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독창성 발휘하도록 돕는다

“이공계는 항상 정확하지 않으면 화를 낸다? 답을 먼저 알고 싶어 한다? 편견을 버려라!” 2007학년도 2학기 ‘컴퓨터정보통신기초설계’ 수강생들에게 정답 없는 프로젝트가 던져졌다. 바로 ‘다양한 IT기술을 응용해 우리 학교 캠퍼스나 교육체계를 향상시킬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라’ 것이다. ABEEK가 도입되며 생긴 이 과목은 박현석 교수(컴퓨터정보통신공학과)가 강의했다.


박교수는 수업에 PBL(Problem-based learning)방식을 도입했다. PBL 방식이란 학생들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생긴 질문에 교수가 대답해주고, 필요한 부분을 강의하는 식이다. 제시한 문제에 대해 학생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토론한다. 박 교수는 공대연구실 전문가를 초청해 특강을 제공하기도 했다.


학생들은 큰 틀 속에서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생각해냈다. 박 교수는 “조금 엉뚱할 수도 있지만 ‘대강당의자에 건강측정기를 관리 시스템으로 전송해 관리한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관심분야에서 주제를 정했기 때문에 학생들의 수업 몰입도가 높았다”고 덧붙였다.


커뮤니케이션 능력까지 채점 항목에 넣을 정도로 박 교수는 발표를 중시했다. 박 교수는 “‘총장님을 설득시킬 수 있을 정도로 논리적으로 조사하라’며 각각 부품들의 경제성까지 따지게 했다”고 말했다. 이현지(컴공·06)씨는 “발표를 하면서 발표실력이 늘어 다른 과목에서도 칭찬을 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발표 후에는 동료평가도 진행했다. ‘좋은 사례연구를 제시했는가’·‘발표를 알기 쉽고 조리 있게 했는가’·‘활용도/구현가능성이 높은가’ 등의 항목으로 다른 팀을 평가했다. 이를 통해 학생들이 다른 팀의 과제와 발표에 집중하는 환경을 조성했다. 또 다양한 결과를 비교·분석하며 학생들이 실력을 쌓는 효과도 노렸다.


그는 “C를 받은 학생들도 수업 후기에 헤어져서 아쉽다는 모습을 보고 감동했다”며 “수업이 끝나고 학생들이 만족하고, 해피(Happy)한 수업을 하는 것이 목표다”고 말했다.    

학생 입장에서 진행하는 강의

“오늘 당신의 기분은 어떠셨나요? (수업에 대한 소감도 좋고, 아니면 일상에 대한 이야기도 좋습니다. 이 문제는 채점되지도 점수에 반영되지 않으며, 응답 여부도 자유입니다.)” 민법총칙·로마법을 강의하는 서을오 교수(법학과)의 온라인 시험 번외 문제다.


수업 내용에 대한 질문도 있지만, ‘공부가 너무 하기 싫을 때는 어떻게 하죠?’ 같은 고충이 담긴 글도 남긴다. 서 교수는 이렇게 모인 학생들의 수강의견과 질문에 답변하면서 한 주 수업을 시작한다.


대부분이 판서와 강론으로 진행되는 법대수업과 다르게 서 교수의 수업은 20~50쪽 분량의 PPT로 진행된다. PPT에는 중요한 내용·판례를 담아 필기 시간을 절약하도록 했다. 서 교수는 “수업시간에는 받아 적기보다 함께 생각해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또 “교수입장에서는 시나리오처럼 가르칠 내용을 정리하며 수업을 준비할 수 있고, 수업 시간과 양도 조절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1·2학년을 대상으로 강의하는 서 교수는 학생들의 시험 준비에도 신경을 쓴다. ‘채점할 때 중요하게 여기는 것’ 등을 중심으로 논리적인 답안지 작성법을 설명하는데 한 시간 정도를 할애한다. 중간에 두 번 정도 글쓰기 숙제를 내서 미리 시험을 대비시키기도 한다. 또 학생들이 문제유형에 적응할 수 있도록 족보를 공개한다. 시험 후에는 시험장에서 직접 답을 가져갈 수 있게 하거나 인터넷에 공개한다.


서 교수는 사이버강의실을 활용해 예습·복습을 강조한다. 늦어도 하루 전까지 수업자료를 올려 학생들이 예습할 수 있게 한다. 또 주말마다 5문제 정도 온라인 시험을 본다.


서 교수는 자신의 교수법에 대해 끊임없이 성찰한다. 공개 강연 참여·교수학습 발행 책자도 많은 도움이 된다. 인터넷에 공개되는 좋은 강의와 자신의 강의를 비교하며 부족한 점을 찾는다. 서 교수는 “수업시간이 일방적인 지식의 전달보다는 함께 생각하고 의견을 나누는 상호작용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원리를 이해하면 오래 기억한다

‘슝∼’ 던져진 사과가 강의실을 가로질러 학생에게로 날아간다. 여기서 사과는 에너지를 전달하는 입자다.
“실험을 통해 직접 보는 것이 에너지 전달 방식을 이해하기 쉽죠” 2005년부터 김찬주 교수(물리학과)가 담당하고 있는 자연영역 교양 ‘현대물리학과 인간사고의 변혁’은 인기과목이다.


학생들은 ‘현대물리학과 인간사고의 변혁(현물인)’이라는 난해한 이름에 기가 죽는다. 그러나 이 수업은 ‘강의계획안에 반하고, 들으면서 홀딱 반하는 강의’다. 이번 학기에도 증원요청이 있었지만 강의실 정원때문에 276명에서 마감했다.


2005년 폐강위기에 처했던 현물인이 인기강좌가 되기까지는 꼼꼼한 ‘강의계획안’이 한몫했다. ‘물리를 배우지 않았어도 수강할 수 있나요?’·‘시험은 어떻게 나와요? 학점은 잘 주나요?’ 등 학생들이 알고 싶은 것들에 대해 FAQ식으로 정리했다. 김 교수는 “학생들이 수업에 대한 정보를 구하기 어려울 것 같아 10개 정도 문답을 미리 작성했다”고 말했다.


수업시간에는 PPT·그림·사진·동영상·플래시 등 다양한 시청각 자료를 이용해 학습내용 이해를 돕는다. 김 교수는 수업에 필요한 자료를 찾기 위해 미국·일본·유럽 등 전 세계 물리학 관련 사이트를 뒤진다. 식당에서 본 ‘스펀지’의 과학실험 장면도 수업자료로 활용한다.


김 교수는 학생들과 의사소통하려는 의지도 남다르다. 개별적으로 운영하는 익명게시판과 사이버캠퍼스를 통해 사소한 질문까지도 답변한다. 박시현(초교·07)씨는 “시험 전날 새벽 1시까지도 질문을 받고, 수업시간에 학생들이 같은 내용을 열 번 물어도 일일이 다 답해주실 정도”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학생 시절 소심했던 성격 탓에 교수님께 질문을 하지 못했다”며 “나 같은 학생이 있을까봐 여러 방법으로 질문하길 권장한다”고 말했다.


수업목표는 학생들이 수업 내용을 잘 이해해서 오래 기억하게 하는 것이 다. 김 교수는 “학생들이 물리를 피하는 것은 재미없어서가 아니라 단지 익숙하지 않아서다”라며 “이런 방식으로 접근하면 이 분명히 흥미로워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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