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차노미즈여대 타케무라 카즈코(竹村和子)교수(영문학과) 연구실의 문을 열고 들어가자 한글로 쓰인 ‘제10회 서울국제여성문화제’ 포스터가 눈에 띈다. ‘여성학’에 푹 빠진 타케무라 카즈코 교수에게 여성학 연구 이야기를 들었다.


타케무라 교수는 2006년 오차노미즈여대 교수와 학생 30여 명과 함께 우리 학교를 방문해 여성학 발전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그는 “교수뿐만 아니라 학생들과도 활발하게 의견을 나눈 토론이었다”고 말했다.


그 자리에서는 일본 식민지 시대의 전반적인 한국 사회 문제에 대한 이야기도 나눴다. 그는 식민지 시대 문제는 양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에서 관심을 가져야할 문제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아직까지 일본 대학에는 여성학과가 학부에 있는 곳이 드물다. 그는 학부에서 문학작품에 드러난 여성들의 의식을 분석해 페미니즘을 가르치고 있다. 타케무라 교수는 “문학작품을 여성학의 관점으로 분석해 논문을 써내는 학생들을 보면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오차노미즈여대도 내년부터 연계전공으로 ‘여성학’을 신설할 계획이다.


그는 아직까지 일본에서 성차별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그는 “높은 자리까지 승진하는 여성들로 인해 성차별이 사라진 것처럼 보이지만, 여성들이 승자와 패자로 나눠지면서 성차별은 더욱 심각해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비정규직 여성’을 예로 들며, “비정규직과 정규직 간의 차별에 관심이 집중되다보니 비정규직 여성에 대한 문제는 부각되지 않는다”며 “그들은 열악한 조건에서 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남학생들도 여성학 학술회의에 참석하도록 해 의견을 교류할 생각이다. ‘여성학’이 여대에서만 하는 특별한 학문이 아니라 남학생들도 함께 고민하고 생각해볼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는 “전쟁영화를 볼 때는 영화 속 ‘여성의 위치를 생각하면서 보라”며 “표면적으로는 전쟁 중 남자들의 우정을 미화시켜 나타내지만, 은연중에 여성을 차별하는 메시지가 깔려있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이화와의 인연의 끈을 놓치지 않겠다는 타케무라 교수를 통해 오차노미즈여대에서도 ‘여성학’의 꽃이 활짝 피길 기대한다.


송현지 기자 yoyyos@ewhai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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