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월) 오전7시, 도쿄대 쓰시마 타츠유키(경제·4학년)씨는 일요일 자정까지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하느라 노곤한 몸을 이끌고 학교로 향했다.


수업은 오전11시부터 있지만 ‘라크로스(크로스라는 라켓을 사용하는 하키와 비슷한 구기운동)’동아리 연습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매일 오전7시30분∼11시 9월에 열리는 대학교별 리그전 준비를 위한 정기 훈련이 있다. 이미 학교 잔디 운동장에는 20여 명의 동기가 라켓을 들고 모여 있었다.


수업이 끝나고 그는 다시 운동장에서 근육트레이닝을 했다. 쓰시마 씨는 “4학년이지만 학과 공부와 취업에만 집중하지는 않는다”라며 “동아리 활동을 즐긴다”고 말했다. 쓰시마 씨의 친구 역시 ‘라크로스’ 활동 때문에 학교를 1년 더 다닐 정도로 열정적이다.


일본 대학생이라면 누구나 ‘동아리(서클) 활동’과 ‘아르바이트’ 경험을 하고 있다. 실제로 기자가 도쿄대·와세다대·오차노미즈여대(오차대) 대학생들 20명을 인터뷰한 결과, 모두 동아리 또는 아르바이트 활동을 하고 있었으며, 둘 다 하는 학생도 18명이었다.


취업 활동으로 바쁜 3·4학년이 되기 전, 저학년들에게 동아리와 아르바이트는 사회화의 한 과정이다. 와세다대 빈성우(상학·2학년)씨는 “일본 학생 중 서클활동 또는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고 학교만 다니거나 시험만을 준비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동아리 활동은 대학생활 핵심
일본 학생들이 학교생활에서 가장 중점을 두는 것은 ‘동아리 활동’이다. 취업 때문에 관심 없는 영어를 공부하거나 공모전을 준비하는 한국 학생들과는 대조적이다.


테니스 동아리를 하는 도쿄대 후쿠하라(공학·4학년)씨는 일주일에 두세 번, 하루에 3시간 이상을 동아리 활동에 할애하고 있다. 그는 “학업과 병행하기 어렵지만, 공부보다 서클활동을 더 열심히 하고 있다”며 “학점 관리에 크게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도쿄대 코마바 캠퍼스에는 동아리방이 따로 모여 있다. 두 곳의 학생 건물 에서는 동아리 활동에 적극적인 학생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이곳에는 아메리칸 풋볼부·차도부(차(茶) 재료를 만드는 동아리)·응원단·태권도부·피아노부·만화부 등의 다양한 동아리가 있다.


찻잎을 곱게 빻고 있던 차도부원 카타오 카켄(이과·2학년)씨는 “모두 모여서 하나의 목적을 갖고 활동하는 데 의의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도쿄 오츠카에 위치한 오차노미즈여자대학의 학생들도 동아리 활동에 열심히 참여한다. 토보에 유카(인문·1학년)씨는 테니스·농구·국제교류 3개 동아리를 하고 있다. 아사노하루카(인문·1학년)씨는 “도쿄대와의 연합 동아리가 많은데, 이는 여대인 오차대와 여학생이 적은 도쿄대의 특성 때문”이라고 말했다.


와세다대 전유린씨는 “일본 학생들은 중·고등학교 때부터 동아리 활동에 매진했기 때문에 대학교 동아리 활동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일본 대학생들이 공부 못지않게 동아리 활동에 열을 기울일 수 있는 이유는 취업할 때 학점·영어공인점수(토익·토플)등이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전유린씨는 “성적은 좋은데 동아리 활동이 없으면 면접 때 오히려 불이익을 얻기도 한다”고 말했다. 와세다대 히로시 카네코 커리어 센터장은 “실제로 일본 학생들이 취업을 할 때, 학점은 거의 영향력이 없다”며 “오히려 동아리 활동과 아르바이트의 경험이 기업에 좋은 인상을 준다”고 말했다.

 

△내가 쓸 돈은 내가 번다
도쿄대 학내안내 책자에 따르면, 전체 학생 중 78.8%가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남학생은 77%·여학생은 84% 정도다. 가정교사·학원 강사·판매/서비스업이 주를 이룬다. 아르바이트하는 목적에 대해 학생들은 입을 모아 ‘생활비를 벌기 위해’라고 답했다. 실제로 아르바이트하는 도쿄대 학생 중 50%가 ‘생활비를 목적으로 아르바이트한다’고 답했다.


와세다대 빈씨는 “일본 사회 통념상 대학생이 되어서도 부모님께 용돈을 받아 생활하는 학생들을 좋은 시선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도쿄대 ㄷ(이과·2학년)씨는 “가족과 함께 생활하지만, 형제가 많아서 내 생활비는 직접 번다”고 말했다. 자취하는 도쿄대 ㄹ씨 역시 “밥값 등 생활비를 위해 과외를 하며 돈을 벌고 있다”고 말했다.


동아리 활동비를 벌고자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한다. 궁도부인 와세다대 수기에타로우(교육학·1학년)씨는 아르바이트를 3개나 한다. 궁도부 활동을 하려면 활과 화살을 사야하기 때문이다.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면 시간당 1천 엔(약 1만 원)을 벌 수 있다. 그는 “궁도부는 친구들과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기 때문에 돈이 많이 들더라도 그만둘 수 없다”고 말했다.


일본 학생들이 ‘돈’을 목적으로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만은 아니다. 자신의 경험을 쌓기 쌓으려고 아르바이트하는 학생도 있다. 도쿄대 후지오카씨는 초등학생 학원에서 접수원으로 일한다. 그는 “아이들을 좋아하기 때문에 학원을 택했고, 사회 경험을 쌓을 수 있어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과외를 하고 있는 도쿄대 야마모토씨도 “돈보다는 학생을 가르치는 것이 좋아 과외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말했다.


글·사진: 송현지 기자 yoyyos@
이채현 기자 cat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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