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해외로 여행 가는 한국인 관광객들이 급증하고 있다고 한다. 올 상반기 해외 관광객 수만 660만여 명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하니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해외로 그만큼 많이 나간다는 것은 우리의 경제 사정이 그만큼 좋아졌다는 것을 의미하니 긍정적인 현상으로 볼 수 있지만, 그런 비싼 여행을 통해서 과연 무엇을 보고 배우는지를 생각해 보면 과소비가 아닐까 하는 걱정도 된다. 

어쨌든 이제 해외 여행은 참으로 쉬운 일이 되었다. 몇 시간 만에 옛날 선조들은 듣도 보도 못한 곳으로 쉽게 갈 수 있다. 우리는 차를 타고 공항까지 가고, 거기에서 비행기를 타고, 하루도 안 걸려서 지구 저편에 간다. 불과 100년 전만 해도 같은 여행을 하려면 몇 주, 몇 달은 족히 걸렸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 선조들에게 여행이란 단지 긴 여정이었을 뿐만 아니라 매우 큰 고난의 길이었다. 그것은 한 마디로 힘든 일(hard work)이었다. 여행 중에 강도를 만나거나 도둑을 맞기도 했고, 사나운 동물을 만나 심하게 다치거나 죽기도 하였다. 

흥미로운 것은 이러한 사실이 그 어원에도 잘 드러난다는 것이다. 영어 트레블(travel), 불어 트라바이(travail)는 모두 라틴어 트레팔리움(trepalium)에서 유래했다. 이 라틴어는 ‘셋’을 뜻하는 트리아(tria)와 ‘회초리’를 뜻하는 팔루스(palus)를 기초로 만들어진 단어다. 세 개의 회초리를 한 데 묶으면 일종의 삼지창(三指槍)이 되는데, 옛날에는 이 삼지창을 가지고 노예들이 좀 더 열심히 일하도록 독려했다고 한다. 14세기 경 의미 변화가 일어나, 트레팔리움에서 파생한 트라바이런(travailen)이라는 동사는 ‘힘들게 일하다’라는 의미 외에도 ‘여행하다’라는 의미로도 사용되었다. 이러한 의미 확대 또는 전환은 중세 시대의 여행이 얼마나 힘들었는지를 잘 보여 준다. There is no place like home이라는 속담은 바로 이러한 분위기에서 생긴 속담일지도 모른다.

장한업 교수 (불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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