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학교 이화인문과학원, 한국문화연구원의 '탈경계 인문학 연구단'이 7일(수) 한국학술진흥재단이 지원하는 '인문한국지원사업(Humanities Korea Project)'에 선정됐다. '탈경계 인문학 연구단'은 앞으로 10년간 연구비용을 150억원을 지원받게 된다.

인문한국지원사업은 지난 5월17일(목) 교육인적자원부에서 발표한 '인문학 진흥 기본계획'의 세 가지 부분별 사업(연구, 교육, 사회) 중 연구부분의 세부사업이다. 한국학술진흥재단은 이번 사업을 통해 향후 10년간 인문연구분야 30개, 해외지역연구분야 20개 연구소를 지원하여 적극 육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9월 전국의 80여개 대학의 학장이 모여 '오늘의 인문학을 위한 우리의 제언'을 낭독한 지 벌써 1년여의 시간이 흘렀다. 대학 학장들은 이날 '인문학의 위기'를 선언하며 "정부는 인문학의 진흥을 위해 일시적인 미봉책으로 대응할 것이 아니라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인문한국지원사업은 그러한 선언 이후에 나온 정부의 인문학 진흥책 중의 하나다.

여기저기서 인문학의 위기를 부르짖던 작년 이맘때와 달리 올해는 비교적 조용하다. "오늘날 직면한 인문학의 위기가 인간의 존엄성과 삶의 진정성을 황폐화시킬 수 있음을 자각하고 인문학의 의미를 되살려 우리의 시대적 소명에 부응하고자"외쳤던 선언도 더이상 과거와 같은 위기감을 조성하지는 못한다. 그렇다면 과연 인문학은 위기에서 벗어났는가. 아니면 이제 완전히 인문학은 소멸되어 버리고 만 것인가.

인문학의 위기 선언, 1년 후 한국사회에서의 인문학의 사정은 과거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인문한국지원사업으로 우리는 과거의 선언이 단순한 보여주기 식 행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선언이 선언으로 그치지 않고 구체적인 움직임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정부의 지속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인문학자들 스스로가 이 위기상황을 극복할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단순히 지원금만 있다고 해서 인문학이 저절로 ‘부흥’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인문학을 공부하는 학생들과 학자들이 우선 현 상태의 인문학을 냉정하게 점검하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려는 시도를 해야 한다. 이어령 명예석좌교수는 지난해 9월 열린 ‘인문주간’ 개막식 행사의 기조 강연에서 “인문학도 변해야 희망이 있다”고 말했다.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다. 이제는 인문학자들 스스로 물길을 터서 인문학이 시대에 맞춰 그 흐름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우리학교 ‘탈경계 인문학 연구단’ 단장인 오정화 교수(영어영문학과)는 “‘한국의 탈경계 인문학’에 있어서는 전 세계와 교류하는 대표적인 허브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10년은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다. 앞으로 착실히 준비하고 연구해 그의 바람대로 한국의 인문학이 세계로 뻗어나가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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