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총학생회 선거일이 다가왔다. 교내 곳곳에서 분주하게 활동하고 있는 선거인단의 모습, 이화인의 표심을 모으고자 매일 아침 등굣길에서 우렁찬 목소리로 유세를 하는 후보들의 모습에는 비장함마저 감돈다. 더군다나 올해는 대통령 선거도 치러진다. 대선의 열기가 이화에도 그대로 이어진 것인지, 올해는 총학생회 선거 후보로 네 선본이 나왔다. 두 선본이 출마한 작년과는 다른 모습이다.

많아진 선본 수 만큼 이들의 유세 열기 또한 한층 더 뜨겁다. 그러나 이러한 후보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유권자인 이화인의 반응은 미지근하기만 하다. 저번 주에는 채플이 끝난 직후 각 선본 후보들의 유세가 있었다. 사전에 그에 대한 공지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은 채플이 끝나기가 무섭게 자리를 뜨기 시작했다. 결국, 후보들은 텅 빈 대강당에서 남아있던 몇 몇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유세를 할 수 밖에 없었다. 대중유세 당일에도 이화인은 마치 총학생회 선거가 강 건너 불구경인 마냥 관심이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정책공청회 당일 객석에서 네 선본의 운동원들과 일부 자치단위 학생들, 그리고 학생회에 속한 학생들을 제외하고 일반 이화인의 모습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물론 이런 공식적인 자리에 참여하는 비율만으로 대다수의 이화인이 선거에 관심이 없다고 일반화 시킬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것이 특수한 경우가 아니라는 점이다. 선거에 관심을 가지는 일은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자보와 리플렛, 그리고 정책 자료집에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각 선본들의 정책과 그들이 지향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할 수 있다.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온 지금쯤이면 마음속에선 이미 어떤 후보에게 자신의 한 표를 줄 것인지 결정이 되어 있어야 할 것이다. 만약 결정이 어렵다면, 최소한 각 후보들이 내세운 정책을 비교해 누구를 뽑을 것인지 충분히 고민을 하고 있어야 한다.

사람들은 우리나라 정치에 대해 논하면서 ‘정치판이 썩었다, 바뀌어야 한다’ 는 말을 많이들 한다. 그러나 정작 개표를 하면서 저조한 투표율에 놀란 것이 한 두 번이 아니다. 말은 쉽지만 행동으로 옮기기는 어렵다는 것을 새삼 실감하게 된다.

대선과 총학 선거는 큰 집단을 대표하고 이끌어나갈 인물을 뽑는다는 점에서 그 의미를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렇게 중요한 선거에 대해 유권자들이 미온적 반응을 보인다면, 결국 바뀌는 것은 아무 것도 없을 것이다. 이제는 ‘나 하나쯤이야’ 라는 생각을 버리고 소중한 한 표에 담긴 자신의 권리를 행사해야 할 것이다.

정영숙(인문·07)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