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수능)시험'이 열흘 앞으로 다가왔다. 올해로 8년째 치러지는 수능시험은 한국에서 대학을 가기 위한 주요 관문 중 하나다. 이 시험은 이름 그대로 학문을 수학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가를 평가하는 것이 목적이다. 사실 초·중·고등학교 12년은 수능을 치르기 위해 준비하는 단계처럼 여겨질 만큼 수능시험에 대한 학부모와 학생들의 집중도는 매우 높다. 오로지 수능 시험을 잘 보기 위해 학교 수업은 물론이고, 학원에 고액 과외까지 마다하지 않고 준비한다.

그런데 수능 시험을 치르고 입학 했다는 대학생들의 수학능력이 실망스럽기만 하다. 대학생들이 미적분 등 고등 교과 과정을 배우기 위해 학원 강의를 다시 찾는 것이 지금의 실태다. 입시전문학원 메가스터디(www.megastudy.net)는 이런 대학생들의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별도의 강사진을 구성해 미적분학, 일반 물리학, 일반 화학, 일반 생물학 등 11개 강좌를 올 초 개설하기도 했다. 심지어 1학기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시기에는 실전문제 풀이를 중심으로 시험대비용 특강도 만들었을 정도다. 대학생들이 가장 많이 하는 과외는 경영학이나 회계학 같은 전공 교육과 영어라는 점도 대학생들의 수학 능력에 의심을 갖게 하는 대목이다.

학생들이 스스로 학습에 익숙하지 않은 이유 중에 하나는 한국 공교육에서 ‘주입식 교육'을 실시하기 때문이다. 이는 학생의 흥미나 의욕, 능력, 이해 등을 고려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선정한 교육내용을 학생에게 주입시키는 교수법이다. 이 교육을 교육학에서는 ‘단시간 내에 지식을 전달하는데 효과적인 교육 방식’이라고 설명한다. 그에 비해 단점도 많다. 단순 지식 전달은 될 수 있지만 창의력을 길러주기에는 적합하지 않고 일방적인 교육이 되기 때문이다. 더욱 큰 문제점은 학생들의 진정한 ‘수학 능력’을 길러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최재천 교수가 하버드와 미시건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가장 놀라웠던 것은 그 학생들의 수학능력이라고 한다. 미국의 대학생은 자기 전공과 상관없이 거의 모든 분야의 어떤 과목이라도 따라갈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그가 미국에서 생태학을 강의할 때 학기 초에는 간단한 이차방정식에도 한 숨을 내쉬던 학생들이 학기 중반에는 미분방정식 문제까지 풀어냈다고 한다. 그 이유가 궁금해 물었더니 도서관에 가서 대수기하학과 미분학 책을 펴 놓고 독학했다는 것이 비법이었다. 최 교수 말에 의하면 미국에서는 고등학교에서부터 어떤 분야든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가’를 배우고 오기 때문에 이른바 '수학능력'을 갖추고 대학에 진학한다.

우리나라 학생들과는 대조되는 모습이다. 한국에서는 문과계열 학생 중에 수학(數學)과 담을 쌓은 학생을 쉽게 볼 수 있다. 초등학교시절부터 수학을 배우지만 수능시험장에서 ‘앞장을 빼고는 못 푼다’는 학생이 태반이다. 수학뿐인가. 영어역시 10년 넘게 배워도 외국인을 만나면 기본 단어조차 내뱉기 힘들어 하는 것이 한국 영어 교육의 현실이다. 이런 상황은 대학진학 이후에도 이어져 경제·경영학과 수업을 듣기 위해 부족한 수학 내용을 스스로 터득하기보다는 과외 수업으로 보충하려는 기현상으로 나타난다.

국제 대회에서도 한국 학생과 외국 학생은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과학 분야 올림피아드만 보더라도 필기시험에서는 단독선두를 달리던 우리나라 학생들이 막상 실험평가를 하면 외국 학생보다 점수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단순암기와 주입식 교육이 익숙한 이들에게 응용과 실용을 요구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지금은 당장 국제올림피아드에서 수상 실적이 좋더라도 향후에는 판도가 달라질 것이라는 견해도 바로 이 때문이다.

‘물고기를 주면 한 끼를 먹을 것이지만,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 주어라. 평생을 먹을 것이다’ 이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탈무드(유태인의 경전)의 구절 중 하나다. 아무리 많은 지식을 전수 받고자 하더라도 학생이 수학하는 능력이 없다면 그것은 그 이상의 힘을 발휘할 수 없다. 대학은 공부를 가르쳐주는 곳이라기보다 학문을 탐구하는 곳이다. 때문에 학문을 연구하는 능력이 떨어지면 더욱이 우리나라가 노벨상 수상자나 세계적인 석학 등을 길러내는 일에서 멀어지게 될 것이다.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말 그대로 ‘수학능력’을 길러주는 것이 한국 교육의 최우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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