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이 ‘취업준비학교’로 인식되고, 더 이상 학문의 상아탑 역할을 하지 못하는 현실에서 대학과 대학생의 역할은 어떠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대학생이 열심히 공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단순히 학점 따고, 고시공부 하는데 지나치게 매달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자신을 위한 다양한 투자, 사회현실에 대한 비판적 의식, 자원봉사 등을 경험해보길 권한다. 그 자체가 다 인생 공부이며, 자기 분야를 개척하는데 든든한 밑거름이 될 것이다. 대학이 삶의 근본적 문제, 세상을 따뜻하게 만드는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그 사회가 건강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대학생들이 이러한 인식을 갖고, 폭넓은 공부를 해주기를 바란다.

△ 대학의 높은 등록금 의존도?물가상승률을 상회하는 등록금 인상률, 대학당국의 일방적이고 폐쇄적인 등록금 결정과정 등이 등록금을 둘러싼 갈등의 주요 요인이다. 해마다 반복되는 등록금 문제를 해결할 방안이 있는가?

‘등록금 천만원 시대’라는 말을 듣고 있다. 금전적 부담을 안고 있는 학생들이 공부를 계속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게 국가의 역할이다. 당장은 등록금 융자 상환기간을 늘리고 6% 정도 되는 이자율도 크게 낮춰야한다. 필요하다면 원리금 후불제 같은 것도 생각할 수 있다. 또한 장학혜택을 받는 인원도 늘려서 30% 가량의 학생이 수혜를 입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학교 입장에서도 좋은 대학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풍부한 재정이 요구된다. 우수한 교수, 실력 있는 학생을 모으기 위해 연구비, 장학금 등 각종 연구시설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 재정수요를 학생 등록금에만 의지하고 있다는 것은 문제다. 우선 대학 스스로 재원구조를 다양화해 여러 방법으로 재정을 충당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제를 과감히 풀겠다. 이는 학교법인의 투자와 수익활동 활성화를 도울 것이다. 등록금이 비싸서 대학 공부를 못하는 학생들이 없도록 국가장학금 제도를 마련해 나갈 생각이다. 특히 서민 가정 대학생들에 대해 현행 학자금 융자제도를 가정환경에 맞는 맞춤형, 소득 연계형 장학제도로 전환할 것이다.

△ 대학의 기업의존도가 높아지면서 교육공간인 대학이 상업화 논리에 휩쓸리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기업가 출신으로써 시장경제정책을 추구하는 이 후보의 대학 내 상업화에 대한 생각을 듣고 싶다.

세계를 무대로 경쟁하는 우리 기업들과 대학들 간의 연결고리가 단단해지고, 산학 협력이 강화될수록 대학의 경쟁력도 강해질 것이다. 지구촌 유수 대학들은 오래 전부터 실용적인 관점에서 기업들과 실질적인 협력관계를 구축해왔다. 미국 스탠포드는 실리콘 밸리, 베이징대학은 캠퍼스 내 상업적 호텔 건축 등 과거 상상도 못할 일이 벌어지고 있다. 그런 점에서 우리의 대학들도 글로벌한 시각, 실용적 관점으로 과감하게 발상을 전환해야 한다.

△ 청년실업 해결을 위한 ‘대한민국 747프로그램’으로 매년 7%씩 경제성장을 이뤄 60만 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 계획을 밝혔다. 구체적으로 가능한 일인가?

우리나라가 7%의 경제성장을 해야 하는 이유는 현재 성장률로는 제대로 된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없기 때문이다. 7% 성장을 하려면 금융업이라든가 의료, 관광, 레저 등 다양한 형태의 서비스업이 발달해야 한다. 첨단 분야 역시 마찬가지다. 전 산업이 고르게 발전해야 가능하다. 예컨대 자동차나 조선은 제조업이지만, IT와 융합함으로써 경쟁력이 더 커졌다. 그런 점에서 제조업도 서비스업을 하는 게 필요하다고 본다. 일본이 그렇게 해서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냈다. 지금 일본의 현실은 대학을 졸업하면 5-6 군데 기업에서 취업 권유가 들어온다. 우리라고 그렇게 못할 이유가 없다.

‘경제는 심리’라는 말을 수없이 들어봤을 것이다. 달리 말하면 누가 지도자가 되느냐에 따라 기업하는 사람들의 분위기가 달라진다는 뜻이다. 예컨대 어떤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아! 저 사람이면 기업을 이해한다’‘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노사문제에 있어서 뭔가 달라지지 않겠나’‘불필요한 규제를 없애고, 정부의 간섭도 줄어들 것이다’ 이런 것들이 모여서 투자가 일어나고 곧바로 경제가 살아나는 것이다. 2006년 현재 1000대 기업의 사내유보율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다. 금액으로는 300조원이 넘는다. 이 돈만으로도 생산적인 부분에 투자되도록 유인한다면 일자리가 얼마나 늘어나겠는가?

또한 청년들의 해외취업을 5만 명까지 확대해 나가려고 한다. 현재 취약한 해외 취업을 국가차원의 청년실업난 해소를 위한 돌파구로 방향을 바꿔 궁극적으로 글로벌 인재로 육성 지원해낼 것이다. 이를 위해 현재 연간 1-2천명 수준의 해외취업자를 5년간 5만 명 수준으로 확대할 것이다.

△ 현대건설 사장으로 있을 당시 탈세, 노조 탄압, 부실 경영 등 도덕성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한 나라에 대통령을 뽑는 대선인 만큼 도덕성을 염두 해두지 않을 수 없다. 이에 관한 자신의 입장을 밝혀 달라.

현대건설 재직 당시의 여러 문제는 서울시장 선거?한나라당 대선 후보 검증 과정에서 이미 몇 차례 설명한 바 있다. 또한 부실경영에 관해서는 분명히 얘기할 게 있다. 내가 현대건설 등 현대계열 10개사의 CEO를 지내고 회사를 나온 게 1992년이었다. 현대건설이 부도가 난 것은 2000년으로 약 10년간의 시간차가 있다. 아무리 CEO를 지냈다고 하지만, 회사를 떠난 뒤 근 10년 뒤에 벌어진 일까지 책임을 묻는 것은 과도한 지적이다.

도덕성 문제와 관련해서는 솔직히 기업 최고 경영자를 하면서 신부님이나 목사님, 고승들처럼 순결하고 깨끗한 삶을 살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일반인 상식범위를 뛰어넘는 행위를 저지르거나, 지도자가 못될 만큼 도덕적으로 하자 있게 살아오지는 않았다. 약간의 티끌이라도 집어내서 그것을 과도하게 부풀리고, 흠집을 내는 것이 못내 아쉽다. 그런 것들이 국민들로 하여금 정치에 대한 혐오를 가중시키고, 우리 젊은이의 정치 무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요인이 아닌가 싶다.

△ 이회창 씨의 갑작스러운 출마 선언에 개인적인 심경은 어떠한가? 그 후 자신의 지지도, 또는 대선구도에 어떠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보는가.

늘 원칙과 정도를 강조했던 분이 스스로 원칙을 깨고, 정도를 벗어난 행위를 한 것은 이해하기가 어렵고 안타까운 일이다. 이 전 총재의 한나라당 탈당과 출마는 무능한 정권을 바꿔 새 시대를 열어가려는 국민의 열망을 저버린 것이고, 역사적 대의에도 반하는 행위라고 생각한다. 나에 대한 지지?대선구도가 일시적인 조정이나 변화가 있겠지만, 역사를 한참 뒤로 되돌려 놓는 행동에 대해 대다수 현명한 국민들의 차분하고 이성적인 판단으로 머지잖아 회복될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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