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대 연극동아리 극터 제20회 공연

너무 무겁거나 진지한 연극들이 지겨운 관객이라면 경영대 연극동아리 ‘극터’의 공연 소식이 반가웠을 것이다.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 같은, 어쩌면 내 이야기일지도 모르는 연극 ‘수박’이 2월27일(수)∼29일(금) 생활환경관 소극장에서 상연됐다. 한혜연의 만화 ‘후르츠 칵테일’의 에피소드 여섯 개 중 ‘코팅 오렌지’, ‘그 집…딸기 빙수’, ‘수박을 만드는 세가지 방법’을 각색해 만든 이 희곡은 익숙한 일상을 새롭게 보여준다.

연극은 세 개의 단편이 모여 옴니버스 방식으로 구성됐다. 에피소드마다 두 명의 여주인공이 등장하는데, 이들은 우연한 만남을 계기로 인연을 맺게 된다.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일상 속에서 머리스타일을 바꾸거나, 가벼운 도벽이 있다거나, 또는 성형수술을 시도함으로써 작은 일탈을 꿈꾸는 그녀들. 그런 일탈 속에서 만나는 주인공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특별한 존재로 다가온다. 

얼핏 보면 서로 연관이 없는 듯한 두 주인공의 만남을 맺어주는 것은 과일이다. 함께 오렌지색으로 머리를 염색하고 실연의 상처를 보듬어줄 수 있는 친구, 딸기빙수를 나눠먹으며 서로의 특이한 습관을 털어놓을 수 있는 친구를 만난다는 건 분명 특별한 경험이다. 수박을 앞에 두고 도란도란 대학 시절의 회포를 풀어놓는 두 여주인공 틈에서 우리는 지루한 일상을 견딜 수 있게 만드는 ‘친구’라는 원동력을 발견한다.

무대는 두 명의 여주인공을 중심으로 감초 같은 조연들과 함께 진행됐다. 에피소드마다 바보 같은 남자친구 역할을 도맡은 배우나 지나치게 ‘느끼한’ 학교 선배 역할을 맡은 배우가 등장할 때마다 관객석은 웃음바다가 됐다. 배우가 관객석을 들여다보며 “저건 구찌 가방이네, 어머 언니 그 가방은 어디서 샀어?” 등의 대사로 관객들에게 직접 말을 걸기도 했다.

이번 연극은 기획·연출 모두 극터 회원들이 직접 했다. 세 에피소드가 연이어 한 세트에서 펼쳐졌고, 1인 다역 배우도 많았지만 배우들의 재치와 연출 등으로 연극의 흐름을 이해하는 데는 무리가 없었다.

연극을 준비한 극터 회장 김윤지(경영·06)씨는 “극한상황을 연출하는 연극도 많지만 이번 연극에서는 관객들이 평범한 여주인공들의 일상에 공감하기를 바랐다”고 말했다.

연극 속의 여주인공들은 쿨하게 애인과 헤어지지도 못하고, 회사에 사표를 집어던지지도 못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우리와 많이 닮아있다. 반복되는 일상에 지친 관객들에게 연극 ‘수박’은 시원한 단맛을 선사해 준다.

김기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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