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후보에게 대학생활(서울대 국사학과 79년 졸)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당시 최고 관심사항은 무엇이었나. 만약 대학시절로 돌아간다면 무엇을 가장 하고 싶은가.

내가 대학을 다녔던 1970년대는 유신독재 하에서 온 국민이 신음했던 시기다. 이 시기는 한국 역사상 가장 암울했던 시대다. 내 대학생활은 반독재민주화 투쟁이 전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마디로 치열하게 투쟁했고, 치열하게 공부했다. 만약 다시 대학시절로 돌아간다 해도 모든 상황이 1970년대 초반의 대학상황과 같다면 여전히 반독재민주화 투쟁을 할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처럼 민주화되고 자유로운 대학이라면 역사학도로서 공부에 매진하고 싶다. 또 미팅을 원 없이 하고 싶기도 하다.

△ 등록금과 관련해 국공립대 본인 부담금을 100만원으로 인하시키겠다고 했다. 대학의 높은 등록금 의존도, 물가상승률을 상회하는 등록금 인상률, 대학당국의 일방적․폐쇄적 등록금 결정과정 등이 등록금을 둘러싼 갈등의 주요 요인이다. 해마다 반복되는 등록금 갈등을 정부가 방관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하고 공약사항 중 하나로 제시했는데, 사실 등록금 문제는 사립대학의 경우가 더 심각하다. 사립대의 등록금 문제의 해결방안은 무엇인가?

일부 사립대 등록금이 학기당 1,000만원에 육박하는 등 물가상승률의 3배를 넘는 증가율로 선진국의 등록금 액수보다 훨씬 높은 수준으로 책정되고 있다. 이는 학부모의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켜 교육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 대학 등록금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학자금 대출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다. 학자금 무이자 대출을 현재의 15% 수준에서 소득 8분위(전체 가구의 80%)까지 전면 확대하고, 기초학문 위주의 연구중심대학은 등록금 중 일부를 정부가 보조하도록 하겠다. 아울러 사립대학의 경우, 투명한 회계제도를 도입해 '대학에 필요한 재원을 명확하게 산출․사용결과 공개․결과를 토대로 대학평가에 반영' 등 특별한 규제를 가하지 않고도 과도한 인상을 제한할 수 있는 체제를 만들도록 하겠다.

△ 지난해 청년층(15~29세) 실업률은 7.6%로 전체 실업률의 두 배가 넘고, 구직 단념자·아르바이트생, 취업준비자까지 포함한 체감 실업률은 19.5%나 됐다. 대졸자 10명 중 8,9명은 비정규직이거나 공무원·공사준비에 매달리고 있는 게 현실이다. 정 후보가 밝힌 일자리 250만개 생성도 중요하지만, 비정규직 비율이 높아지고 있는 현실에서 일자리의 '질(quality)' 역시 중요하다. 단순한 일자리가 아닌 괜찮은 일자리(decent job)의 창출방안은?

우선 한반도 평화체제를 토대로 ‘한반도 경제’를 한 차원 업그레이드시켜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겠다. 즉, ‘제2, 제3의 개성공단’과, FTA 등 개방체제에 나서면서 새롭게 전 세계 시장을 향한 도전의 장을 만들어 젊은이들을 위한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낼 것이다. 두 번째로, 청년층의 선호에 맞는 새로운 일자리 창출할 것이다.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의료, 법률, 통상, 금융 분야) 육성은 물론, 사회서비스산업 육성(보육, 교육, 간병, 환경, 문화, 돌봄 서비스) 등의 분야에서 임기 중 100만 개 내외의 새로운 일자리 만들 것이다. 마지막으로 ‘중소기업 르네상스 시대’를 열어 청년들이 좋은 중소기업에서 도전의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하겠다.

이와 함께 고용서비스 선진화와 취업지원 기능 활성화를 통해 젊은이들에게 맞춤식 일자리 제공을 적극 추진하겠다. 이를 위해 청년고용의 새 프로그램을 구축하고, 일부 고용지원센터에서만 시행되는 YES(youth employee system) 프로그램을 전국의 모든 고용지원센터에서 공급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 또 직업훈련 기회 확대 및 평생교육체제 구축을 통해 현재 13.4%에 불과한 근로자 직업훈련 수혜율을 임기 중 OECD국가 평균 수준인 37.5%까지 끌어올리겠다. 마지막으로 대학의 취업지원기능을 적극 지원함으로써 학교가 학생 교육은 물론, 취업까지 지원하는 체제를 구축할 것이다.

△ 대학관련 공약 중 “학부를 축소할 때 1~4학년을 동일하게 축소하는 것보다, 1·2학년을 대폭 축소하고, 교육중심대학에서 1·2학년 성적우수자를 3학년으로 선발하는 것이 보다 많은 인재를 육성할 수 있으므로 더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했다. 성적으로 줄 세우기의 시기를 고등학교에서 대학교 2학년으로 약간 늦췄을 뿐 근본적으로 달라진 것은 없지 않나?

