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세다대 수업시간, 검은 양복을 입은 학생들이 곳곳에 보인다. 동경대 야스다 강당 앞에도 검은 양복을 갖춰 입은 남학생들이 모여 이야기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3·4학년 취업준비생이다.


취업을 원하는 일본 대학생들은 3학년 무렵부터 기업 설명회에 참석하고, 기업이 요구하는 과제를 준비한다. 이 과정은 취업의 가장 첫 단계로, 이때 검은 양복 차림으로 참석하는 것이 관례다. 고학년 학생들은 우리나라의 기업 인턴십과 비슷한 파견 활동을 나가거나 설명회에 참석하느라 바쁜 나날을 보낸다. 이런 과정을 거친 일본 학생들은 대부분 졸업하기 전 취업에 성공한다.

 

△취업시 학점 중요치 않아
4월 말 ‘후지필름(Fuji Film)’사에 입사한 와세다대 사다야소 에이타로(국제·4학년)씨는 4학년이 되면서 일주일에 하루만 등교한다. 1·2학년 때 졸업 학점인 125학점을 거의 채웠기 때문이다.


일본의 많은 대학은 학기당 이수학점을 제한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대학이 소위 ‘몰아 듣기’를 장려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와세다대 학생 중 약 60%는 취업을 하고, 40%의 학생은 그 외 자신의 길을 찾는다.


일본 취업에서 학점은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다. 와세다대 히로시 커리어 센터장은 “일본 기업의 인재상은 행동력·사고력·팀워크·인간성이 우수한 사람”이라며 “이런 요소들은 수업시간에 배울 수 없고, 학점으로도 측정할 수 없기에 다른 방법으로 학생을 평가한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 내 취업에서 성적과 영어 실력은 문제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사다야소씨 역시 “취업을 위한 성적 관리는 해본 적이 없다”며 기업 면접에서는 서클활동에 대해 가장 많은 질문을 받았다고 밝혔다.


우리 학교 일본언어문화 연계전공 주임 교수인 송영빈 교수(인문과학부)는 “일본은 우리나라와 상황이 매우 다르다”며 “기업이 신입사원에 대해 독자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가진 경우가 많아 조직과 잘 융합할 수 있거나 창의적인 사람 등 기업이 원하는 인성을 가진 사람을 선발한다”고 말했다.


△기업별 임금 격차 낮아 과열경쟁 없어, ‘후리타족’도 등장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고교생의 대학 진학률은 83%· 일본의 대학 진학률은 50%다. 송영빈 교수는 “일본은 학력 간 임금 차이가 크게 없어 대입 경쟁이 심하지 않다”고 말했다. 히로시 커리어 센터장 역시 “일본은 중소기업과 대기업 사이에 임금 차이가 거의 없다”며 “중소기업에 입사해 회사와 함께 성장하는 학생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임금격차가 없다보니 파트 타임 아르바이트만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후리타(freeter·フリ-タ-)족이 생겨났다. 아르바이트 최저 임금은 약 8백 엔(8천 원)으로 우리나라보다 2배 높다.


일본의 후리타족은 80년대 이후로 나날이 늘어, 현재 181만여 명에 이른다. 사다야소씨는 “후리타 족에는 두 가지가 있는데, 한 부류는 자기 시간을 가지고 싶어서이고, 다른 한 부류는 취업활동이 귀찮은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와세다대 진호태(법학부·2학년)씨 역시 “일본은 아르바이트 시급이 만원을 웃돌고, 오후10시 이후에는 임금이 20% 정도 할증된다”며 “아르바이트만 해도 충분히 먹고살 수 있다”고 말했다.


후리타족은에 대한 학생들의 시각은 천차만별이다. 사다야소씨는 “대부분의 일본인은 후리타도 하나의 직업이라고 생각한다”며 “파트 타임직이 불가피한 편의점 같은 곳이 많아서 이들도 역시 사회구성원으로 인정받는다”고 말했다. 게이오대 오카타 토모히로(경제·3학년)씨 역시 “아르바이트로 평생 살아갈 수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한 가지 일이 아닌 다양한 일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와세다대 빈성우(상학·2학년)씨는 “직장을 자주 옮길 수 있는 유연한 취업시장이 형성되기 때문에 그에 따른 장·단점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게이오대 노조미(교육·2)씨는 “후리타족을 심각한 사회적 병리 현상으로 보지 않는 일본 사회가 후리타족을 양산하고 있다”며 “그들도 나름의 생계유지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송현지 기자 yoyyos@ewhain.net
이채현 기자 cat0125@ewhai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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