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 교수협의회는 지난 달 24일(수) 자체 홈페이지를 통해 “박범훈 중앙대 총장의 경솔한 정치 개입을 규탄한다" 며 ‘박범훈 총장의 정치 행보에 대한 교수협의회의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현재 박범훈 중앙대 총장은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 캠프에서 문화예술정책위원장을 맡고 있다.

교수협의회는 박범훈 총장의 “정치참여선언으로 학교의 이미지 또한 심히 손상되었다"며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고 중앙대학교 총장직을 즉각 사퇴하라"고 말했다. 총장에 대한 사퇴 요구는 교수협의회의 성명서 발표에서 그치지 않았다. 29일(월) 중앙대에서는 학생들을 비롯해 동문들이 모여 총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시위를 했다.

이보다 앞선 23일(화) 새언론포럼은 ‘언론인과 교수의 정치참여, 어떻게 볼 것인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대선이 44일 앞으로 다가온 요즘 정치 참여를 선언하며 나선 교수들,  즉 폴리페서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폴리페서(polifessor)는 정치를 뜻하는 영어 ‘politics'와 교수를 뜻하는 ‘professor'의 합성어이다. 경제 주간지 <이코노믹리뷰> 9월 4일자 보도에 따르면 올해 주요 대선 후보 캠프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교수들의 수는 약 1천500명이라고 한다. 

교수들의 정치참여는 올해가 처음이 아니다. ‘대선철'마다 되풀이되는 현상이다. 그리고 이것은 정치 참여의 자유와 직업 선택의 자유가 법으로 보장되는 대한민국의 국민이라면 당연히 누려야할 권리이다. 교수도 예외가 아니다. 정치 참여를 택한 한 교수의 선택이 정치적 발전을 위한 소신인지 아니면 정치적 욕망을 위한 소신인지는 당사자가 아닌 이상 알 수 없다. 다만 우리는 그의 행보를 보고 의도를 추측할 수 있을 뿐이다.

그러나 우리가 교수들의 정치 참여 열풍에 우려를 보내는 것은 그것이 초래하는 부정적인 영향 때문이다. 교수들의 전문성이 정책 결정 과정에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이것이 나아가 정치의 발전을 가져올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전문성이 단지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한 수단이 될 때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개인의 도덕적인 양심뿐만 아니라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로서 직업적인 양심까지 저버리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교수가 가르치는 지식이 과연 얼마나 배울만한 것이겠으며 그들이 참여한 정치는 또 얼마나 깨끗한 것이겠는가.

 교수가 자신의 직분을 잊고 대학 강단을 대선 후보의 홍보 공간으로 이용하거나 연구와 강의에 소홀히 한다면 이것은 더 심각한 문제다. 교수의 잘못된 행동으로 가장 먼저 피해를 입는 것은 바로 학생들이다. 실제로 서울의 한 대학 교수는 학생들을 자신이 몸담고 있는 캠프의 정치 행사장에 동원하거나 수업 시간을 자신의 정치 성향을 밝히는 데 할애하기도 했다.

우리가 엄정한 잣대를 들이대야 할 부분은 교수의 정치 참여 여부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위해 참여하며 어떻게 참여하느냐는 것이다. 대학 강단은 여의도가 아니다. 교수의 정치적 욕망에 휘둘려 학생들이 피해를 입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