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상업 시설 들어온 고대는 치안 문제 발생해 CCTV설치…ECC 개관 후 학내 보안 신경 써야

올해 2월 공사를 마친 ECC(Ewha Campus Complex)에는 학생 교육 공간과 함께 다양한 상업 시설이 입점하게 된다. 이에 따른 학내 학습권 침해 우려와 외부인 출입에 따른 보안 문제 등이 제기되고 있다. 2003년도부터 학내 중앙광장에 상업 시설을 들여온 고려대학교에서는 학내 치안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

△외부 상점 입점에 따른 학교와 총학의 의견 대립

문화·복지 공간인  ECC 지하 4층에는 스타벅스·GS25·교보문고 등 15개의 상업 시설이 입점 준비 중이다. 학교는 ECC에 입점한 상업 시설의 수입금으로 건물 관리·운영비를 충당할 계획이다.

총학생회(총학)는 학생 교육권을 침해할 수 있는 학내 상업화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총학은 방학 동안 열린 등록금책정협의회 자리에서 “고가의 커피숍이나 음식점이 입점하게 되면 학생들에게 위화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수미 학생처장은 “ECC는 학생뿐만 아니라 교직원들도 이용하는 공간”이라며 “기존 학내에는 외부 인사들과 모임을 가질 수 있을 만한 장소가 부족했다”고 말했다.

2월21(목) 총학은 ‘스타벅스커피코리아’ 본사 앞에서 입점 반대 집회를 열였다. 정복희 부총학생회장은 “개강 후 ECC에 관련한 문제점을 학생들에게 알리고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고려대, 캠퍼스에 외부 시설 들어오면서 도난·치안 문제 발생

학내 외부시설 입점에 대한 학교와 학생의 대립은 고려대학교(고대)에서 먼저 시작됐다. 2004년도에 지하 5개 층 중 4개 층이 상업 시설로 구성된 타이거플라자가 개장되자 ‘타이거플라자를 바꾸는 사람들의 모임(타바사)’가 조직됐다.

‘타바사’는 타이거플라자가 개장된 다음날부터 학생복지시설로 공간을 재배치하자는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그러나 타바사가 문제 제기를 했을 당시 기업과 학교 간 계약이 완료된 상태여서 반대 운동의 큰 성과는는 없었다. 현재 ‘타바사’는 해체됐고 학내 외부 상업 시설 입점에 반대하는 총학의 움직임도 줄어든 상태다. 고대 정수환 총학생회장은 “상업 시설이 학생들에게 편리함을 제공한다면 학내에 입점하는 것에 반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고대 시설부 김흥덕 직원은 “학생 운동장을 대신해 수익 시설을 운영하려 하다보니 학생들의 반발이 많았지만 부정적인 시선의 운동은 많이 줄어든 편”이라고 덧붙였다.

학내 상업 시설 입점에 대해 고려대학교 학생들의 반응은 초반에 비해 긍정적이다. 김종민(법학·03)씨는 “처음에는 고가의 상업 시설에 대해 거부감이 들었지만 지금은 학교를 나가지 않고도 이용할 수 있다는 편리함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정소영(경제·06)씨는 “타이거플라자 장학금 등 학생에게 돌아오는 복지 혜택이 있어 외부 시설을 자주 이용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도 지나친 교내 상업화로 인한 우려의 목소리는 존재한다. 외부인의 출입이 통제되지 않아 학내 사고가 발생한 적도 있었다. 2006년 11월 지하 중앙광장에 노숙자가 침입해 학생과 경비원에게 흉기 휘둘러 학생이 다치는 사고가 일어났다. 박상훈(법학·03)씨는 “작년까지만 해도 24시간 열람실에서 노트북·지갑 도난 사건이 빈번했다”고 말했다.

외부인 침입 사건 이후 고려대 중앙광장 측은 보안 시스템 설치·경비원 충원 등을 학생들에게 약속했다. 고대 후생복지부 직원은 “현재는 감시 카메라를 곳곳에 설치해 치안 상의 큰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외부인에게 ECC 개방하면서 보안 문제 등 대책 마련해야

우리 학교 역시 ECC에 상업 시설이 입점하게 되면서 외부인 출입이 잦아지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학교의 문화·복지 시설을 사회에 개방해야 한다는 의견과 더불어 학생들의 학습권과 보안의 문제 역시 제기되고 있다.

최은봉 재무처장은 ECC 개방으로 지역 사회와 소통하는 대학 문화가 정착될 수 있음을 기대했다. 그는 “대학을 사회에 개방해 새로운 교육 환경과 문화를 구축하는 것은 오늘날 세계적인 추세”라며 “24시간 이용 가능해지는 ECC는 활동력 있는 캠퍼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총학은 학생들을 위한 문화 공간이 확충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복희 부총학생회장은 “학교는 이화에 대한 외부의 이미지 개선 이전에 학생들을 위한 좋은 교육 공간을 제공해주는 역할을 먼저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는 “ECC에 외부인 출입이 자유로워질 경우 강의실과 열람실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의 학습권이 침해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의견 역시 분분하다. 김지현(소비자학·04)씨는 “이제 곧 졸업을 하는데 재학생이 아닌 사람들도 건물을 이용했으면 한다”며 “학교 시설을 개방했을 때 홍보의 효과도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연세대학교에 재학 중인 서연주(교육·06)씨는 “여대라는 폐쇄적인 이미지를 개방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외부인 이용에 대한 학내 보안 문제도 지적됐다. 곽혜민(중문·07)씨는 “학교 홍보를 위한 수단이라면 제한적인 개방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에서 교환학생을 온 모리마리코(사과·08)씨는 “일반인과 학생들이 함께 들을 수 있는 강좌를 개설하는 것이 대학과 사회의 문화교류에 더 좋은 방법인 것 같다”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재무처는 CCTV 및 보안관련 설비를 철저하게 준비하고 있다고 답했다. 최은봉 재무처장은 “일정 시간 이후에는 경비실 쪽 출입구만을 개방해 출입을 통제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이상아 기자
이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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