대통령이 되면 사회대협약을 통해 대학이 본연의 역할, 교육과 연구중심의 책무를 다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겠다. 내가 교육중심대학 육성을 위해 내놓은 방안은 각 대학들이 학벌이 아닌 실력으로 경쟁하고, 학부모는 사교육비 부담에서 벗어나고, 학생은 입시고통에서 벗어나는데 목적이 있다. 대학 3학년 진입은 지금 같은 대학 1학년 입시가 아니다. 대학 3학년의 전공교육을 공부할 학생을 뽑으면서 영어, 수학, 국어 시험을 볼 이유는 분명히 없기 때문이다. 대학 1, 2학년에서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 학원에 가야할지, 도서관에서 공부해야 할지, 동료들과 스터디 그룹을 조성할 지 중 무엇을 선택하느냐는 성인이 된 대학생 본인이 결정할 것이다. 단, 대학 1, 2학년 기초과정의 공부범위, 계열별 공통과정을 선정기준, 각 전공영역별 시험을 치르는 방향 등은 국민적 합의에 입각해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바로 기본적인 안을 만든 후 교육대협약을 추진할 “국가미래전략 교육회의”를 구성해 학생, 학부모, 교사, 교수, 대학당국, 산업계 등과 함께 지혜를 모을 것이다.

△ 언론인 출신이다. 이번 대선은 물론이고 그 이전에도 언론인 출신 후보는 드물었는데, 자신의 경력이 긍정적으로 발현될 수 있다고 보는가. 그 이유는?

기자시절 나는 언제나 현장에 있다. 나는 기자로서 삶의 현장에서 언제나 가난한 사람들, 어려운 사람들을 만났다. 우리 사회의 어두운 구석을 누구보다 잘 보듬을 수 있다고 본다. 기자는 또한 잘 듣는 사람이다. 잘 듣는 훈련이 되어 있다. 나는 굿 리스너(Good listener)를 넘어 그레이트 리스너(Great listener)가 되고 싶다. 덧붙여 기자 시절에 누렸던 50여 개국에서의 경험은 글로벌 시대를 겨냥한 대통령 적임자가 될 토대를 만들어 줬다고 생각한다.

△ 한반도 대운하를 구시대적 공약이라고 평가한 반면 본인의 ‘AIR 7'공약은 고도 산업사회로 가는 길이자 일자리 창출의 효과도 크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정 후보의 ‘달기지 건설’ 공약이 이명박 후보의 ‘한반도 대운하 건설’ 공약보다 실현가능성이 더 낮다는 지적이 있다. 즉 항공우주산업의 기반이 미약한 한국에서 무리수를 둔다는 말인데, 이렇게 지적하는 이들을 어떻게 설득할 수 있나?

그것은 거꾸로 된 지적이다. 운하 건설보다는 달기지 건설이 훨씬 더 실현 가능성이 큰 공약이다. 현재 우리의 기술력은 미국이 1969년에 아폴로 우주선을 달나라에 쏘아 올릴 때보다 더 높은 수준이다. 얼마 전에 중국이 달나라 탐사위성을 쏘았다. 10년 뒤 중국인이 달 표면에 착륙할 것이다. 그때 우리는 여전히 운하를 파고 있어야 할 것인가. 수나라 때 팠던 운하를 1,300여년 지난 지금 우리가 한다면 13억 중국인이 우리를 얼마나 우습게 볼 것인가. 일본과 중국의 틈바구니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앞서가야 할 뿐만 아니라 우리의 하늘을 강대국들이 지배하게 할 수 없다. 중국이 달나라 탐사위성을 쏘는데 1,680억원 들었다고 한다. 이는 우리나라 지하철 2km 건설비용이다. 우리의 경제력, 기술력, 인력이면 충분히 중국과 일본을 따라 잡고 앞서갈 수 있다.

△ 범여권 후보 단일화 문제가 관심을 끌고 있다. 과거 노무현 대통령 역시 초반 3위권의 지지율에도 불구하고, 단일화를 성사시켜 전세가 역전된 사례가 있다. 정동영 후보 역시 단일화 카드로 승부수를 띄워볼 수 있을 것 같은데, 단일화 가능성을 몇 %로 예상하나?

단일화를 승부수나 이해득실로 보는 방식은 지나치게 정치공학적인 접근이라고 본다. 그런 식의 접근은 바람직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국민의 마음을 얻는 것이다. 김대중 찍고, 노무현 찍은 1,200만 명 이상의 지지자들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먼저 민주평화개혁 세력이 하나로 뭉쳐야 한다. 세력 통합을 하든 단일화를 하든 중요한 것은 국민의 입장에서 보는 것이다. 우리 민주평화개혁 세력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

변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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