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언어와 문화Ⅱ 수업을 따라가다

"C'est tres joli(매우 귀엽네요)" "C'est raffine(세련되고 우아합니다)"

열댓 명이나 되는 학생들에게 둘러싸인 한 프랑스인 가족이 박물관 전시물을 보며 연신 감탄사를 연발한다. 감색 양복을 차려입은 은발의 중년 신사와 밝은 갈색 머리에 아담한 체구의 우아한 아주머니 그리고 깜찍한 소녀. 이들의 눈이 머무는 곳은 루브르 박물관에 전시된 작품들이 아니다. 프랑스인 가족의 눈길을 끈 목침과 용왕과 봉황이 그려진 자개장 등은 모두 우리 학교 박물관에 전시된 것들이다.

2일(금) 오전 11시 우리 학교 박물관에서 특별한 수업이 진행됐다. 바로 불어불문학과 개설 과목인 ‘프랑스 언어와 문화 Ⅱ(프언문)’수업이다. 이날 수업에는 담당 교수인 한민주 교수(불어불문학과)의 초청으로 이화에 방문한 롤랑 레비(Rollant Levy)씨와 그의 부인 다니엘 레비(Daniele Levy) 그리고 손녀 유미 클라라(Youmie Clara)가 함께 참여했다. 당일 수업은 프언문 수강생인 김하연(인문·07)씨와 석지윤(인문·07)씨가 수업 참가자들에게 프랑스어로 전시물을 소개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레비 부부 가족과 학생들은 먼저, 서예·회화·도자 작품 등을 감상할 수 있는 상설전시관을 함께 둘러봤다. 석지윤 씨는 구불구불 흘러내릴 듯한 글씨로 쓰인 ‘이광사의 칠언율시’ 앞에서 “초서에는 글의 내용이 반영된다고 하는데 뱀이 등장하는 부분의 글씨는 뱀이 움직이는 모습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지윤 씨의 설명을 주의 깊게 듣고 있던 남편 롤랑 레비(Rollant Levy)씨는 “뱀은 한국에서 어떤 이미지를 가지고 있느냐”고 물었다. 롤랑 씨와 학생들 간에 사뭇 진지한 대화가 오가던 중 한 수강생이 “(먹으면) 건강에 좋은 이미지”라고 말해 좌중이 일순간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이어 일행들은 조선시대 양반가의 장신구·예복 등의 복식 유물을 전시하고 있는 ‘담인복식미술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자개장과 보석함, 옥으로 만들어진 빗들이 레비 가족은 물론 일행의 이목을 끌었다. 특히 연두, 다홍 고운 빛깔의 한복 앞에서는 모두 잠시 더 머물며 감상하기도 했다. 복식미술관에 전시된 물건들은 프랑스어로 설명하기에 한계가 있었다. 김하연 씨는 “ ‘상투를 틀다’와 같이 문화적 차이로 인해 프랑스어에는 없는 단어를 표현하는 것이 어려웠다”고 말했다. 그는 ‘상투를 튼 모습’을 설명하고자 직접 머리를 끌어올려 정수리 위에서 틀어 감는 시늉을 하기도 했다.

한민주 교수는 “외국어를 배우다 보면 외국인에게 우리 문화를 소개해 주는 일을 겪게 된다" 며 "오늘 수업은 학생들에게 좋은 경험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프랑스인들을 수업에 초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앞으로 수업시간을 이용해 다양한 프랑스인들과 만나게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수업에 참여한 이예담(인문·07)씨는 “우리 문화에 관심을 갖고 친구들의 설명에 집중하는 프랑스인 가족의 모습이 인상깊었다”고 말했다. 롤랑 씨는 “학생들이 이화 박물관을 소개해 준 것처럼 다음에 파리에 온다면 우리가 루브르 박물관을 안내해주겠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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