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누구나 비평가가 될 수 있다. 비평을 하기 위해 문학적 지식이 꼭 필요한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글을 읽고 그 글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것이다”

조금 지루하게 혹은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현대 프랑스 문학비평’ 과목을 선택한 것은 전공 필수과목이어서라기보다 프랑스어로만 이루어지는 수업과 교수님에 대한 기대감이 컸기 때문이다. 수업 첫날 여유롭고 차분한 모습으로 들어오신 르클레지오 교수님은 ‘비평’이라고 하는 거창한 말에 대한 부담을 줄여주시려는 듯, 작품의 분석보다는 같이 읽으면서 그 글이 주는 즐거움을 함께 느끼고 또 그 감정을 자유롭게 표현하자고 말씀하셨다.

수업은 ‘사랑’이라는 주제로 16세기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의 프랑스 여성작가들과 그들의 삶, 문학에 대한 설명으로 이루어졌다. 텍스트를 읽기 전에 먼저 작가들의 개인적, 사회적 배경을 이야기해 주셨고, 문학적으로 또는 시대적으로 중요한 부분은 직접 읽으면서 이러한 부분이 어떤 반향을 일으켰는지까지 설명해 주셨다. 표현할 권리조차 없었던 시대에서 섬세하고, 때로는 스캔들을 불러일으킬 만큼 강렬한 묘사로 자유롭게 그들의 사랑과 욕망을 그렸던, 우리나라에는 많이 알려지지 않아 접할 기회가 없었던 여성작가들의 작품을 읽을 수 있었다.

또한, 수업시간에 다루는 작가들 외에 중요한 또 다른 여성작가들에 대해서는 학생들이 발표를 통해 소개하였다. 번역본도 없는 텍스트를 분석하고, 프랑스어로 준비해야 했던 발표에 따른 부담감이 있었을 것임에도 학생들의 수업참여는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연극을 하면서 작품을 해석하기도 했고, 새로운 시각과 풍부한 자료 조사로 흥미로운 분석을 하기도 하는 등, 첫 시간부터 강조하셨던 것처럼 각자의 감정을 표현하며 함께 나누고자 노력했다. 나 역시 콜레트라는 여성 작가를 주제로 발표를 준비했었다. 불문학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그다지 생소하지 않은 이름이겠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연구된 적이 없었던 까닭에 자료를 구하기가 매우 어려웠다. 게다가 발표를 하는 날은 「르클레지오와 한국」이라는 프로그램을 위해 프랑스 제작진이 촬영하는 날이었기에 그 부담감은 더 컸었다. (물론 길어야 1,2분 출연, 혹은 편집이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다행히도 콜레트를 오랫동안 공부하고 작품번역도 하신 송기정 교수님의 도움을 받아서 준비를 끝낼 수 있었다.

파리에서보다 서울에서 글이 더 잘 써진다고 하시는 교수님께서는 이미 한국문화와 문학에 큰 매력을 느끼신 것 같았다. 그 영향을 받아서인지는 몰라도 지난달, 교수님의 딸 안나와 에이미가 일본인 친구와 함께 한국에 방문해 수업에 한 번 참여한 적이 있었다. 특히 에이미는 프랑스에는 없는 '여자들만이 다니는 대학교'에 대해 흥미를 보이며 다른 대학들과 다른 점은 무엇이 있는지, 다니면서 어려운 점은 없는지, 여대에 들어온 것이 자신이 선택이었는지 등을 질문하였으며 머무는 시간이 짧아 많은 곳을 돌아보지 못한 것에 대해 아쉬워했었다.

교수님은 40편에 이르는 작품을 쓰신 현대 프랑스 소설의 살아있는 신화, 거장이라는 명성답게 진지하고 열성적인 모습으로 수업을 해주셨고, 무엇보다 학생들에게 편안하고 다정하게 대해주시고 항상 겸손하신 모습에, 다가가기 어려울 것 같다는 편견은 잊은 지 오래였다.

어학연수와 교환학생을 다녀온 덕분에 수업을 따라가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었지만 중세 프랑스어로 쓰인 텍스트를 읽기는 쉽지 않았다. 하지만 한 문장 한 문장을 읽으면서 어려운 부분은 다시 짚어서 설명해 주시는 등 학생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해 주셨다.

발표준비나 수업시간이 때로는 힘들기도 했지만, 교수님이기 전에 소설가이신 만큼 작품을 바라보는 시각이 지금까지 배워왔던 방식과는 달랐고, 이렇게 새롭게 배운 눈으로 앞으로 불문학을 공부하는데 있어서 많은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졸업을 한 학기 남기고 이렇게 잊지 못할 수업을 들을 수 있었다는 사실 자체 가 정말 값지고 가치 있게 느껴졌고 앞으로 후배들을 위해 이런 기회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안지은(불문·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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