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담회 참석자: 최순영 민주노동당 의원, 김남근 참여연대 민생희방본부 본부장, 이상도 사학진흥재단 전문위원, 황희란 한국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

일시 : 2008년 2월 22일 금요일 오후 2시/ 장소: 연세대 미우관 204호

△‘대학 등록금 1000만원 시대’가 다가오면서 대학 등록금과 관련된 문제가 전 사회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이 현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최순영 민주노동당 의원(이하 최): 올해도 대다수의 대학은 매우 높은 등록금 인상률을 발표했다. 작년부터 국립대마저도 법인화 때문에 사립대 못지 않게 등록금을 인상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이것이 학생들만의 문제가 아니고 전 국민의 문제가 되고 있다. 아무리 공부를 잘하는 학생이라도 부모의 소득이 낮으면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없는 실정이다. 비정규직 노동자가 계속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교육의 양극화가 사회 양극화를 낳고 있다. 올해는 시민단체까지 함께 나서서 이 문제 해결하겠다고 기자회견을 했다. 학내의 개나리 투쟁이 아닌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학생들이 학문만 열심히 할 수 있도록 사회가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

김남근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장(이하 김): 대학등록금 문제가 대학 자율에 맡겨야 하는 문제인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싶다. 실제 대학 당국에서 일방적으로 등록금을 인상하는 것이 우리 대학의 현실이다. 세계 어느 나라나 대학 등록금에 관해서는 국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 교육 공공성의 원칙에 입각한 여러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나라는 등록금 문제를 대학 자율에만 맡기다 보니 물가상승률의 2~3배, 국립대의 경우 4~5배 되는 인상률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대학 등록금을 방임하다보니 이런 문제가 나타나는 것이다. 정부가 교육 공공성의 원칙에 의해 일정한 책임을 지는 것이 필요하다.

이상도 사학진흥재단 전문위원(이하 이): 등록금 인상률에 비례해 교육의 질적 수준이 향상됐는지에 대해 회의적이다. 미국 등을 보면 등록금 수준이 매우 높지만 학교의 수익사업이 원활할 뿐 아니라 대학 기부 문화도 발달돼 있다. 미국은 교육비는 많이 들지만 학생들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는 쪽으로 정책을 구상하고 있다. 거기에 반해 국내 대학의 경우 학생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학교 자체의 수익을 높일 수 있는 법적인 토대가 마련됐다. 또 대학이 기부금 문화를 더 꽃피울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기반을 마련해 나가야 한다.

△대학은 “예산은 안정적으로 짜야 한다. 그래서 지출 예산을 다소 높게 책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매년 등록금이 남고, 수조원의 대학 적립금이 쌓인 상황에서 이러한 논리가 실효성이 있는가.

최: 해마다 적립금이 크게 늘어 현재 대학 적립금은 7조원 가까이 된다. 대학은 지출 후 결산했을 때 돈을 남기는 방식으로 계속 적립금을 쌓고 있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용도가 불분명한 ‘묻지마 적립금’이다. 이러한 적립금에는 어느 정도 상한선을 정해 등록금을 인상하는 한 요인이 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주로 이 적립금은 학생들에게 바로 혜택이 될 수 있는 복지 정책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건물, 분교 짓는데 쓰인다. 학교는 공공성을 가지는 교육 기관이므로 적립금을 쌓고, 사용하는데 있어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

황: 대학의 장기적 발전을 위해 적립금을 쌓는 것도 필요하다. 그러나 지금 현재는 그것이 한도를 초과하고 있다. 교육을 위해 등록금을 인상하겠다고 하지만 예산으로 책정한 만큼 지출하지 않는 대학이 매우 많다. 보수적, 안정적으로 예산을 책정한다면 거기에 합리성이 있어야 한다. 지금은 예산 책정에서 합리성이 결여된 대학이 적지 않다. 당장에 학생들이 교육을 받지 못할 정도로 등록금이 인상된 상황에서 누구를 위한 장기적 전망인지, 장기적 전망에 과연 대학 구성원들이 합의 했는지 따져봐야 한다. 등록금에 의존하는 대학이 건축 등을 목적으로 적립금을 수조원까지 쌓는 것은 안정적인 예산 편성이 아닌 비합리적이고 비민주적인 편성이다.

김: 적립금 증가율이 1년에 10% 가깝게 되는 때도 있었던 것을 보면 학교 측의 의도가 있다고 생각된다. 적립금이 학생 복지, 장학금 등이 아니라 대학 건축물, 부동산을 구입하는데 사용된다면 정당성에 문제가 있다. 등록금 회계에서 원칙적으로는 재단이 돈을 꿔가야 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냥 건물을 짓고 그 건물은 재단 소유가 된다. 등록금을 가져다가 건물을 지으면 재단은 계속 돈이 늘어나서 부자가 되는 모순이 생긴다. 등록금 회계를 독립시켜야 한다. 또 재단이 자금이 어렵다면 등록금 회계에서 돈을 빌려 건물을 짓고 다른 방식으로 충당됐을 때 등록금 회계에 보충하는 식이 돼야 한다. 수입과 지출 모두 독립해서 회계처리 하도록 하는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

△등록금 문제에 대한 대안으로 등록금 후불제가 공론화되고 있다. 등록금 후불제는 국가가 먼저 등록금을 납부해주고 졸업 후에 학생이 갚게 하는 제도다. 이 제도를 시행하기 위한 재원은 어떻게 마련해야 하는가.

