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시 쓰는 건 어떻게 알았어? 이거 극비사항인데… 허허“ 전화로 인터뷰를 요청하자 그는 멋쩍은 듯 웃었다. 우리학교 후문 교통을 정리하느라 바쁜 하루를 보내는 김성우(48)씨는 우리 학교 경비원이자 시인이다.


35살이 되던 해 그는 시를 배워보겠다고 결심했다. 때마침 신문에 난 광고를 보게 됐고  ‘한국문학학교’에 직접 찾아갔다. “시는 야학시절부터 좋아했지. 공부는 못했어도 시는 찾아서 보고 외울 정도였으니까.” 시를 공부하던 그는 어느 날 ‘읽는 시’가 아닌 ‘쓰는 시’를 해보자고 결심했다. “많이 읽다보니 쓰고 싶어지더라고. 내가 쓴 시로 남들을 기쁘게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지”


김씨는 2006년 계간지 「시평」에 ‘호루겔 피아노’·‘쥐’ 등의 시로 등단했다. 그의 시에는 그의 경험과 인생이 담겨있다. “20년간 이삿짐 나르는 일을 했어. ‘호루겔 피아노’란 시는 그 때 동료와 함께 피아노를 나르던 모습을 담은 시야. 부모님의 이혼 후 눈물겹던 내 성장과정을 시로 승화하기도 했지.” 작품 중에는 이화인의 모습을 담은 시도 있다. ‘목련꽃 사진을 찍고 있는 이화여대 학생의 마음을 사진 찍고 싶다’ 그가  우리 학교에서 근무하며 지은 시다. “어느 봄날 목련꽃 아래서 사진 찍는 학생을 봤어. 학생의 마음이 얼마나 순결할까하는 생각에서 지은 시지.”


우리 학교 강진옥 교수(국어국문학과)는 그의 야학시절 스승이다. “강진옥 교수님은 내가 야학에 다닐 때 나를 가르쳐주던 국문과 대학생이였거든. 지금은 국문과 교수님이 되어있더라고.” 강진옥 교수 외에도 그의 야학 선생님 중에는 이대생들이 많았다. “청소년기에 나쁜 길로 빠지지 않고 일하면서 공부를 계속 할 수 있었던 건 그 때 그 분들 덕분이지.”


그는 아직도 배움에 대한 욕심이 남아있다. “집에 책이 만권도 넘어. 틈틈이 사서 읽은 책들, 이삿짐 나르면서 주워온 버려진 책들, 다른 시인들한테 받은 책들이지. 이제 나도 그 책들을 맛있게 읽어줄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싶어.” 그는 앞으로 사이버 경희대 문예창작과에 진학해 계속 공부를 할 계획이다. 


짧게 깎은 머리와 서글서글한 웃음에서는 ‘경비아저씨 김성우’가, 진지함이 묻어나는 말투에서는 ‘시인 김성우’가 느껴졌다. 시 쓰는 일은 죽을 때까지 자신에게 주어진 과제라는 김성우 ‘시인’. 그의 시가 기다려진다.


 강애란 기자 rkddofks@ewhain.net
사진: 고민성 기자 minsgo@ewhai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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