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일상이 가장 특별한 소재죠
사소한 일상이 가장 특별한 소재죠
  • 변선영 기자
  • 승인 2007.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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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광고대상 은상 수상한 박서영(산디05)씨
“기발한 아이디어가 항상 번뜩이는 천부적인 창의성이 있는 건 아니에요. 비결이라면 평범하고 소소한 일상들을 지나치지 않고 차곡차곡 모아두려는 노력이겠죠.”

상패와 꽃다발을 한 아름 안고 약속장소로 들어선 박서영(산디·05)씨. 최근 한 달 사이 경향광고대상 신인상 은상과 대학생·일반을 막론하고 딱 한 팀에게만 주어지는 대한민국광고대상 특별상을 모두 거머쥔 그는 광고계가 주목하는 샛별이다. 22일(목) 오후 학교 앞 한 카페에서 경향광고대상 시상식을 금방 마치고 돌아온 그를 만났다.

“광고가 재미있고, 광고하는 사람들을 만나는 게 좋아서 시작한 일이 이제는 꿈이 됐죠.” 마음이 즐거운 일을 하다 보니 고된 밤샘 작업도 취미활동 같았다. 즐거운 마음가짐은 그에게 열정을 심어줬고, 최근에는 각종 공모전에서 좋은 결실을 맺게 됐다.

경향광고대상 은상을 수상한 작품은 환경을 주제로 한 공익광고다. ‘지구온난화’를 주제로 잡은 서영 씨는 남극의 빙하가 다 녹자 펭귄들이 갈 곳이 없어 전선위에 올라가 내일은 또 어디로 갈지 걱정하는 모습을 담았다. 그의 작품은 심사위원들로부터 “당연히 있어야 할 극지방이 아닌 전선 위에 위태롭게 앉은 여섯 마리의 펭귄을 극적으로 대비시켜 지구온난화의 위기감을 극적으로 표현한 우수작”이라는 평을 받았다.

‘아이디어 하나를 무기로 뛰어드는 전쟁터’라는 광고계. 인정받는 아이디어 뱅크가 되기 위한 ‘박서영’ 만의 노하우가 궁금했다. “무엇이든 메모해둬요. 늘 갖고 다니는 무지노트가 제 보물 1호죠.” 순간순간 뇌리를 스치는 아이디어는 곧장 그만의 무지노트로 향해 빼곡히 기록된다. 분신 같은 무지노트가 없을 때는 껌 종이·휴지조각도 모두 메모지가 된다. 취미로 찍는 사진 역시 기록의 일부이고, 잠들기 전 떠오른 단상은 휴대폰으로 녹음해둬야 마음이 편하다. 이번 수상작에서 펭귄이 전봇대 전선 위에 올라간 상황을 설정할 때도 전봇대를 배경으로 찍어 둔 사진이 광고의 발상에 한 몫 했다.

탄탄대로로 광고계에 입문해 공모전의 큰 상들도 거침없이 거머쥔 박서영 씨. 그러나 누구나 그러하듯 그에게도 힘든 과정은 있었다. “대학 진학 전에는 음악을 전공하려고 13년간 첼로를 했어요. 고3이 돼서야 미술로 진로를 변경하겠다고 선언하자 부모님의 반대가 심했죠.” 고등학교를 졸업하고도 바로 대학에 오지 않고 삼성디자인학교(SADI)에 적을 뒀다. 하지만 사회에서 직접 부딪혀 보니 고졸학력의 경우, 같은 나이의 대학생의 생활을 누릴 수 없는 제약이 있었다.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

결국 그는 남들보다 3년 늦은 나이에 대학생이 됐다. “힘들게 돌고 돌아 이 길로 접어들기 까지 애초에 미술을 반대하신 부모님에 대한 원망도 했죠.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힘들다고 여겼던 때 남겨 놓았던 기록들, 첼로를 통해 얻은 음악적 감성들이 소위 ‘종합예술’이라 불리는 광고에 다 쓰이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학교를 다니면서 현재 제일기획에서 아이디어보드 인턴 활동을 하고 있는 그의 일주일은 누구보다 치열하고, 또 행복하다. 박서영 씨는 인턴활동을 병행하며 21학점을 꽉꽉 채워 듣고, 공모전 준비도 해가며, 틈틈이 봉사활동까지 한다. “공모전 준비 막바지에는 일주일 통틀어 5시간밖에 잘 수 없을 정도로 시간이 없었죠.”

대학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교수님들의 응원도 그에게는 큰 힘이 된다. 작년 처음 인턴지원서를 낼 때 2학년은 받지 않는 제일기획에 추천서를 써주시고, 조언도 아끼지 않으셨던 이영희(시각디자인과) 교수와 작은 상이라도 받으면 함께 기뻐해주시는 조재경(산업디자인과) 교수는 박 씨가 평생의 은사로 여기는 분들이다.

늘 새로운 아이디어와 싸워야 하는 광고계에 뛰어든 박서영 씨. 그가 앞으로 만들어갈 그만의 미래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지 않을까. “지금까지 일들을 돌아보면, 벼랑 끝 절박함을 느낄 때 보다는 즐기면서 열정을 쏟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커리어와 연결된 경우가 많았어요. 아직은 좀 더 장기적인 생각을 가지고 진정 원하는 게 무엇인지 고민해야 할 단계라고 생각해요.” 사소한 것의 소중함을 알고, 가슴 뛰게 만드는 열정을 쫓아 달리는 그의 젊은 날은 여느 반짝이는 아이디어 보다 눈부시게 빛난다.

변선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