ㄱ씨(음악대학·04)는 높은 등록금 때문에 2학기 연속 학자금 대출을 받아왔다. 그러나 이번 학기에는 학자금 대출을 받지 않을 생각이다.

그는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이자를 생각하면 암담하다”며 “게다가 금리가 또 오른다고 하니 일단은 복지 장학금과 분할납부로 등록금을 해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7학기 째 학자금 대출을 받아온 ㄴ씨(국문·04)는 한 달에 8만원 이상을 이자로 납부하고 있다. 과외, 인턴 등으로 매달 버는 돈은 학자금 대출 이자로 빠져나간다.

ㄴ씨는 “정부는 등록금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정부보증 학자금 대출’을 시행했지만 민간 은행에서 대출했던 때보다 더 높은 이자를 받고 있다”며 “올해 또 금리가 오르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학자금 대출 이자 상승 추세

올해 대출 금리가 지난 학기 6.66%에서 7.65%로 약1%포인트 상승해 학생들의 금리 부담이 높아졌다. 학자금 대출 이자는 2006년 1학기 7.05%를 기록한 이래로 6%대를 유지했지만 이번 학기 7%를 훌쩍 넘어섰다.

가령 인문대학 학생의 경우 지난 학기 4년 거치 6년 원리금 분할 상환 조건으로 등록금 345만원을 대출 받았다면 총 이자 부담이 166만 3010원이다. 하지만 같은 조건에서 대출 금리가 7.65%로 오르면 이자 부담은 191만 8050원으로 26만원 가량 늘어난다. 높은 등록금을 내는 의과대학, 조형예술대학 학생의 경우 이보다 더 큰 폭으로 상승한 이자를 부담하게 된다.

학자금 대출 이자가 7%를 넘어선 것은 최근 시중 금리가 올랐기 때문이다. 대출 이자는 기준금리와 가산금리의 합계로 책정된다.

기준금리인 5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5.89%(1월7일 기준)로 지난해 2학기 5.38%보다 0.5% 이상 올랐다. 교육부 대학재정복지팀 한성윤 사무관은 “5년만기 국고채 금리와 가산 금리의 합계가 지난 학기보다 1.3%포인트 이상 상승해 금리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우리 학교에서 2007학년도 2학기 학자금 대출을 받은 재학생은 1천500명이다. 이는 복지장학금을 받은 학생 1천187명(2007학년도 1학기)보다 313명 많은 수치로 전체 재학생의 약 10%를 차지한다. 2년 전에 비해서도 170명이 늘었다.

학자금 대출 신용보증기금 예산은 지난해 12월28일 국회 예산심사에서 1천억원 삭감됐다. 정부안은 3천907억원이었으나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삭감으로 2천907억원으로 줄었다. 삭감된 부분은 미상환 대비 적립액 900억원, 저소득층 이자 지원액 100억원이다.

△등록금 인상에 대출 금리 상승까지 학생들 부담 이중고

대출 금리 인상 소식에 학생들은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김혜림(언론?05)씨는 “정부에서 학생들의 등록금 부담을 덜기 위해 시행된 제도인데 반해 금리가 너무 높은 것 아니냐”고 말했다.

ㄱ씨(음대?04)는 “저소득층을 위해 만든 제도인데 주택담보대출, 신용보증대출 등 다른 대출의 금리와 차별성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강정주 총학생회장은 “학내 복지장학금을 신청하는 학생들보다 학자금 대출을 선택하는 학생이 훨씬 많다”며 “7%가 넘어가는 높은 이자는 학생들의 교육권을 보장한다는 정부의 취지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정부보증 학자금대출’이 시행되면서 오히려 금리 부담이 늘었다는 학생도 있다. 정부는 저소득층 지원을 위해 2005년 2학기부터 ‘정부보증 학자금대출’ 방안을 마련했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서 부모가 채무불이행자인 학생도 대출이 가능해졌다. 그러나 일부 학생들은 정부보증 학자금대출이 시행되기 전보다 더 높은 이자를 내고 있다.

2005년 1학기까지 학자금 대출 금리는 8.5%~9%로 학생은 금리의 절반인 4%~4.5%만 부담했다. ㄴ씨는 “4%대의 이자를 내다가 정부보증으로 바뀐 후 7%가 넘어가는 이자를 부담하게 됐다”고 울상을 지었다.

우리 학교는 학생들의 부담을 덜기 위해 2000년부터 정부보증 학자금 대출을 받는 학생을 대상으로 ‘이자지원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그러나 지급 기간이 한 학기여서 학생들에겐 이자 부담의 ‘미봉책’일 뿐이다.

강정주 총학생회장은 “등록금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만큼 학자금 대출의 이자는 정부나 학교에서 지속적으로 지원해줘야 한다”며 “지급기간을 연장해달라고 학교 측에 요구해왔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학생복지센터 조지연 직원은 “지난해 교육부 권고에서도 이자지원 장학금 지급기간 원칙은 한 학기였다”며 “과거에는 심사를 통해 소수 인원만 지원을 받았지만 현재는 ‘학자금 대출을 받는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받는 인원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학생들 “학자금 대출에 대한 정부 예산 강화해야”

현재 교육부는 시장금리가 내리지 않는다면 근본적인 대책은 없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대학재정복지팀 한성윤 사무관은 “지나친 금리 상승에 대한 학생의 부담을 줄이고자 상승폭을 최소화했으며 무이자와 2% 금리보전자(금리 5.65%)를 17만명에서 38만명으로 확대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학생들은 정부 차원의 추가 예산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박민정(생명·06)씨는 “학생들의 교육권을 보장하기 위해 정부와 국회가 나서 학자금 대출에 대한 지원 예산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양대 하준경 교수(경제학부)는 “우리나라의 경우 학자금 대출 시장이 선진국에 비해 극히 제한적”이라며 “학자금 대출은 최대 20년간 상환하는 장기 상품이므로 단기적인 시장금리에 민감하게 움직여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교육이라는 분야는 공공성을 지니고 있는 만큼 정부 차원에서 예산을 늘리거나 성적, 가정형편에 따라 다양한 상품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원 기자

◆ 거치식 상환방식 : 대출을 받은 후 일정한 기간 (최장 10년) 동안은 원금을 갚아야 하는 부담 없이 이자만 납부하다가 일정기간(본인이 선택한 거치기간)이 지난 후 원금을 매달 나누어 갚는 방식.

◆ 국고채: 정부가 장기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발행하는 채권으로 국채에 속한다. 1년ㆍ3년ㆍ5년ㆍ10년짜리 4종류가 유통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다. 3년 만기 국고채 유통수익률은 대표적인 시장금리 중의 하나로, 우리나라의 시중자금 사정을 나타내는 지표금리로 사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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