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일) '창립 122주년 기념식'이 열린 대강당 앞에서 경찰과 이화인 사이에 충돌이 발생했다.  

 이날 대강당을 포위한 사복경찰 및 의경은 '자랑스러운 이화인상'을 수상한 이명박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를 경호하기 위해 배치됐다. 수상 거부 시위를 벌인 이화인, 총학생회 측 및 보충채플을 듣기 위해 대강당으로 향하던 이화인 등이 경찰에 대강당 출입 저지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경찰과 일부 학생이 서로 밀쳐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행사 당일 보충채플 때 나눠줄 떡을 포장하는 일을 한 ㄱ(정외.05)씨는 “아침 8시 반쯤에 와보니 이미 학교에 경찰들이 와있었다”고 말했다. 학교에서 밤새 반대시위를 준비했다는 이화인들은 플랜카드를 점검하고 있었다고 한다. 이때까지는 경찰들의 특별한 저지가 없었다. ㄱ씨는 “행사가 시작되고 어떤 학생이 대강당을 들어서려고 하자 경찰이 막았고, 상황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이날 기념식에는 ‘참가자 명단’에 이름이 없으면 대강당 출입허용이 되지 않았다. 무대 연주하러 온 음대학생들이 명단 대조작업을 위해 30분 이상 기다리기도 했다. 총학생회는 이에 “한 이화인은 학생처 직원에 의해 명단에 없으니 들어갈 수 없다는 소리를 들었다”며 “채플 특별 보충을 듣기 위해 명단에 따른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이야기는 금시초문”이라고 말했다. 교목실 홈페이지 공지사항 “2008-1학기 특별보충 채플 안내”에는 “5월 31일(토) 오전 10시 ~ 11시 이화창립122주년 기념 채플”에 대해 “9시 45분까지 입장. 학생증 혹은 신분증 지참”, “별도의 신청절차 없습니다”라고만 명시되어 있다. 이에 이수미 학생처장은 “명단이 아니라 대강당 입구에서 나눠준 비표를 가슴에 달아야 한다는 말을 오해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날 보충채플을 듣기 위해 대강당으로 가던 이민정(사생.07)씨는 "내가 갔을 땐 이미 총학의 시위가 한창이었고 경찰과 격렬하게 대치 중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한쪽에선 몸싸움을 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그냥 길을 지나갈 수 있는 정도"였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역시 보충채플에 참여했던 06학번 ㄴ씨는 "채플을 들어야 하는 많은 학생들이 대강당에도 못 들어가고, 신분 확인 절차도 복잡했다"고 말했다. 대강당에 들어가지 못한 학생들은 동창회관에서 텔레비전을 통해 보충채플을 참석했다. 이 날 보충채플에 출석한 학생은 1900여 명이다.

 

  총학 측은 "학생들이 바닥에 구르고, 옷이 찢어지고 사지가 들려서 끌려 나오고, 안경이 부러지고, 성추행을 당해야 했다"며 "학교에서 절대 있어서는 안 될 경찰과 교직원의 폭력 사태는 분명 학교가 책임져야 한다"는 입장을 총학생회 홈페이지를 통해 밝혔다.

 

이수미 학생처장은 "경호팀에서 학교 측에 영부인 ‘경호라인’을 알려주지 않아, 정확한 의경의 수나 배치도를 미리 파악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청와대 측에서는 이대생 보다 '외부세력'의 시위를 더욱 걱정했다"며 "학생들을 다치게 하거나 몸을 건드려선 안 된다고 당부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현장에 없었던 강록명(사생.07)씨는 "학교와 총학의 입장차가 너무 커 누구 말을 믿어야 할 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한 강씨는 "학생들이 과격하게 반응했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촛불집회가 연일 열리는 시국에 영부인에게 상을 수여하는 것은 적절치 못했다"고 입장을 말했다. 그는 또 "학교 측에서 이런 충돌을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하지만, 충분히 예상가능했던 일"이라고 덧붙였다.


  이수미 학생처장은 당일 홈페이지를 통해 “학교가 경찰을 투입시켰다고 총학이 주장하고 있지만 영부인은 1급 경호 대상이므로 항시 경찰과 경호원들이 동반된다”며 “오해가 발생하고 이로 인해 심려를 끼쳐드린 점을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배용 총장은 5일(목) 총장-학생 간담회에서 이 날 일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는 총학 측에 “학교 내에서 폭력사태는 앞으로 있어서는 안 될 것”이라며 “유감이다”라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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