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인문과학원·한국문화연구원의 ‘탈경계 인문학 연구단’이 한국학술진흥재단에서 지원하는 인문한국지원사업(Humanities Korea Project) 인문연구분야에 선정돼 10년간 약 150억을 지원받게 됐다. ‘탈경계 인문학 연구단’에는 오정화 교수(영문과)를 포함, 16명의 인문대 교수들이 참여하고 있다. “이번 기회를 통해 우리 학교 인문학의 잠재력을 보여줘서 기쁘다”는 ‘탈경계 인문학 연구단’의 단장 오정화 교수를 만나 연구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먼저 이번 인문한국지원사업 대형사업단에 선정된 것을 축하드립니다.

타 대학 연구소와의 치열한 경합 끝에 인문한국지원사업 대형사업단에 선정된 것이 자랑스럽고 기쁩니다. 지난 몇 달간 우리 학교 인문대 교수님들, 연구원분들과 학교 측의 지원이 어우러져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 ‘탈경계 인문학 연구’에는 어떤 분들이 참여하고 있습니까

사학과의 김영미·조지형, 국문과의 박창원·김미현, 기독교학과의 장윤재·정희성, 중문과의 홍석표·심소희, 독문과의 이준서·장미영, 불문과의 권은미·송기정, 영문과의 김민정·오정화, 철학과의 윤보석·한자경 교수가 참여하고 있지요. 그리고 다섯 명의 연구교수와 열 한 명의 연구원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앞으로는 연구교수 한 명과 연구원 아홉 명을 더 충원할 예정이지요.

- 선정되기까지 어떤 준비과정을 거쳤습니까.

지난 3월부터 연구주제를 선정하는데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사업단 신청을 받기 시작한 6월 말부터는 거의 매일 회의를 가졌지요. ‘탈경계 인문학의 구축과 확산’이라는 주제를 세운 뒤에는 구체적인 연구 계획을 세웠습니다.

사실 인문한국지원사업의 목표는 한국의 연구소를 ‘세계적인 연구소’로 발전시키는 것입니다. 우리 학교 연구소가 세계적인 연구소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연구 ‘구축’만으로는 부족하고 연구활용사업을 통한 ‘확산’이 중요하므로, 정보창고 구축, 네트워킹 구축, 출판사업, 교육사업 등을 계획하였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의 연구에 도움을 줄만 한 세계적인 학자들과 교류하고 학술대회를 계획했지요. 또한 전쟁 경험자·이주민들을 찾아가서 면담을 하는 등 탈경계적인 경험을 쌓고 관련 자료를 통해 일종의 정보창고를 구축할 계획을 세웠습니다.

- ‘탈경계 인문학의 구축과 확산’이라는 주제를 설정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습니까.

‘인문학의 위기’라는 말이 회자됐었지요. 그 위기의식 가운데 새로운 인문학을 구축하고 싶었습니다. 인문학이란 본래 인간을 탐구하는 학문이지요. 이러한 전통적인 인문학 정신을 바탕으로 인문학과 타 학문과의 경계, 학문과 일상생활의 경계를 허물어보고자 했습니다. 예를 들어, 여성과 남성으로 이분화됐던 사회적인 성의 경계가 서서히 허물어지고 있지 않습니까. 이러한 사회의 조류를 따라 학문에도 존재하는 ‘벽’을 허물고 싶었습니다.

가요 ‘유리벽’을 아실지 모르겠습니다만, 그 노래가 ‘탈경계 인문학’의 문제의식을 나름대로 잘 표현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 노래의 가사처럼 이 세상에는 보이지 않는 많은 벽이 존재합니다. 우리는 이 사회의 벽들을 허물고 ‘진정한 인간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해야 합니다.

- 한국여성연구원장을 맡고 계신 교수님께서는 ‘여성주의 문학’에 관심이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이제 ‘여성주의 문학’에서 나아가 ‘탈경계 인문학’이라는 주제를 연구하실 텐데요. ‘여성주의 문학’연구와 ‘탈경계 인문학’ 사이의 연계성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탈경계 인문학’의 연구는 ‘지구지역성·젠더·다매체’의 세 가지 주제로 나뉘어 진행됩니다. 이 중 ‘지구지역성’과 ‘젠더’의 분야는 약자와 소수자의 문제에 집중한다는 점에서 여성을 중심으로 연구하는 ‘여성주의 문학 연구’와 연계성을 가질 수 있지요.

간단히 설명하자면 ‘지구지역성’이라는 분야에서는 ‘세계화 시대에 대응하는 지역의 태도’를 다룹니다. 현재 지구화·세계화의 물결은 결코 거스를 수 없습니다. 이러한 때에 중요한 문제는 ‘작은 지역이 세계화 시대에 어떻게 반응 하는가’입니다. ‘젠더’ 영역에서는 타자ㆍ주변ㆍ소수자의 역할과 가치에 주목하면서 소수자의 문화를 연구합니다. 이렇듯 ‘젠더’ 역시 ‘약자’ 혹은 ‘소수’를 생각한다는 점에서 여성주의 연구와 관련 있다고 할 수 있지요. ‘다매체’ 분야에서는 ‘매체 변화에 따라 인간의 모습이 어떻게 변하는가’를 연구합니다. 옛날엔 ‘문자’밖에 없었지만 지금은 디지털 시대지요. 인터넷·텔레비전·라디오 등의 다매체가 점차 소수자인 여성의 목소리를 전하게 됐습니다. 결국 다매체의 등장이 여성지문학과 같은 소수자 문화를 활성화시키는데 일조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 ‘탈경계 인문학 연구단’은 10년간 약 150억 원을 지원받게 됩니다. 앞으로 10년간의 계획을 듣고 싶습니다.

우리는 10년 후에 우리 연구단이 세계적인 연구단, 세계화된 연구소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각각의 참여 교수들이 연구를 시작할 것이고, 학문과 학문, 학자와 학자 간의 교류를 통해 네트워킹을 구축할 것입니다. 출판 사업이나 대외적인 학술대회도 게을리하지 않을 생각이지요. 이 활용사업 위에 ‘이화’만이 가진 색깔과 한국적인 특징을 덧입힐 생각입니다. 이러한 우리의 의지로 머지않은 미래에 ‘한국의 탈경계 인문학’에 대해 알고 싶다면 바로 우리 연구소를 찾아오도록 만들 것입니다. 이 분야에 있어서는 전 세계와 교류하는 대표적인 허브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오정화 교수는
- 1976년 우리 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했으며, 현재 우리 학교에서 한국여성연구원장과 이화인문과학원장을 겸임하고 있다. 그는 약 18개의 논문과 14권의 책을 저술(공저 포함)했고, 현재‘19세기 영국의 기독교와 여성작가의 관계’에 대해 연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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