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유라 (장식미술과·4) 생전 처음 와보는 공항이다.

TV에서는 봤지만…. 같이 가는 친구들의 튼튼하고 커다란 가방을 보니 엉성하고 조촐한 내가방은 영락없이 이번 여행에 준비없고 무계획한 나를 말해주는 것 같다.

『이제 곧 새학기고, 신입생도 밀어닥치는데 중국엘 간다고?』어이없다는 표정의 동료얼굴이 다시 떠오른다.

『나는 중국에서 무엇을 얻고자 하는가? 중국은 어떠한 모습으로 내게 다가올까?』 내가 탈 비행기안내방송을 들으며 천천히 출입문을 빠져나왔다.

2월 10일 밤 11시 40분(중국시각) 홍콩을 잠깐 들러 상해에 도착하니 벌써 밤이다.

처음 타 본 비행기라 머리가 약간 아프지만 야릇한 긴장감이 잠들 수 없게 한다.

낯선 도시 상해는 어떤 모습일까? 창밖은 깜깜해서 잘 보이지 않고 건물에서 새어나오는 불빛으로 이 도시의 외관을 어림짐작 할 수 있을 정도다.

상해공항에 내리자마자 눈에 띤 중화인민공화국 제복차림의 공항 경비원의 굳은 얼굴에 비로소, 여기가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이구나 라고 느꼈다면 비약일까? 힘 찬 건설의 도시 상해(가이드는 경제도시라고 말했지만) 집집마다 창밖으로 내놓은 적나라한 빨래막대기, 서양식 건문, 자동차·자전거의 무리, 사람이 마구 뒤섞여 다니느 거리, 친절한 중국인, 노인들의 강렬한 눈빛, 생각보다도 즐비한 상점들. 중국인들의 지적 소유는 어디까지이고 그들의 사상적자유는 어디까지이며 그들이 누릴 수 있는 사회주의체제의 긍정성은 어디까지일까? 또 중국정부의 개혁정책을 바라보는 중국인의 다양한 시각을 알고 싶다.

그보다도 중국사람과 많은 얘기를 나누고 싶은데 기회도 닿지않고 말도 잘통하지 않아 안타깝기만 하다.

상해를 떠나 서안에 도착했다.

(중국의 국내선은 아무래도 불안했다.

바이킹이나 청룡열차 탈때의 기분이라면) 서안은 역사의 도시라고 가이드가 친절히 설명해 주었다.

입이 벌어벼서 다물어지지 않는 중국의 유적들 대안탑, 소안탑, 진시황릉, 병마용 갱 그리고 잊을 수 없는 야시장에서 만난 교포처녀, 그녀는 우리나라의 찬거리를 만들어 팔고있었는데, 조국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다.

때마침 중국에서도 설을 맞고 있었기 때문에 거리엔 온통 불꽃놀이로 정신이 없었다.

사방에서 펑! 펑! 덜컹거리는 침대열차 속에서 거의 하루를 보내고 북경에 도착했다.

천안문 광장의 붉은 깃발, 용처럼 구비구비 구릉을 넘는 만리장성, 서태후가 살았다는 그리고 영화 마지막 황제의 배경이 된 자금성(푸이가 자전거 타던 길에서 잊지않고 찰칵! 남는 건 사진밖에 없다나?)은 중국의 저력을 다시금 느끼게 하기에 충분했다.

호텔에서 일행중 선배언니가 건네준 글을 읽었다.

먼저 중국에 다녀온 사람이 쓴 글이란다.

계획성있고 순간순간 치열하게 고민하려했던 그 사람의 흔적이 선연하게 보인다.

많은 문제제기와 스스로의 헛갈림을 극복하려는 노력들이 엿보였다.

아쉽게도 이후 평가와 저ㅓㅇ리전망이 없었지만…. 나도 추상적으로 그려봤던 사회주의의 구체제, 현실태를 보고있다.

중국에서까지 거지를 보았는데 그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물론 중국이 사회주의의 이상형은 아니고, 나또한 그 전형을 보고자 했던 것은 아니지만 엄연히 존재하는 이론과 현실의 차이를 나는 어떻게 이해하고 풀어갈 것인가? 한국에 돌아가서라도 중국에 대해 더 공부해야겠다.

8박 9일의 짧은 일정속에서 연수라는 명목이 거추장스럽게, 대부분 관광 쇼핑일색이었고, 나의 문제의식을 모두 해결할 수는 없었지만 막 중국에 도착했을때 느낀 아니 어쩌면 중국에 가기전부터 가지고 있던 사회주의 사회에 대한 선입견(이를테면 획일적이고 기계적인 통일 등)이 마구 깨져나가는 것을 느낀다.

나의 사회주의사회에 대한 경직과 약간의 관념이 깨졌다는 것 하나만으로 이번 연수에서의 성과는 존재한다고 말하고싶다.

거대한 중국, 막 혼란이 시작된듯한, 그러나 그 혼란까지도 여유있게 포괄하며 묵묵하게 성장하는 중국이 무척 강렬한 인상으로 내게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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