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미(美)를 나타내는 말은 굉장히 많이 존재한다. ‘참하다, 곱다, 예쁘다, 귀엽다, 청순하다’ 등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요즘은 무엇보다도 ‘섹시하다’라는 말이 단연 으뜸의 칭찬이 되고 있다. 다양한 매체를 통해 대중문화의 흐름을 주도하는 연예인의 경우에도 섹시한 이미지를 부각시켜 왕성한 활동을 펼치는 예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효리, 채연 등 국내 스타들 뿐 아니라 해외 스타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비욘세 등, 이들은 육감적인 몸매와 파격적인 안무, 그리고 의상 등으로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것은 비단 화려함을 요구하는 연예계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일반 여성들도 이제는 섹시한 아이템을 찾아 소비한다. 자신의 매력 중에서도 섹시함을 강조하고 싶은 것이다. 여성 속옷 브랜드 ‘섹시쿠키’의 디자인팀은 “여성들이 생각하는 섹시함은 일종의 자신감”이라고 말한다. 그만큼 현대사회에서 ‘섹시’란, 여성들에게 더욱 각광받는 아름다움의 가치로 부상한 것이다.

다만, 섹시라는 단어에는 천박함도, 관능적인 요염함도, 매력적인 당당함도 모두 담을 수 있기에 나는 그 사용이 매우 조심스럽다. 특히 섹시를 육체적인 것과 관련시켜 표현할 때 가장 많이 불편함을 느낀다. 흔히 우리는 남성에게 보다 여성에게 섹시하다는 표현을 많이 쓴다. 아니, 오히려 남발하는 느낌이 더 강하다. 각종 방송매체에서는 큰 가슴, 잘록한 허리, 풍만한 엉덩이 등의 육감적인 몸매를 가리켜 섹시하다고 연신 감탄하며 우리에게 섹시는 곧 여성의 성性적인 매력으로 인식시킨다. 그것을 접한 이들은 방송이 심어주는 섹시의 가치관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고, 여성들은 보다 매력적이기 위해 짧은 치마를 입고, 몸매가 훤히 드러나는 옷을 입으며 섹시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섹시하다’라는 표현이 성적인 매력으로만 부각된다면 현대 사회에서 당당한 의미로서의 섹시는 존재할 곳이 없어지고 만다. 따라서 여성들이 말하는 진정한 자신감으로서의 섹시함을 말하기 위해서는 그것의 의미와 가치를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이때 가장 좋은 예가 될 수 있는 것이 바로 황진이라고 생각한다. 그녀는 관능적인 아름다움을 요구하는 사회에 자기의 절색인 외모를 희생시키지 않았다. 뭇 남성을 상대해야 하는 기생이었지만 자신의 마음에서 우러나온 사랑에 귀 기울였고, 그 사랑을 쟁취하려 노력한 것이다. 그런 점이 바로 황진이만이 가질 수 있는 섹시함이고, 현대 여성들이 명명하고자하는 섹시함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기녀들과는 달리 자기 사랑의 주인이 되고자 했던, 주체적인 그녀의 자아가 풍기는 당당함. 작가 홍석중은 이러한 황진이의 매력을 “절색은 천하절색인데 생김새루가 아니라 눈부신 빛으루 느껴지는 천하절색”이라 묘사한다. 즉 황진이의 섹시함은 빛이 난다.

동양의 전통사상에서 볼 때, 몸과 마음은 하나이다. 동양사상에서는 몸과 마음을 분리시켜 보지 않는다. 그러므로 몸을 수양하는 과정과 마음을 수양하는 과정이 하나이며, 서로 분리되지 않는다. 한의학에서는 전통적으로 몸과 마음을 분리시켜서 이해하지 않는다. 삼국지에서 주유는 제갈공명의 편지를 받고 화가 터져서 죽게 된다. 화병이란 말은 흔히 사용되며 우리들은 쉽게 이런 관념을 받아들인다. 마음과 육체는 하나이기 때문에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게 된다. 즉 동양 사상에서 몸과 마음은 둘이 아닌 하나의 통일체인 것이다.

앞으로 ‘섹시’의 의미가 나아가야 할 방향도 이러한 동양의 ‘둘이지만 결국은 하나를 이루는’ 것을 강조하는 전통사상에서 찾아볼 수 있다. 진정한 매력의 가치로서 ‘섹시’가 구현되지 못하는 것은 바로 ‘섹시’를 받아들이는 현대인들이 외적인 것만을 섹시하게 만들었기 때문이 아닐까. 마음을 먼저 섹시하게 만들어야 한다. 이것은 마음을 성적인 욕구로 가득 채우라는 뜻이 아닌,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섹시를 구현하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적인 시각에 의존한 것이 아닌, 진지하게 자아를 성찰해보는 과정에서 우러나오는 것이야 말로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진정한 ‘섹시함’이다. 우리는 바야흐로 성적으로 어필하는 ‘섹시’가 아닌 마음으로 끌리는 ‘섹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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