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신발 원하는 가격에 드립니다. 에누리도 가능하니 문자·전화 많이 주세요^^’.

식권·가방·화장품에서부터 책상·TV까지…. 필요한 물건이지만 제 값 주고 사기엔 어쩐지 아깝다면 학교 벼룩시장을 찾아보자. 이화포털사이트(portal.ewha.ac.kr) 자유게시판과 이화이언(ewhaian.com) 벼룩시장 게시판은 그야말로 ‘없는 것 빼고 다 있는’ 이화인만의 장터다.

지난 10월1일(월)부터 이번 달 15일(목)까지 자유게시판과 이화이언에 올라온 물품 거래 글은 모두 1785건. 품목별로 살펴보면 화장품 및 의류잡화가 652건(약36.5%)으로 가장 많았다. 그 뒤로는 서적 459건(약25.7%)·식권 405건(약22.6%)·기타 201건(약11%)·전자제품 68건(약3.8%) 등의 순이다. 기타 항목에는 공연티켓·학원수강증·교내사물함 등이 포함됐다.

학생들은 게시판 거래를 통해 필요한 물건을 싸게 구입할 수 있어 실질적인 도움을 받는다고 말한다.

특히 저렴한 가격의 가구 및 전자제품은 자취나 하숙을 하는 이화인에게 유용한 물품. 12월에 어학연수를 가게 된 김지은(독문·05)씨는 그동안 사용해 온 생활용품을 내놓았다. 그는 “2년도 채 쓰지 않은 가구들을 버리는 것보다 필요한 이화인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싼 가격에 팔고 있다”고 말했다.

이민지(인문·07)씨는 게시판 거래를 통해 구입한 책상과 침대를 사용하고 있다. 이씨는 “가구나 전자제품은 비싸서 새로 살 엄두가 나지 않았는데, 싼 가격에 깨끗한 물건을 구입해 기분이 좋다”며 “학교 벼룩시장에서는 ‘싼 게 비지떡’이라는 말이 무색한 것 같다”며 웃는다.

영작문 첨삭이나 번역 거래도 이뤄지고 있다. 손명지(국제·04)씨는 취업을 준비하는 고학년이나 석·박사 논문을 번역해야하는 대학원생을 상대로 첨삭 및 번역을 도와주고 있다. 해외거주경험 10년차인 그는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연락이 올 때면, 작은 능력이나마 상대방에게 큰 힘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니 뿌듯하다”고 말했다.

이화이언 벼룩시장에는 개인 블로그를 활용해 자신의 물건을 판매하는 학생들도 있다. 김혜민(영교·05)씨는 이화이언에서 저렴한 가격에 좋은 물건을 내놓기로 유명하다. 그가 사진을 곁들여 블로그에 물건을 소개하면 채 하루도 안 돼 날개 돋힌 듯 팔렸다. 김씨는 “한 푼이라도 더 깎으려는 사람과 벌이는 신경전도 묘미가 있다”며 “싫증난 물건을 처분할 수도 있고, 재미도 있고, 용돈벌이도 할 수 있으니 일석삼조인 셈”이라고 말했다. 벼룩시장에서 물건을 팔기 시작한 지 약 한 달. 김씨는 이렇게 평균 한 달치 과외비를 벌었다고 살짝 귀띔한다.

학생들은 학교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물건을 사고 파는 가장 큰 이유로 ‘같은 이화인’이라는 공동체 의식에서 비롯된 높은 신뢰도를 꼽았다. 의류나 서적 등을 여러 번 구입한 경험이 있는 전민선(화학·06)씨는 “자유게시판은 이화인끼리만 사용하는 곳인데다가 학번까지 등록돼 있어 더욱 믿음이 간다”고 말했다.

교내에서 직접 만나 물건을 전달하는 ‘직거래’를 할 수 있다는 점도 게시판 거래를 많이 이용하는 이유다. 성유진(의직·05)씨는 “물건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손으로 만져보고 살 수 있어서 구입하고 나서 후회한 경험은 한 번도 없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대면을 통한 거래는 안전할 뿐 아니라, 공강 시간을 이용해 빨리 거래할 수 있어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직거래를 하면서 판매자와 구매자가 친분을 쌓는 경우도 있다. 안민지(법학·06)씨는 게시판을 통해 인터넷 강의를 구매하다 소중한 인연까지 얻었다. 사법시험을 준비하는 안씨는 벼룩시장에서 민법 인터넷 강의를 공유하기로 했다. 그는 “학교에서 공부를 같이 할 수 있는 친구까지 찾게 될 줄은 몰랐다”며 “자유 게시판은 이화인끼리 신뢰와 정을 쌓을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자주 게시판을 이용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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