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부터 대학도 재테크 시장에 뛰어들 수 있게 됐다. 교육인적자원부가 ‘사학기관 재무·회계 규칙’을 개정해 대학 자금 5조7천억원을 주식 상품에 투자할 수 있도록 허용했기 때문이다. 일부 대학들은 대학 자금을 주식·부동산·수익사업 등으로 불리기 위해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일부 대학, 주식·부동산 등 적극적인 투자 시작

대부분의 대학·금융업 관계자들은 대학 자금에 대한 투자 규제가 없어지는 것을 반기는 추세다. 일부 대학들은 벌써부터 주식·부동산 투자를 통해 학교 자금을 늘릴 준비를 마쳤다.

가장 눈에 띄는 학교는 대학 자금을 이용해 적극적인 주식 투자를 준비하고 있는 서강대다. 서강대는 앞으로 파생상품 주식형 펀드나 채권 등 공격적인 투자 방법을 통해 학교 자금 운용 수익을 극대화할 예정이다.

서강대는 학교 기금 및 등록금 운용 수익을 높이기 위해 하나은행·채권 관리 전문가 등 외부 금융 업체 전문가를 재정 위원으로 위촉해 자문을 듣고 있다. 서강대 주성영 재무팀장은 “학교 자금으로 각종 유가증권을 살 수 있고 주식형 펀드·혼합형 펀드 등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주식은 위험자산이기 때문에 경제 상황을 고려하며 외부 전문가를 통해 위험 관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동국대는 부동산 투자 수익을 얻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지난 3월 사업개발팀을 신설하고 건설회사에서 자산관리를 담당하던 외부 인사 한 명을 영입했다. 사업개발팀은 재단이 소유하고있는 1천6백만 여 평의 토지를 돈을 벌 수 있는 자본으로 발전시키고, 사업 개발 및 금융투자를 담당한다.

동국대 사업개발본부 김주환 과장은 “규제가 완화되면 기존에 가지고 있던 부동산 재산을 매각·보유 하거나 사업 목적에 빠르게 활용하는 방법을 이용해 수익을 창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국대는 현재 부동산 재산을 분류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또 사업개발팀의 사업으로 벌어들인 재정은 전부 교비로 쓰일 예정이다.

교육부 사립대학지원과 김용관 사무관은 “투자에 따른 위험을 감수하기 위해 가이드 라인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에서는 이미 대학의 주식 투자가 일반화됐다. 지난 6월 말까지 미국 하버드 대학의 수익률은 23%에 이르렀다. 이는 미국 내 151개 주요 기관 투자의 수익률 평균 17.7%보다 높으며 현재 우리 학교 수익률 5~6%보다 4배 높다. 하버드는 투자로 얻은 수익금을 장학금 확대·대학시설 투자에 사용하고 있다.

△우리 학교, 당분간 정기 예금 투자 방법 고수

일부 대학은 법 개정 방향이 나왔지만 경제상황·위험성 등을 고려해 큰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우리 학교의 경우도 당분간 현재 진행하고 있던 정기 예금 투자 방법을 고수할 계획이다.

우리 학교는 정기 예금 투자 방법을 사용하면서 중·장기적인 투자 전략을 검토하고 있다. 재무처 신경식 부처장은 “대학 자금 투자의 경우 원금 손실의 위험을 감수하기 어렵다”며 “우선 위험에 대한 보장 체계가 생겨야 하며, 이후 안정적이면서 고수익을 얻을 수 있는 사업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안홍식 교수(경제학 전공)는 “초기에는 지나치게 수익을 추구하는 것 보다 분산투자의 원리에 충실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규제가 풀리기 전 대학들은 자금을 대부분 정기 예금에 투자했다. 재무처 신경식 부처장은 “우리학교도 현재 정기 예금만으로 최하 5%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6개월∼1년 동안은 큰 변화 없이 정기 예금으로 이자를 얻는 방법을 지킬 예정이다.

△대학 학생 대표들, 학교의 기업화 막아야

각 대학의 학생 대표들은 대학이 수익을 추구할 수 있게 된 법 개정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양경언 총학생회장은 “대학이 이익을 얻기 위해 투자를 한다는 것은 대학 본래 교육의 목적에 위배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학교가 기업화 되면 사회에서 벌어지는 불합리한 문제들이 학내에서 벌어질 수 있다”며 “투자를 위한 자본을 확충하기 위해 등록금이 높아질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경희대 김경민 총학생회장은 “외국 대학이 투자를 통해 많은 이익을 얻었다고 해서 한국 대학도 같은 방법으로 투자를 하는 건 위험하다”며 “대학의 금융투자는 안정성에 기반을 두고 철저한 조사를 바탕으로 수익을 창출해 학생들에게 돌아올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강대
이승은 총학생회장은 “개인적으로 대학의 주식 투자는 교육의 목적 대신 자본의 논리에 학교가 따라가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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