최: 원칙적으로 국가가 고등 교육도 책임져야 한다는 취지에서 이 법안을 냈다. 고등 교육에 지원하는 우리 정부 예산은 평균 0.4%로 OECD 30개 국가 평균인 1%에 비해 매우 부족하다. 정부는 적어도 예산의 1%를 대학교육을 위해 투자해야 한다. 호주 등에서는 이미 등록금 후불제가 시행 중이다. 학생들은 어느 정도 수입이 있을 때 갚아나가겠다는 지불 계획을 세우면 된다.

이: 교육부에서 많은 것을 시도하려다 보니 예산이 많이 책정돼 거부 반응이 일어났다. 호주, 뉴질랜드 등에서 무리 없이 시행되는 것은 얼마 전까지는 정부가 대학 교육비를 100% 부담했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국가의 부담이 늘어나 그 대안으로 학생이 교육비의 1/3만 내게 됐다. 그 과정에서 후불제가 도입된 것이다. 후불제가 시행 되려면 기획예산처부터 확실하게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김: 현재 평균 가계 소득이 월 320만원 이다. 고려대 의과대학원은 등록금이 1300만원을 돌파했고, 이공계도 1천만원을 넘었다. 이공계 자녀를 둔 부모는 일 년 중 3달의 수입을 대학 등록금으로 내야 한다. 이렇게 되면 부모들은 굉장히 힘들어진다. 의과대학, 이공계부터 시작해서 단계적으로 시행시켜야 한다. 어느 누구도 당장 전면적으로 후불제를 시행하라고 얘기하지 않는다. 지금부터 노력해서 5년, 10년 안에 정착시키자는 것이다.

황: 후불제는 저소득층 중심으로 도입돼야 한다. 작년 재정경제부에서는 로스쿨, 의전대부터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안정적으로 등록금을 회수할 수 있는 로스쿨, 의전대부터 이 제도를 시행하겠다는 것은 후불제의 의미에 맞지 않는다. 안정적으로 회수할 수 없는 저소득층을 위해 우선적으로 시행해 나가고, 점점 상위 계층으로 그 범위를 넓혀 나가야 한다.

ㅁ등록금 후불제는 납부 기한이 늦춰지는 것이지 등록금 부담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는 비판이 있다. 후불제와 함께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는 등록금 상한제에 대해 말씀해 달라.

최: 작년부터 등록금 천만원 시대에 돌입하면서 각 당에서 여러 정책들을 내 놓았다. 한나라당에서 반값 등록금을 제시했고, 통합민주당에서 후불제 등을 얘기했다. 그러나 상한선이없으면 이 제도들이 실효성이 없다. 2천만원대에서 반값 등록금 도입해봐야 학생들의 부담은 크다. 민주노동당에서 제안한 상한제는 기준을 연소득의 12분의 1로 잡았다. 그렇게 한 이유는 평균치를 봤을 때 국민들이 연소득에서 12분의 1을 저금하고 있었다. 적어도 대학 자녀를 가졌을 경우 빚을 지지는 말자는 취지였다. 저소득층의 경우 등록금을 부과하지 않는다는 방침이었다.

김: 등록금 상한제와 인상률 상한제를 둘 다 도입해야 한다. 89년까지 사립대학도 등록금 상한선이 정해져 있었다. 이 제도가 폐지된 후 90년도부터 기하급수적으로 등록금이 높아졌다. 국공립대 역시 2001년도에 상한제가 폐지된 이후 2002년부터 사립대의 2~3배로 등록금을 인상하고 있다. 지금처럼 등록금이 과도하게 인상되는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빠른 시일 내에 상한제를 부활해야 한다.

△소득에 따라 등록금을 차등 부과하자는 주장도 있다. 이 제도를 실시할 경우 어떻게 소득을 정확하게 파악할 것이며, 어떤 기준에 따라 등급을 나눌 것인가.

김: 차등부과제도 후불제, 상한제와 함께 도입돼야 한다. 부유층 학생과 저소득층 학생이 똑같은 등록금 낸다는 것은 오히려 평등에 맞지 않다. 부모의 능력에 따라 비례해서 내야 한다. 스페인, 벨기에 등 많은 나라에서 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교육부가 독자적으로 대학생 학부모의 소득 정보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면 어마어마한 행정 예산이 들고 시간도 많이 걸릴 것이다. 국민연금, 건강보험 등으로 소득 정보를 파악하는 제도가 마련된 것을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재는 국민연금, 건강 보험에서 갖고 있는 소득 수준에 대한 정보를 활용할 수 없게 돼있다. 이러한 소득 정보를 활용할 수 있게끔 법적 토대를 만들어 나가면 된다.

이: 소득 수준을 정확히 파악할 수 없다고 하지만 봉급생활자들은 투명하게 소득수준을 알 수 있다. 투명하지 않은 법인세 신고나 개인사업자가 줄여서 소득신고 하는 것이 걸림돌이지만 그럴 경우 봉급 생활자들은 등급을 더 낮춘다든지 하는 방법도 있다. 소득이 어느 정도 이하면 무상으로 줄 것이냐 하는 문제도 있다. 이것은 대학의 적립수준 등 여건에 따라 다양하게 운영하면 된다. 하버드의 경우 금년부터 부모 소득이 6만불 이하면 등록금을 받지 않는다.

△등록금 문제와 관련해 학생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말씀해 달라.

김: 아쉬운 점은 2월, 3월까지는 등록금 문제가 많이 부각되다가 4월부터는 이 분위기가 식어간다는 것이다. 이 제도가 해결되려면 정기 국회까지 관심이 이어져야 한다. 그러나 그 시점에서는 학생들도 많은 관심을 갖지 않는다. 1년 내내 등록금 문제에 대해 꾸준히 모니터링 해야 한다. 발의 하는 법안 등이 논의 되는지, 고등 교육에 대한 정부 예산은 어떻게 책정되는지 지속적으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정리: 김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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