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 '분리수거'는 과연 언제?
정치인 '분리수거'는 과연 언제?
  • 이대학보
  • 승인 2007.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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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파트의 분리수거일은 화요일 아침이다. 아내가 아침 준비로 바쁘면 내가 물건들을 들고나가 분리수거를 한다. 들고 나오는 사람들이 대부분 주부들이라 처음엔 좀 어색했지만 이제는 익숙해졌다. 사실 쓴 물건을 분리수거를 하는 데 무슨 남녀 구분이 있겠는가. 서양 같으면 이런 일은 오히려 남자들이 했을 가능성이 많다. 어쨌든 아내 대신 분리수거를 할 때면 난 늘 두 가지를 생각한다.

하나는 분리수거를 하는 사람들의 자발적인 태도에 대한 감탄이다. 책, 신문, 병, 깡통, 플라스틱 등 많은 물건을 양손도 부족해 턱까지 사용해 들고 나오지만, 그들의 얼굴에서 불평이나 불만은 찾아보기 어렵다. 오히려 비록 작은 일이지만 기존 자원을 재활용하고 환경을 보호하는 일에 동참한다는 자부심마저 느끼는 것 같다.

또 분리수거를 몇 년째 해서인지 이제는 분리수거를 하는 손놀림도 가볍기만 하다. 깡통은 깡통 포대에, 플라스틱은 플라스틱 포대에... 대충 보고 던져도 비치해 놓은 포대 안에 정확히 들어간다. 물론 간혹 꾀를 부리는 사람도 있다. 신문 포대에 우유팩을 버리는 사람도 있고, 플라스틱 포대에 깡통 뚜껑을 슬쩍 쓸어 넣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그런 사람은 소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분리수거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이런 자발적인 참여를 보면 ‘음, 우리도 꽤 괜찮은 민족인데’라고 생각하며 흐뭇한 미소까지 짓게 된다.

또 하나는 이렇게 분리수거엔 익숙한 우리가 선거에 나오는 후보들은 왜 ‘분리수거’하지 못할까 하는 안타까움이다. 물건을 분리하는 일이나 사람을 분리하는 일은 그 대상만 다를 뿐 원리는 똑같은데 말이다. 분리수거할 물건들을 책, 신문, 병, 깡통, 플라스틱으로 나누듯이, 선거에 나서는 후보들을 철새, 부패, 사기, 독선 등으로 나누면 되는데 그게 쉬운 일이 아닌 모양이다.

철새 후보들은 ‘말 못할 사정이 있었겠지’라고 생각해 봐 주고, 부패나 사기에 연루된 사람은 ‘다른 후보라고 뭐 별 수 있겠어’라고 생각해 봐 주고, 독선이 심한 사람은 ‘주위에 참모들만 잘 두면 괜찮겠지’하고 안심하며 봐 준다. 이렇게 하다 보니 유권자들은 몇 년 전의 실수를 반복하게 되고, 정치하는 사람들은 ‘내성’이 생겨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기는커녕 점점 더 뻔뻔해진다.

분리수거를 하면서 이렇게 우리 정치 현실을 생각해 보지만, 사실 물건과 사람을 ‘분리수거’하는 일은 원리만 같았지 전혀 다른 일이다. 물건은 변하지 않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지만, 사람은 언제나 변할 수 있어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자면 플라스틱은 늘 플라스틱이고, 병은 늘 병이라 우리가 혼동할 여지가 없지만 사람은 늘 변할 수 있다. 말과 행동이 다를 수 있고, 과거의 주장과 현재의 주장이 다를 수 있다. 이러다보니 유권자인 우리는 헷갈리고 그 결과 ‘분리수거’를 제대로 하기 어려운 것이다.

사실, 일상생활에 바쁜 우리가 후보자의 과거나 현재를 속속들이 안다는 것은 그 자체가 무리다. 이때 우리 유권자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후보자의 과거의 행적, 현재 하고 있는 일, 앞으로 하고자 하는 일을 제대로 알려주는 공정한 단체의 도움이다. 분리수거를 할 때 ‘이것 어디에 버려야 하나’하고 고민할 때 ‘그건 저기에 버리세요’라고 알려주는 친절한 경비 아저씨처럼, 우리가 ‘어떤 사람을 뽑아야 하나’하고 고민할 때 ‘이런 사람을 뽑으세요’라고 알려줄 수 있는 그런 단체 말이다.

올해 총선이나 내년 대선에선 이런 공정한 단체의 활동이 보다 활발히 전개되어 정말 제대로 된 정치인 ‘분리수거’ 한번 해 보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