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해백일장 대상·안견백일장 차하 수상한 이진송(인과07)씨

“제 글을 통해 사람들이 자잘한 일상을 눈여겨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어요.”

13일(화) 은행잎이 수북한 학관 앞 벤치에서 만난 이진송(인과·07)씨는 올해 문학특기자로 인문과학부에 입학한 후 만해백일장 일반부 대상 및 안견백일장 차하 등을 수상한 문학도다. 작년 우리 학교 고교생 백일장 산문부분에서 장원을 차지해 1학기 동안 특정분야우수 장학금을 받기도 했다.

소설이라고 하면 장대한 서사를 먼저 떠올리지만 이씨가 소재를 얻는 곳은 주로 평범한 일상 속이다. 여름에 잠을 못자서 불면증에 관한 소설을 쓴 적도 있고, 신문을 스크랩 하다 신문을 만드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창작한 적도 있다. “모든 사람들은 각자의 드라마를 갖고 있으니까요.” 때문에 그는 자신만의 이야기를 깨닫지 못하는 사람들을 보면 안타깝다.

이씨는 사람들이 흔히 지나치는 것에도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가 만해 백일장에서 수상한 작품 ‘가족사진’은 가족사진을 찍는 풍경을 세세하게 묘사해 좋은 평을 받았다. 이씨는 사람들이 가족사진을 찍을 때는 자신들이 행복하다고 믿으며 웃는다는 것을 포착해냈다. “가족사진에서는 아무리 냉정한 시어머니와 며느리 사이라도 손등을 맞대고 설 수 있고, 키가 작은 형을 위해서 동생이 무릎을 굽혀주기도 하잖아요.”

그는 행복하다고 ‘말하기’보다 행복한 장면을 ‘보여주기’ 위해 고심한다. 작품도 날것 그대로의 주제를 드러낸 것 보다는 주제를 향해 점층적으로 다가가는 글을 좋아한다. “그래서 제가 여성 작가들의 작품을 좋아하나 봐요.” 이씨가 생각하는 문학은 접하는 순간 어떤 울림이 돼서 삶에 사소한 변화라도 일으키는 것이다. “그 사소한 변화가 나비효과가 되면 더할 나위가 없겠죠?"”

이씨는 소설을 읽다보면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과 조우하는 느낌이 든다고 말한다. “굵직한 역사적 사건 안에는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어요. 겨울이면 무가 얼어서 고민이었다거나 양말뒤축이 닳아 있었다거나 하는 이야기 같은 거요.” 역사는 역사학자들에 의해 기록이 되지만 사람들의 이야기는 소설이 아니고서는 기록되기 힘들다. 그래서 이씨는 소설을 좋아한다.

이씨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준 작가는 신경숙씨다. 여성 작가를 좋아한 어머니 덕분에 그가 최초로 읽은 소설책도 신경숙씨의 ‘외딴 방’이었다. “이야기가 여느 동화책처럼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로 끝나지 않더라고요. 이런 방식의 결말도 있구나, 라고 생각했어요. 정서적 충격이었죠.”

여전히 그는 소설가라는 꿈을 향해 나아가고 있지만 요즘에는 자신의 글에 고칠 점이 너무 많아 고민이라고 한다. “소재는 많은데 어떻게 풀어내야 할지 고민이에요. 글을 한참 쓰고 나서 여전히 그 수준이네 하고 실망하기도 하구요.” 고민이 많지만 글이 안 써지질 때면 미련 없이 포기한다. 억지로 글을 쓰려고 하면 글에 대한 애정이 없어지는 기분이 든다고.

문학의 위기라는 말이 곳곳에서 들리지만 이씨는 위기라는 말을 쉽게 쓰고 싶지 않다. 그는 사회가 아무리 변화해도 사람들은 결국 문학에서 멀어질 수 없다고 믿는다. 문학은 현실의 거울이고 그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의 드라마이기 때문이다. “까뮈의 말처럼 문학은 인간의 본질까지 연구하는 그 모든 것이라고 생각해요.”

이씨가 바라는 것이 있다면 사람들이 문학을 너무 어렵게 느끼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그에게는 평소 보고 듣고 느끼는 모든 것이 문학이다. “문학은 인생이 힘들다며 머리를 싸쥐는 애들만 하는 것이 아니니까요.” 문학의 위기라는 세간의 평가 속에서도 꾸준히 글을 쓰고 있는 이진송씨. 그가 있어 한국 문학의 미래는 그리 어둡지만은 않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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