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외면 받았던 글쓰기 강의가 인기다. 교무과에 따르면 이번 학기 글쓰기 관련 강의인 ‘명작 명문 읽기와 쓰기’, ‘논리와 사고’, ‘추론과 논술’ 수업을 수강하는 학생은 각각 99명·105명·33명이다.


‘논리와 사고’ 수업을 강의하고 있는 이지애 교수(철학전공)는 “요즘 LEET·MEET시험에 글쓰기가 추가되면서 학생들이 늘었다”며 “학기 초에 이 수업을 수강하게 된 이유를 조사했는데 반 정도는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이였다”고 말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논리와 사고’수업의 경우 LEET·MEET 실시 이전에도 PSAT(공직적격성시험­행시·외시 등에 적용)을 준비하는 학생들을 포함해 매학기 7∼80명 정도가 수강하고 있다고 한다.


주제통합과목제도가 적용되면서 필수로 지정된 교양들을 수강하는 학생이 많아 인문교양과목들의 수강인원이 저조했다. 반면 시험 준비 뿐 아니라 말과 글쓰기·논리적인 사고의 필요성을 느낀 학생들은 꾸준히 늘었다.


법과대학이 2009학년도부터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으로 바뀌면서 서울대·연세대·고려대·부산대·경북대 등 서울권 15개 대학(1천140명)과 지방 10개 대학(860명)이 법학과 학부 신입생을 뽑지 않는다. 로스쿨 입학을 목표로 공부하는 수험생들은 언어이해와 추리논증·논술 3개 과목으로 구성된 법학적성시험(LEET)을 치르게 된다. 언어 이해와 추리논증은 각각 40문항이 출제되고, 논술은 2∼4문제가 나오게 된다. 시험은 오는 8월로 예정돼 있다. LEET 성적은 로스쿨 입학시험에서 대학 성적·외국어 능력·대학별 면접시험 등과 함께 자료로 활용된다. 때문에 입시전문가들은 논술·언어추리 능력 등 로스쿨 입학시험(법학적성시험) 과목을 준비하기 쉬운 철학과와 국문과가 인기를 끌 것이라고 전망했다.


법학적성시험을 준비 중인 ㄱ씨는 “논술 시험 때문에 글쓰기 관련 강의를 듣는 학생들이 많은 것으로 안다”며 “글쓰기 능력은 단기간에 향상되지 않기 때문에 평소부터 꾸준히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연계 최상위권 학생들의 격전장인 의예과 역시 의학전문대학원으로 바뀌는 곳이 많다. 의학전문대학원 지원자는 의학교육입문검사(MEET)에, 치의학전문대학원 지원자는 치의학교육입문검사(DEET)에 응시해야 한다. 두 검사 모두 언어추론영역·자연과학추론Ⅰ영역·자연과학추론 Ⅱ영역으로 구성된다. 언어추론영역의 경우, 의·치의학전문대학원 교육에 필요한 언어 이해·의사소통능력 및 고차원적이고 종합적인 사고력을 측정한다.


현재 MEET를 준비하고 있는 ㄴ씨는 “짧은 시간에 글을 읽고 정보를 찾아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사고력과 판단력을 평소에 기르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남 대치동에서 전문대학원 입시 준비생을 대상으로 강의하고 있는 K 강사는 “시험에서는 다양한 지문이 제시되므로 평소 특정한 전공 영역에 제한되지 않는 폭넓은 독서를 해 두는 것이 좋다”며 “법학적성시험의 경우 기본적인 법학에 대한 이해도 중요하지만 사회 이슈에 대한 끊임없이 관심을 가지고 생각해 보는 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대학원 시험뿐만이 아니다. 최근 들어 기업도 자신의 생각과 아이디어를 말과 글로 유창하게 표현할 수 있는 인재를 원한다. 높은 토익 점수와 학점보다도 기업들이 찾는 것은 오히려 훌륭한 글쓰기(writing skill)·프레젠테이션·커뮤니케이션 기술이다.


삼성경제연구소 류한호 상무는  “전경련이 기업 인사담당자의 교육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대학교육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인사담당자는 2%에 불과했다”고 하며 글쓰기와 의사소통 능력 등 학부 1~2학년 때 익혀야 할 기본소양과정의 강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쓰기 강의에 전문대학원 시험 준비생이 몰리는 현상에 대해 이지애 교수(철학과)는 “전문직을 선호하는 학생들이 글쓰기에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라며 “LEET· MEET·PSAT 등 기출문제를 풀어보는 시간을 갖기도 하지만 시험 준비만을 위한 사고력은 진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오히려 이런 강좌들이 대학의 필수교양이어야 한다”며 “올림피아드에서 23개국 대표학생들이 고등학생임에도 불구하고 논리적으로 사고하는 모습을 보며 우리나라 교육의 문제점에 대해 느끼는 점이 많다”고 말했다.


김은별 객원기자 tinylittlekiss@ewhai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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