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공지연 강연회

“여러분, 한 번에 성공할 생각 하지 말아요. 한 번에 에베레스트를 등정한 사람보다, 수없이 조난당하고 실패한 사람이 에베레스트에 대해 더 잘 아는 법이지요”

최근 산문집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와 장편 소설 ‘즐거운 나의 집’으로 주목받고 있는 작가 공지영 강연회가 4월30일(수) 생활환경관 318호에서 열렸다. 이대 대학원 학생회가 주관하고 한겨레 신문사가 주최한 이번 행사는 ‘치유, 평화, 그리고 문학’이라는 주제로 오후 5시부터 7시까지 진행됐다. 공씨는 이날 학생들에게 외모·성공·돈과 같은 가치에 대한 생각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공씨는 부드러운 분홍색 카디건에 희고 긴 치마 차림이었다. 일상적이고 편안한 차림새 탓에 학생들은 처음에 그를 알아보지 못했다. “이대에 오랜만에 왔어요. 대학 시절에 친구들과 이대를 거쳐 선술집엘 가곤 했던 추억이 있죠” 공씨는 대학 시절에 대한 추억으로 입을 열였다.

연대 영문과 재학 시절 그는 수업보다도 문학하는 친구들과 어울려 놀기를 좋아했다. 그는 문학상을 휩쓸었던 친구들과 달리 신춘문예에 계속해서 낙방했다. 그는 “고군분투하던 시절이 그를 키워낸 것 같다”며 “학생들에게 많이 실패해보고 방황해보라”고 조언했다. 

그는 “남이 훔쳐서 찢어버릴 수 있는 것에는 투자하지 말고, 내부에 차곡차곡 쌓을 수 있는 가치에 투자하라”고 말했다. 그는 40대를 넘어서면 모든 것들이 바뀌기 시작한다며, 그때 남는 미모는 내면에서 발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씨는 내면을 가꾸는 세 가지 방법으로 ‘욕심부리지 않는 것’,‘자신의 지적인 성장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것’,‘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능력을 나눠주며 사는 것’을 꼽았다.

공씨는 성공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돈과 명예를 가지는 것이 성공이라면 이 세상 인구 중 2% 외의 사람들은 모두 실패자일 것이라며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잘하게 되어 다른 이에게 도움이 된다면 그것이 성공”이라고 말했다. 그는 “많이 실패해보고 방황하다 어떤 길에 도달하면 사람들이 그것을 성공이라고 불러주는 날이 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인간을 씨앗저장고의 씨앗으로 비유한 뒤, “춥고 외로운 흙 속에서 혼자 견디고 난 후에야 비로소 싹을 틔울 수 있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학생들의 적극적인 질문공세가 펼쳐졌던 질의응답 시간은 약 30분 동안 이어졌다. 삶을 바꾼 문학작품이 있냐는 한 학생의 질문에 공씨는 박경리 작가의 ‘토지’라고 대답했다. 그는  토지를 읽으면서 처음으로 “많은 사람들의 삶을 담아내는 소설에 매력을 느꼈다”고 말했다. “박경리씨가 요즘 많이 아프시다고 해서 혼란스럽다”고도 덧붙였다. 사람의 마음을 잘 묘사하는 비법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공씨는 “자신을 잘 들여다보면 거기에 희대의 살인마부터 성녀까지 있다”며 자기 자신을 잘 살펴보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의 문학이 변했다는 질문에 “운동권적이고 사회적 의미를 가지도록 소설을 써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난 것”이라며 “가볍고 자유롭게 걸어다니고 싶다”고 대답했다. 

뜨거운 박수와 함께 강연회가 끝나자 사인을 받으려는 학생들이 모여들었다. 강연회에 참석한 곽지영(영문·06)씨는 “지금까지 실패를 두려워하기만 했던 나를 반성하게 했다”며 “삶을 더 많이 경험한 선배에게 응원받은 기분”이라고 말했다. 이해숙(국문·07)씨는 “공지영 작가의 진실한 이야기가 내게 용기를 줬다”고 표현했다.


이채현 기자 cat0125@ewhain.net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