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헌정보학을 복수전공해 대학도서관이나 국회도서관에서 일하고 싶은 ㄱ(정외·05)씨는 졸업 후 대학원에 진학하기로 결정했다. 진로선택 과정에서 대학원 진학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지원 시 석사 이상의 학력이 필수 요소는 아니다. 그러나 지원자 대부분이 석사 이상 학력 취득자고, 합격자도 대부분 대학원 이상의 학위를 소지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ㄱ씨는 “교수님께서도 이 분야 일을 계속 하고 싶다면 학부과정으로만은 부족할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며 “사회 자체가 석사 이상의 자격을 요구하니 학생들은 그 기준에 맞춰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대학원 진학률이 상승한다!
대학원 진학률이 해마다 높아지고 있다. 2005년 발표된 OECD교육지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대학진학률은 82.1%로 핀란드(88%)에 이어 세계 2위 수준이다. 1989년 고등학교 졸업생의 33%가 대학에 진학하던 상황과 비교하면 불과 20여 년 사이 대학진학률이 수직 상승한 것이다. 10명 중 9명이 대학에 진학함에 따라 대학원 진학률 역시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석·박사 학위 소유자가 90년대에 비해 20.6% 상승했다는 2006년 통계청 발표 자료는 고학력사회의 단면을 여실히 보여준다.

우리 학교 대학원 역시 같은 상황이다. 학적과에 따르면 1990년과 비교해 2005년(전·후기) 석사 수는 48%(90년 506명→2005년 751명), 박사 수는 128%(90년 65명→2005년 148명) 증가했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김양희 대학원 총학생회장은 “사회 전반적으로 진학률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대학 졸업만으로는 부족함을 느낀 여성들이 대학원 진학을 선택하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 석·박사 권하는 사회
한국교원대 교육정책대학원 장수명 교수가 지난 8월 21일(화)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발표한 보고서에는 이른바 ‘학위 효과’에 따라 소득의 차이는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에 따르면 학력별로 월평균 임금이 ‘전문대졸업자 117만원·대졸자 157만원·석사취득 206만원·박사취득자 275만원’의 뚜렷한 격차를 보였다. 장 교수는 “일명 ‘고학력 프리미엄’이라 일컬어지는 사회적 차별대우가 학생들의 대학원 진학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대학원에 재학 중인 김보라(언론홍보영상학·4학기 과정)씨는 “대학원 학위를 소유하고 있는 것 자체가 앞으로 사회생활에서 경쟁력을 갖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장수명 연구원은 우리 사회 전반적으로 높은 진학률은 흔히 찾아볼 수 없는 이례적 현상이라고 일축했다. 사회 전체가 고학력화 됨에 따라 교육이 가진 ‘인적자원축적효과’보다는 우수한 사람을 가려내는 ‘선별효과’, 학위를 가진 사람에게 특정한 자격을 보장하는 ‘자격효과’가 상대적으로 높아졌다는 것이다. 장 교수는 “취업·경쟁력 등과 관련된 학생들의 불안 심리를 잠재우기 위해서는 사회제도 전반적인 구조적 문제가 해결되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네덜란드는 사회 고학력화에 대한 방편으로 중학교 진학시 개인의 성적에 따라 일반중과 직업중에 학생을 강제배정하고 있다. 하지만 진학 후에라도 성적이 나쁘면 일반중에서 직업중으로 보내고, 우수한 학생은 직업중에서 일반중으로 편입하는 것을 허용하는 등의 유연성도 지니고 있다. 이러한 교육과정을 통해 네덜란드는 실력이 막강한 소수의 대학졸업자를 배출하게 된다. 어릴 때 부터 적성·능력에 맞는 교육을 실시함으로써 개인·사회적으로 돈·시간 등의 낭비를 막은 것이다.

△ 대학원 진학결정, 적성·목적에 따라 신중해야
올해 2월 말, 모 은행 영업점 비정규직 창구직원 400명 모집에 1만 4천200여 명의 지원자가 몰렸다. 석·박사 학위가 크게 필요치 않은 창구직원 모집에 박사 3명·석사 234명이 포함돼 있다는 것은 주목해보아야 할 점이다. 교육학과 김안나 교수(교육사회학 전공)는 “교육과 산업구조가 맞지 않아 고학력 실업자가 증가하는 것, 대졸자도 할 수 있는 일을 대학원 졸업자가 지원해 대졸자가 피해를 당하는 것 등은 고학력화가 초래한 부정적 결과”라고 말했다. 장기적으로 볼 때, 개인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인적·물적 자원의 막대한 손실이라는 것이다.

김 교수는 가장 이상적인 것은 개인이 취득한 석사 과정의 지식이 사회에 적극적으로 활용돼 상호 긍정적 역할을 하는 모델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학원을 취업난의 차선책으로 생각할 것이 아니라, 학부 1학년 때부터 미래에 대한 충분한 고민을 통해 진학을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 학교 황규호 입학처장 역시 “경력 하나 더 늘린다는 생각으로 대학원에 진학하는 것은 위태로운 발상”이라며 “개개인의 적성과 목표를 충분히 고려해 진학 여부를 결정하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변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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