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사이 새로이 일고 있는 사회적 논란을 보며 많은 생각이 떠오른다. 긴 인류역사 중에서 지난 100년 동안의 과학기술의 변화는 가히 혁명적이라 하겠다. 우주여행, 전기, 통신, 컴퓨터, 인간게놈의 완성, 수명의 연장 등 우리가 할 수 있는 현재의 상황은 태초부터 있었던 것이 아니라 단지 지난 100년이 안 되는 동안의 획기적인 발전이다. 화학에서는 주기율표와 공유결합, 물리에서는 상대성이론과 전자기이론 등을 풀어냄에 따라 과학의 기초의 토대를 마련하고, 이를 응용하여 기술로 발전시켜온 100년이 채 안 되는 역사는 인간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자신감을 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하지 않는 것이 많이 있다. 해와 달이 뜨고 지고, 봄·여름·가을 ·겨울 계절이 변하고, 새싹 트고 나무가 자라듯, 아이가 태어나 시간이 지나야 자라고 배우고, 어른이 된다. 이렇게 변하지 않는 자연에는 우리가 순종하고, 조금은 잘 다스려 재앙을 줄이거나 잘 이용하며 살아가는 방법을 개발하고 있다. 그래서 지구상의 여러나라의 인간수명은 거의 2배로 늘었고, 식량생산과 제품생산도 크게 늘었으며, 단시간에 지구 어디로도 이동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지난 100년간의 과학의 발전은 마치 인간이 무엇이든 할 수 있으리라 생각되게 하나, 100년이라는 세월은 50억년의 지구의 역사와 300만년의 인류의 역사에 비하면 너무 작은 점에 불과하다. 


예를 들면 우리 몸은 오랜 진화를 통하여, 걸을 때 걷고, 말을 배울 때가 되면 배우고, 또 먹을 것이 없어도 살 수 있도록 많이 먹어두면 몸에 잘 축적하여 필요할 때 이를 분해하여 생명에 지장이 없도록 만들어져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너무 많은 음식을 섭취하여 이를 잘 축적하여 살이 찌고, 이로 인한 고혈압, 당뇨 등 다양한 질병이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러한 영양의 과잉도 최근의 일이다. 또 우리 몸의 면역체계는 매우 정교하게 발달되어 있어, 어릴 때 많은 박테리아 바이러스 항원에 노출되거나, 아니면 예방주사를 맞아 두면 우리의 면역체계가 발달하여 어른이 되면 튼튼한 면역 시스템을 갖게 된다. 그러나 너무 깨끗한 곳에서만 자라면 면역력이 크게 떨어져 면역질환인 아토피, 알레르기 등이 크게 증가하는 추세를 보인다. 이외에도 우리 몸은 무엇이 잘못되면 고칠 수 있는 체계를 잘 가지고 있어 어느 정도의 스트레스는 견디는데... 이를 넘어서면 고칠 수 있는 한계를 벗어나면 이것이 질병이 된다. 또는 늙어서 이러한 기능이 떨어져서 주름살도 생기고, 치매, 암등이 생긴다.   


자연은 유연성을 가지고 일정한 현상을 유지하기 위한 장치가 매우 오랜 세월동안 최적화 되어 있다. 그러나 인간들은 이를 단기간에 변화시켜 효율을 높이고자 많은 시도를 하고 있다. 예를 들면 인류는 60년 전에 항생제가 개발되어 많은 박테리아로 유발되는 질병을 극복하였다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박테리아는 항생제 사용이 증가함에 따라 내성이 있는 박테리아로 변화함에 따라 현재는 어느 항생제도 듣지 않는 내성균이 큰 위협으로 대두되고 있다. 이는 항생제의 과다 사용에 대한 자연의 반응이라고 하겠다. 또 다른 예로는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광우병이 그렇다. 초식동물은 육식을 주어도 먹지 않는다. 그러나 더 효율적으로 고기를 생산하기 위하여 억지로 초식동물에게 육식사료를 억지로 먹여 이에 따른 부작용으로 치명적인 광우병이 생기고 있다. 지난 중국의 대지진이 새로 만든 큰 댐의 압력으로 큰 지진을 유도하지 않았나 걱정을 한다. 


이러한 과정을 겪으며, 세계는 인간이 자연의 일부로 자연을 조심스레 다스려 가며, 공존하는 것만이 인류가 평안할 수 있다는 교훈을 배우고 있는 중이다. 이러한 추세와는 달리 이 땅에서는 실용이나 효율이 마치 가장 큰 가치인 양 등장하고 있다. 효율과 이익을 위하여는 무슨 짓이든 할 기세이다. 그러나 그 효율과 이익이 얼마나 단기간의 문제인지, 무엇과 누구를 위한 것인지, 역사의 맥락에서 꼭 필요한 것인지를 잘 따져 보아야 한다. 우리도 전쟁의 페허에서 지난 60년에 거쳐 많은 노력을 통해 민주적인 사회와 탄탄한 인프라를 갖춘 국민생산 세계 11위의 국가로 성장하였다. 이렇게 일구어 놓은 비옥한 토양에서 어느 방향으로 발전해야 할 것인가를 생각해 볼 때이다. 이제는 우리사회도, 이익의 극대화가 아니라, 자연이 가지는 유연성처럼 포용할 수 있는 것은 넉넉히 품어주고, 무한정의 욕망을 만들어 채우기 보다는, 가장 최소로 최적이 될 수 있도록 좋은 생각을 많이 하고, 알뜰살뜰 보살피고, 타박타박 즐겁고 신나게 일하며 좀 더 행복한 사회를 만들려고 노력하여야 할 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공주 교수(약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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