만에 공대가 한 골을 넣어 경기는 다시 원점이 됐다.
어디선가 나타난 5살 정도 되는 남자아이가 볼보이까지 자청하며 공대 응원팀을 따라 “공대 파이팅, 공대 파이팅”을 외친다. “사람을 막아”, “빨리 내려와”라며 코치는 목이 터져라 외친다.


수비수가 얼굴에 공까지 맞으며 분투했지만, 결국 경영대가 2골을 더 넣고 경기는 종료됐다. 대동제가 진행중인 옆 무대에서는 흥겨운 노래가 무심하게 울려 퍼지고 있었다.
고보람 학생회장은 “참 잘 뛰었고, 졌지만 난 우리 공대팀이 무척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아쉬운 표정에 모두 울상이었지만, 이내 서로 ‘수고했다’고 다독이며 웃어보였다. 우정화씨는 “최선을 다했고, 다친 사람이 없어서 다행”이라며 “내년에는 우승하겠다”고 말했다.
코치 김효진씨는 “아쉬운 점이 많지만, 학교생활하면서 같은 단대도 동아리도 아니라 못 만날 뻔 한 공대 후배들을 알아서 참 좋았다”고 했다. 지난 5주간의 열렬했던 정신, 그 ‘열혈(熱血)’을 운동장에 새기며 그들은 정문을 나섰다.


하누리 객원기자 bellarusk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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