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제 개편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채 구조조정 이뤄져 학생들 혼란

김현주(소인·06)씨는 이번 학기 전공만 6과목을 수강한다. 남은 4학기 모두 전공과목만 들어도 졸업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만약에 한 과목이라도 계획한대로 수강신청을 못하면 학교를 더 다녀야 할 수도 있다. 대학 구조조정으로 소비자인간발달학과(소인과)가 사회과학대학(사과대)으로 이전되면서 전공으로 이수해야 할 학점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1·2학년 때 들었던 인간발달학 전공기초와 전공과목은 사과대 소비자학과로 전과하면 교양과목으로 인정돼 버린다. 그는 현재 선배도 후배도 없는 강의실에서 수업을 듣고 있다.

이는 2007년도에 시행된 대학 구조조정으로 불안해하는 생활환경대학(생활대) 소인과 3학년 학생의 모습이다.

김씨는 “구조조정으로 인해 학과가 이전됨은 알고 있었지만 학점이 인정되지 않는 과목에 대한 공지는 뒤늦게 받았다”며 “소수 인원이라 그런지 학교는 무관심으로 학생들을 버려두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 학교는 2007년도부터 단과대학 축소·통합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구조개혁을 실행했다. 이로 인해 기존 생활대의 식품영양학과·의류직물학과도 건강과학대학·예술대학으로 옮겨지면서 사실상 생활대는 해체됐다.

구조조정 전 소인과로 입학한 학생들은 6학기 이수자에 한해 선택적으로 전과가 가능하다. 현재 소인과에는 소속변경을 위해 전과를 신청했지만 승인을 받지 못한 3학년만 남아있는 실정이다. 07학번부터는 사과대의 소비자학과로 입학하게 됐고 이전 선배들 역시 대부분 전과했기 때문이다.

구조조정 후 교과목 개편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아 학생들은 수강신청 때에도 혼란을 겪었다. 지난 학기에 김현주씨는 수강신청 후 모든 시간표를 재조정해야만 했다. 사과대로 전과 하면 필수로 들어야 하는 ‘영어Ⅱ’ 과목 분반이 개강 후에야 개설됐기 때문이다. 당시 학교에 전과 희망자들을 위한 ‘영어Ⅱ’반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지만 “수강신청이 안 된 학생들은 나중에 계절학기로 들어라”라는 답변을 받았다.

아직 ‘영어Ⅱ’를 듣지 못한 학생은 계절학기로 과목을 이수해야만 전과가 가능하다. 소인과 대표 김민정씨는 “지난 학기 휴학했던 학생들은 선택의 여지없이 계절학기를 수강해야 한다”며 “수강 가능 기간도 왜 4학년 2학기로만 정해뒀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현주씨는 “대학 입학 후 휴학도 계획했지만 학제가 바뀌면서 불가능할 것 같다”며 “복학했을 때 소인과 행정실도, 학생들도 없을 텐데 그럼 난 어느 소속 학생이냐”고 말했다.

박수연(소인·05)씨는 “구조조정은 우리가 원해서 선택한 결정이 아니다”라며 “최대의 피해자는 바로 우리 학생임에도 학교는 학생들의 불만사항에 대해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부대표 박소현씨 역시 “학교는 자꾸 ‘1년만 참으라’라는 식으로 학생들의 불편사항을 해결하려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제발 학교가 학생들에게 조금이라도 신경을 써줬으면 한다”며 “소수 인원의 문제점이라 무시하는 것으로밖에 느껴지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상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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